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기록하는 또다른 단서, 고대유물

2014. 8. 26.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처_ pixabay by Simon



문자의 발명과 역사의 시작


‘문자(文字)’의 발명은 인류사의 큰 전환점입니다.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편리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쓰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생각과 기술을 유형의 형태로 남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가졌습니다. 수명이 100년이 채 되지 않는 사람이 자신의 모든 생각과 기술, 철학을 세상에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인류의 축복이기도 했지요. 그 이전까지는 사람이 사람에게 지식과 기술을 직접 전달하는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전달해줘야 하는 사람이 예기치 않은 사고로 죽거나 전달을 받은 사람이 부재할 경우를 늘 대비했어야 했었겠지요. 인류의 기원부터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시대를 일컬어 ‘선사시대’라 부르는 기준도 ‘문자의 기록여부’이지요. 문자가 발명되기 전 선사시대의 행적을 찾아보는 방법은 당시 사용된 도구와 유물뿐입니다.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이나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문명이 발생하고 본격적으로 ‘문자’가 사용되면서 수많은 지식과 기술이 기록되었고, 많은 것들은 지금까지도 전해져 현대문명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일어난 일들과 그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문자 이외의 ‘기록’들도 발견되기도 합니다. 단순한 상형문자나 그림을 너머 그 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하기에 놀라울 정도의 정교함을 갖춘 기록들도 존재합니다. 과연 과거엔 문자 이외의 방법으로 어떻게 기록을 남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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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선 유물, 오파츠(OOPARTS)


오파츠는 "Out-Of-Place ARTifactS"의 약자로 "시대를 벗어난 유물"들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그 시대의 기술로는 만들기 어려운 물건들을 말하지요. 지금껏 우연히 발견된 오파츠들이 많지만 사실 대부분은 쓰임새가 잘못 알려진 유물이거나, 누군가가 다른 의도로 위조를 한 경우들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오파츠는 안티키테라 기계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발명된 기계식 계산기의 일종으로 현존하는 유물 중 가장 오래된 과학적인 기계장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만큼이나 정교한 시계는 15세기가 되어서야 발명되었다고 하지요. 고대 그리스 시대에 발명되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정교하고 복잡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물건입니다. 크기는 315×190×100mm 정도이며 복잡한 32개의 톱니바퀴로 구성된 기계입니다. 태양, 달, 행성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장치라고 알려져 있으며 4년에 하루 정도 날짜가 늦게 돌아가게 설계되어 1년 365일을 정확하게 맞추는 기능도 있었다고 합니다. 발견된 유물을 다시 재현한 것을 살펴봐도 정말 놀라운 기술을 보여줍니다. 당시의 천문학적 지식과 기계제작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유물이지요. 문자는 아니었지만 당시를 잘 기록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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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진위여부가 아리송한 ‘이카의 돌’


1966년 페루의 이카에서 발견된 ‘이카의 돌’은 돌에 특이한 문양이 새겨진 유물입니다. 상당히 정교하고 복잡한 문양 때문에 오파츠의 일종으로 여겨졌던 유물이었지요.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된 이 유물은 이카대학의 외과의대 교수이자 아마추어 고고학자인 하비에르 카브레라 다르케아 박사가 연구를 하게 되어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유물은 페루 정부의 공식적인 발굴 조사를 받았는데, 발견했던 농부가 조작한 유물로 밝혀지면서 오파츠로써의 지위도 잃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연구했던 카브레라 박사는 수많은 돌에 조각을 일일이 새기는 일은 한 사람이 하기에 불가능한 일이고, 다양한 문양을 새기기 위해서는 그만큼 폭넓은 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조작설에 대한 반기를 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돌의 문양을 살펴보면 공룡이나 제왕절개를 하는 장면으로 추정되는 문양 같은 것들이 있었다고 하지요. 학계에서는 이카의 돌은 조작된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그 중 일부는 실제로 아주 먼 옛날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합니다. 정확한 역사로 남아있지 유물인 이상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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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남기고 싶은 인간의 본능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 말이 있지요. 그만큼 사람은 누구나 나 자신을 세상에 남기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문자가 발명되기 훨씬 전에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유한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언젠간 한 줌의 재로 바뀔 나를 대신에 이 세상에 오랫동안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이 하나쯤은 있었을 겁니다. 그런 집념들이 모여서 오파츠와 같은 시대를 뛰어넘은 유물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렇게 본다면 문자를 넘어 디지털 세계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참 행복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주 다양한 첨단의 방법으로 나 자신을 남길 수 있는 길이 아주 많으니까요. 매일 보는 신문도, 서가에 꽂힌 수많은 책들이 오늘따라 더 소중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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