체대 전병관 교수가 고전 읽히는 이유

2012. 7. 19. 10:2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로 20여 년 간 맡고 있는 Justice는 만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강해 하버드 역사상 가장 많은 학생들이 들은 강좌로 기록되고 있죠. 국내에도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과 같은 저서를 통해 대학민국을 ‘정의 신드롬’에 빠뜨렸습니다. 대한민국에도 체육계의 마이클 샌델로 불리는 분이 있는데요. 경희대 스포츠지도학과 전병관 교수님입니다. 자연과학 분야로 알려진 체육학을 고전과 같은 인문학과 접목 시킨 그의 강의가 전공을 불문하고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요. 전병관 교수님의 특별한 강의를 지금부터 만나볼까요?





전병관 경희대 교수님은?

23대 체육학회장으로 선출되어 2013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체육계활동과 함께 현재 경희대 스포츠지도학과의 교수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강의 중 ‘현대생활과 체육’은 전공을 불문하고 경희대 최고의 인기강의로 손꼽힌다고 합니다. 





체육학과 인문학의 콜라보레이션


교수님의 강의는 체육학과 인문학의 만남이라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동적인 학문인 체육학과 정적인 인문학을 함께 배운다는 점이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이 부분에서 교수님만의 철학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전병관 교수님은 이 두 학문이 ‘올바른 인간으로 향하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학교폭력이 우리사회의 문제로 떠오른 요즘, 그 해답을 체육활동의 활성화에서 찾고 있듯이 체육은 건전한 정신과 신체를 가꾸는 학문인데요. 인문학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수호지의 부제는 ‘108인의 제천 행보’이다. 하늘은 정의로움의 완벽함을 나타내는데 부제를 풀이 하면 ‘108인이 하늘을 향해가는 길, 아주 정의로운 길’을 말한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를 주제로 한 강의가 세계적 열풍을 불어왔듯이 정의란 과거에도 지금도 얼마든지 외쳐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정의를 습득할 수 있는 수단이 수호지, 그리고 고전을 읽는 것이다.”




대중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스포츠의 공정함과 결과에 승복하는 정의로움 때문입니다. 체육을 통해 정의를 몸으로 익히고, 인문학을 통해 머리로 이해한다면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학문의 바탕이 되는 고전(古典)


전병관 교수님은 특히 학생들에게 고전 읽기를 강조하신다고 합니다. 고전(古典)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작품을 말하는데요. 삼국지, 수호지, 사기열전을 비롯해 파우스트, 죄와 벌과 같은 세계적 고전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복숭아나무에 비유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좋은 복숭아나무의 종자를 얻어와 기르기 위해서는 본래의 재래종 나무에 접해야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종자라 하더라도 혼자 힘으로는 5년을 넘길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고전문학이 바로 재래종 복숭아나무의 역할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최근의 베스트셀러들은 흥미와 감동을 주지만 사상(思想)을 만들어 주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보편적이고 훌륭한 가치를 담은 고전문학은 모체가 되어 다른 책, 학문을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해요. 전병관 교수님은 강의를 통해 책과 멀어지고, 고전과는 더더욱 멀어진 젊은 세대에게 고전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낙제를 면하기 위한 독서에서 책에 대한 애착으로


전병관 교수님은 학창시절부터 운동선수로 활동해 학업과는 거리를 두었다고 해요. 그러나 중학교시절 당시 교장선생님께서 낙제를 면하려면 독후감을 3편씩 써 내라고 하셨기에 책을 접하게 되었다고 말했는데요. 이때 생긴 책에 대한 애착과 책을 읽는 습관들이 이후에 책을 가까이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어린 시절의 독서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그 이후 교육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학길에 올라 다양한 책을 접했다고 하는데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교수님이 만난 수많은 책들이 경희대 학생들의 사랑을 받는 명강의의 밑거름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단테의 신곡-지옥’편에는 지옥의 문에 “지금부터 너의 일체의 희망을 버려라.”라는 글귀가 써 있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 ‘아, 꿈과 희망을 버리는 것이 지옥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요. 교수님은 ‘단테의 신곡’의 이 문구를 메모해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전해주었다고 합니다. 이 책의 메시지를 직접 실천하기 위해,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데요. 젊은이들이 비록 많은 책을 읽지 않는다 해도 좋은 책을 읽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정보도, 지식도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도 변하지 않는 궁극적인 지혜를 말해주는 고전. 전병관 교수님은 무료할 때, 머리가 복잡할 때에도 고전을 읽으며 해소한다고 해요. 현재 나이나 세상경험에 따라 같은 내용도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교수님이 생각하는 고전의 매력이라고 하시는 체육계의 마이클 샌델, 전병관 교수님. 교수님의 바람처럼 고전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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