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 어른들 때문입니다!

2014. 10. 28. 13: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우리가 처음 책 읽기를 접하는 건 언제일까요? 지금은 기억마저 희미해진 아주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읽어주신 책이 처음 우리가 접한 독서일 것입니다. 이제는 TV 속 모습을 통해 기억할 수도 있는데요. 최근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프로그램을 보면 연예인 송일국을 비롯한 슈퍼맨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시간은 아이의 정서 안정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하지요. 이는 이미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어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위해 꼭 실천하는 습관 중 하나라고 하는데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아빠와 엄마의 모습들은 이제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서의 자유를 보장해주세요

 


어린 시절 부모님의 다정한 책 읽기를 통해 접하게 된 독서는 초등학생이 되면서 자유로움과 함께 좋아하는 책을 접하게 되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 기기를 통해 책 읽기보다는 시각적 영상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을 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아이들 교육에 관심을 두는 많은 부모들은 여전히 ‘책 읽기’를 제일 먼저 선택합니다.


독서에 흥미를 붙인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다니며 대체로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누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환경은 아이들의 독서량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쉽게 잘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되지요. 만화책이나 그림이 많은 책을 읽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던 때가 바로 이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유년 시절을 회상하는 분들 중에는 그냥 읽는 것이 좋아서 책을 많이 읽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분들도 꽤 있을 듯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독서량은 심각하게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완만하게 내려가면 ‘아, 조금씩 읽을 시간이 줄어드는구나. 그래도 꾸준히 책은 읽고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급격하게 확 내려가 버리기 때문에 ‘독서를 하지 않는 아이가 심각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게 되지요.



 권장도서 목록은 이제 넣어두세요

 


그렇다면, 왜 갑자기 아이들의 독서량은 급경사로 하강곡선을 그리게 되는 걸까요?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저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족하던 것을 넘어 어른들이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이 하나 둘씩 늘어가기 때문인데요, 이런 요구들은 아이가 책을 읽는 것을 하나의 취미 활동이나 놀이로 생각하지 않고, ‘반드시 해야 하는’ 하나의 의무이자 학원에서 하는 공부처럼 재미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곤 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더라도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간섭하지 않습니다. 그 시절에는 그냥 읽는 것에 재미를 붙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조금씩 학년이 높아져 갈 때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아이들이 읽는 책에 제한을 두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제한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청소년이 읽어야 할 권장도서 목록’이라는 프린터입니다. 어떤 책을 읽을 때마다 그 권장도서 목록에 있는 책을 읽으라고 하고,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에서도 그 목록에 읽는 책을 한 권 선택해주기까지 하는데요, 심지어 독서 감상문까지 A4 1-2장 분량으로 써오라고 하며, 재미있었던 책 읽기를 한 순간에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 세상에서 억지로 하는 일만큼 재미없는 일이 있을까요? 재미있게 스스로 하고 있던 일에 어른이 ‘이것 해라’, ‘저것 해라’ 간섭하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금방 그 일에 질려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저 자유롭게 하는 일에 쓸데없이 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귀찮다고 느끼기 시작하고, 잔소리까지 듣기 시작하니 ‘아, 이 일은 내가 싫어하는 일이구나. 그래서 이렇게 시키는 거구나’하고 생각해버리게 되지요.


그래서 아이들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책 읽기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버리곤 합니다. 어릴 때에는 마냥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점점 재미있다는 느낌보다는 어른이 요구하는 책을 읽으면서 일정 분량의 독서 감상문까지 써야 하니까요. 여러분들도 누가 억지로 정해놓은 책을 건네며, 언제까지 읽고 감상문까지 정해진 분량만큼 써오라고 하면 즐겁게 책 읽을 마음이 들까요?



 내가 펼치면, 아이가 따라서 읽게 됩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독서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책을 읽고 싶어질 때 언제든 읽으면 되는 것이고, 독서 감상문은 책을 읽으면서 ‘감동’하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쓰게 되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책의 저자가 독자에게 그 가치를 전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 스스로 그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독서력을 늘려가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어른은 아이가 스스로 그것을 터득하는 것을 참을성 있게 기다리지 못합니다. 언제까지고 만화책만 읽을 것 같아 어른이 읽어도 어려운 책으로 채워진 권장 도서 목록을 건네주며 여기에 있는 책을 읽으라고 하지요. 그리고 논술 시험이나 대학에 들어갈 때 도움이 된다며 독서 감상문을 쓰라고 합니다.


절대 옳은 방법이 아닙니다. 독서 감상문을 쓰는 이유는 자발적인 동기가 있어야 하고, 책은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이 있어야 하지요. 누군가 시켜서 한다는 것에는 쉽게 재미를 붙이지 못합니다. 오히려 싫증만 강하게 느낄 뿐입니다. 아이들의 독서량을 늘리고 싶다면, 아이에게 독서를 할 때 자유를 주어야 하지요. 그리고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아침 독서 방안에는 ‘좋아하는 책을 읽게 한다’, ‘그냥 읽게 한다’라는 방침이 있습니다. 우리도 그 점을 명심해야 하는데요, 좋아하는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돕고 억지로 무엇을 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책을 읽게 하면서 부모님이나 선생님도 함께 아이와 책 읽는 시간을 가진다면, 그 효과는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함께 하는 일이 되면서 혼자서는 책을 읽지 않았던 아이도 자연스럽게 책을 잡게 되지요. ‘책 좀 읽어라!’라는 잔소리보다는 어른들이 책을 펼쳐 읽고 있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어떨까요?


내가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친구가 늘어나게 되고, 내 아이도 나를 따라서 책을 읽게 되곤 하지요. 크게 어떤 책을 읽으라고 간섭하지 않더라도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점점 다양한 책을 읽게 되기 마련입니다. 책 읽기는 그렇게 시작해서 점점 그 깊이를 깊게 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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