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만나는 야생동물들
눈밭에 찍힌 고라니 발자국 “엄마, 어디 가?” 카메라를 메고 나서니 아이가 묻습니다. “고라니 발자국 찍으러.” “널린 게 고라니 발자국이지, 뭐.” 시큰둥한 아이의 대꾸를 들으니 슬며시 웃음이 나요. 고라니가 흔하디 흔해 이젠 별 관심거리도 못 되나 봐요. 처음 이곳에 이사 왔을 땐 고라니 엉덩이만 봐도 환호했는데 말이지요. 며칠 전엔 어미 고라니와 함께 먹을 걸 찾아 헤매던 조그만 아기 고라니를 봤어요. 겁 많은 눈망울에 가늘고 긴 다리, 화들짝 놀라 달아나던 예쁜 엉덩이... 눈 속에서 얼마나 배고플까 싶더군요. 농사철엔 콩순이며 고추순을 먹어치우는 골칫거리 고라니지만, 먹을 게 부족한 한겨울에 어린 새끼와 눈 쌓인 산과 밭을 헤매는 걸 보니 그저 안쓰러운 마음만 듭니다. 김장하고 남은 배춧잎이나..
2015. 12. 15.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