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9. 09:07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큰아들은 경영학과 4학년 초에 대기업 S 그룹에서 실시한 인턴시험에 합격을 했습니다. 전 계열사에서 1,000명의 대학 4학년 학생을 채용해서 7월 한 달 간 실습을 했습니다. 강남 한복판에 있는 높은 빌딩에 있는 최신식 사무실에서 근무해본 큰아들은 그 회사 인사팀에 합격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 됐습니다.
개강을 하고 함께 인턴을 했던 10명의 각 대학의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번 모여서 면접시험 공부를 했습니다. 한두 번 참석해 본 큰아들은 다른 사람들이 너무 자기를 노출하지 않고 남의 정보만 가져가려 한다고 참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인턴을 했던 학생들 중에서도 탈락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 당연한 일 같습니다.
큰아들은 재학 중인 학교 홈페이지에서 만난 취업준비생들과 ‘취업공부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 만나서 ‘모의면접’을 하면서 시험준비를 했죠. 학생들의 학점, 토익 점수는 모두 좋았고 큰아들만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로 외국에 다녀왔습니다.
부산의 집으로 전화를 할 때마다 큰아들은 같은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엄마! 나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너무 내세울게 없어요. 영어 집단토론에서 말을 한마디도 못할 것 같아요. 어학연수를 안 간 학생은 나밖에 없어요.”
나는 그 당시에 부산의 신도시에서 책 대여점을 하고 있었습니다. 책방에 온종일 혼자 있으면서 며칠을 곰곰이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책 대여점이 있는 상가의 모든 가게에 신문을 매일 모으러 다녔습니다. 그날 이슈가 된 기사를 주제로 쓴 칼럼과 논설문을 가위로 오려서 B4 용지에 풀로 붙였습니다. 스크랩한 신문은 중앙, 동아, 한국, 조선, 경향, 부산, 국제, 스포츠신문 등 7~8종의 신문입니다.
주로 경제, 사회 사건, 취업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입사시험에서 정치문제는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에 관한 기사는 스크랩하지 않았죠.
나는 마음 속으로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을 하지 못했으니 뭔가 비슷한 가치가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크랩한 신문기사를 보면서 면접시험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쌓는 것이지요. 저는 매주 월요일 스크랩한 신문기사를 우편으로 큰아들에게 보내주었습니다. 약 4개월간 매주 보냈습니다.
‘취업공부그룹’ 학생들이 낸 모의문제를 가지고 어떤 학생은 심사위원을 하고 어떤 학생은 응시자가 돼서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취업준비그룹’의 학생들은 모두 지원한 대기업이 달랐습니다. 일차 서류전형은 최소한 한 곳은 합격한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면접일이 되었습니다. 큰아들은 ‘전공면접’, ‘ 집단토론’, ‘영어집단토론’ 중에서 ‘영어집단토론’에는 몇 마디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주제를 정해준 ‘집단토론’은 잘 봤다고 했습니다.
인턴가점으로 다 똑같은 점수를 받았으나 최종 면접에서 인턴을 한 학생의 반이 떨어졌습니다. 어느 계열사는 인턴을 한 학생들이 모두 떨어진 곳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들은 S그룹에 당당히 입사를 했죠. 입사 후 면접을 같이 본 사원이 ‘집단 토론’에서 깜짝 놀랐다며 “말을 잘 하는 학원에 다녔느냐?“고 아들에게 물었답니다.
저는 신문의 기능이 여러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뉴스 전달, 정보제공도 중요하지만 저 같이 신문을 취업공부에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은 신문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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