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베스트셀러 도서, 지금과 얼마나 다를까?

2014. 7. 25. 11:01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처_Flickr by ReneS


아날로그를 넘어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었던 2000년대는 문화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던 시기입니다. 개인 여가에 대한 열망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나의 삶과 남을 위한 삶에 대한 고민 그리고,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던 시기입니다. 이런 시대의 모습은 베스트셀러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럼 2000년대 베스트셀러 목록을 통해 우린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변화를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정말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상위권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 소설부터 역사서, 에세이, 여행책, 영어교재 등 딱히 현재 베스트셀러의 대세라고 할만한 책을 꼽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책들이 사랑 받고 있는데요. 2000년대 초기에는 지금과는 다소 다르게 소설의 강세가 눈에 띄었습니다.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연 2000년 국내에서는 경제비리 사건이 연일 일어나 제2의 경제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높았지만, 출판시장에서는 2년 동안 사라졌던 밀리언셀러가 네 개나 등장했을 정도로 호황이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국내에서 무려 300만 부가 팔린 <해리포터>와 105만 부가 팔리며 전국을 눈물어린 부성애로 감동에 빠지게 만들었던 <가시고기>가 있었습니다. 소설 외에도 미국산 자기계발서가 본격적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던 해이기도 했습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로 대표되는 미국 자기계발서는 언론에서의 집중 소개와 기업에서의 구매로 단번에 한 해를 대표하는 인기 도서가 됐습니다.


출처_알라딘 온라인서점


월드컵 4강 진출로 온 거리가 붉게 물들었던 2002년의 출판 시장은 2000년대를 통틀어 가장 이례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미디어와 책이 만나 엄청난 활기를 띈 것인데요. 영화화가 예정돼 있었던 ‘해리포터’ 시리즈가 개봉하면서 책은 무려 1,00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MBC ‘느낌표’의 코너였던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에 소개된 책들이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대표적으로 <괭이부리말 아이들>, <봉순이 언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였습니다. 책이 소개된 후에는 단기간에 몇 십만 부가 팔리기도 하자 이에 따른 공정성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기도 했죠.


2003년은 인터넷에서 소비되던 콘텐츠가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았던 시기입니다. 특히 인터넷소설과 지금의 웹툰격인 카툰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관심을 받았는데요. 본격적인 인터넷소설의 인기를 이끌었던 작가 귀여니의 <그 놈은 멋있었다>와 그 외 <파페포포 메모리즈>, <마린블루스> 등의 카툰 형식의 에세이가 새로운 문화흐름을 이끌었습니다.


출처_네이버 영화 ‘늑대의 유혹’ 스틸컷


또한 2003년은 출판 시장이 무너지는 원년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출판ㆍ인쇄진흥법’ 때문이었죠. 온라인서점 시장이 커지자 온라인서점에 최대 할인폭을 원가의 10%로 제한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서점은 정가판매를 해야 한다는 이 법으로 인해 마일리지와 경품으로 무장한 온라인서점이 크게 성장하면서 출판시장은 그야말로 혼란기에 접어들게 됐습니다.




2004년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통과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대한민국을 휩쓸며 그야말로 2004년은 그동안 곪아 있던 지역갈등과 당파싸움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파울로 코엘료’의 기나긴 여정의 과정을 담은 <연금술사><11분> 그리고 ‘댄 브라운’의 팩트와 허구를 동시에 담은 팩션이라는 독특한 장르인 <다빈치 코드>는 2004년 유일하게 밀리언셀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마치 현실에 대한 도피처로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에 빠져들고자 했던 것처럼 말이죠.


출처_알라딘 온라인서점


2000년대 중반부터 개인의 삶은 ‘성공’보다는 ‘행복’으로 관점을 옮겼던 때입니다. 경제성장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더 이상의 성장보다는 내 삶에 대한 가치를 우선시 여기던 현상이 책에서도 반영이 됐는데요. <마시멜로 이야기>와 <인생수업>, <배려>, <긍정의 힘> 등 행복을 이야기 하고 가르침을 전하는 일종의 치유서들이 인기를 얻었던 때였습니다.





2007년 출간한 한 권의 책은 행복을 나아가 ‘현명한 삶’을 살고자 하는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줬습니다. <시크릿>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그 해와 다음 해까지 연이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되었는데요. ‘수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이라는 부제는 그야말로 모든 국민들에게 필요했던 거였죠. 남녀노소 막론하고 모두의 마음을 뺏은 이 책은 본격적인 자기계발서 시대를 여는 시발점이 됐습니다.


출처_알라딘 올라인서점


또한 2010년 철학과 인문학에 대한 관심 증가와 신자유주의 시장에 대한 고찰 속에서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의 질문을 던졌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도 화제 속에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경제성장이라는 명목 아래 자존감 회복과 무한경쟁 속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는 이와 같은 ‘성찰’과 ‘자기계발’을 키워드로 한 도서로 몰리게 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2000년대 후반부터는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항상 토익교재가 있었다는 것인데요.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의 열풍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http://goo.gl/cD32mf


2000년대 후반부터는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의 장르가 무척 다양해졌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오히려 소설은 대중이 쉽게 찾지 않게 됐고, 조금 더 실용적인 학문 분야의 책이 인기를 끌면서 인문사회과학서 열풍이 불었던 시기였습니다.



오늘은 간략하게나마 2000년대 베스트셀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2014년 현재는 단연 인문학의 열풍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을 보면 그 사회가 요구하는 것과 시대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베스트셀러가 그 시대를 반영한다는 것은 결국 삶의 위안과 나아갈 길을 책에서 찾아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참고자료

네이버 캐스트 ‘베스트셀러 30년’ 

우리가 사랑한 300권의 책 이야기 베스트셀러 30년 (한기호 저, 교보문고,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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