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뒤바뀐 ‘다독’, 실용적 독서법은 올바를까?

2014. 11. 4. 13: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처_ phawker  



책을 읽으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책보다 경험을 주장하는 사람도, 책을 읽으라고 추천하지 않는 사람도 책이 이롭다는 것에 대해서 부정하진 않죠. 하지만 책을 읽을 때, 한 권의 책만 읽는 사람만큼 위험한 사람도 없습니다. 편협한 생각에 빠지기 쉽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쉽게 치우칠 수 있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다독’이 있습니다. 많은 책을 읽어 습득한 지식과 간접경험은 어디로 치우치지 않는 올바른 판단력을 길러줍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다독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독서법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실용적 독서법’인데요. 기존의 ‘다독’과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다독’, 많이 읽는 것의 의미


‘다독’은 많은 책을 읽는다는 의미입니다. 성직자이자 시인이었던 조지 허버트는 “책을 한 권만 읽는 자에게 화가 있으리라!”는 말로 편협한 사고를 경계하며 다독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여기서 다독을 한다는 것은 그저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주장을 읽고 감명 깊었을 때, 그 주장과 비슷한 논점의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반대의 이야기를 읽으며 객관적인 시선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죠. 정반합이라는 말처럼 반대의 주장을 읽어가며 그 주장들을 본인이 가치판단하고 둘 중 더 옳은 주장을 받아들입니다. 이런 과정이 온전한 사고를 하는 것이며, 다독을 하는 이유입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다독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하나는 편협한 시선에 사로잡히지 않게 하려는 목적입니다. 다른 하나는 셀 수 없이 변하는 세상 정보를 찾아 빠른 속도로 변하는 문명을 쫓아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서죠. 얼마 전까지 ‘분명히 옳다고 여기고 분명히 맞다’는 이론이 오늘에 와서 갑자기 틀린 이론이라면서 반박하며 다른 이론이 나옵니다. 단순히 이론을 뛰어넘어 과학적인 발견과 실험검증을 통해 완전히 뒤집히는 일도 발생하죠. 이러한 것은 지난 책 속에서는 알 수 없죠. 그래서 새로운 책을 읽어서 부족한 지식을 채우는 목적으로 다독이 필요합니다.



출처_ salon  



 ‘다독’은 중요하지만, ‘실용적 독서법’은 과연? 


하지만 ‘다독(많이 읽는다)’이 좋다는 이유로 ‘다독(많이 읽는 것에만 치우친)’에 함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실용적 독서법이라고 하여 독서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알려주는 각종 독서법인데요. 요즘 같이 바쁜 현대인에게 큰 유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책 읽을 시간이 없지만, 책을 읽는 만큼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죠.


이런 실용독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책에서 중요한 핵심만 콕 집어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지 방법도 알려주는데요. 책의 글씨를 하나하나 읽는 것이 아니라 핵심 사항을 빠르게 습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방법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시간을 벌 수 있다!’입니다. 일 년 동안 한 권의 책을 읽을 것을 열 권 읽을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는, 그만큼의 지식을 더 짧은 시간에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받아드려집니다. 그래서 365일 동안 365권을 읽는 프로젝트도 있고 1년에 수 백 권을 읽은 사람도 등장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실제로 한 사람들에 대한 실행력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과연 이런 독서방법이 올바른 독서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깁니다. 필자의 경우 2~3일에 한 권 정도를 읽는데, 실제로 하루에 한 권을 매일 같이 읽는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출•퇴근시간과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서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이 할 수는 있지만 쉽지 않죠. 


지금도 다양한 책들이 많습니다. 어려운 책, 쉬운 책, 이해하기 난해한 책 등등. 모든 책들이 하루에 한 권을 읽을 정도는 아니죠. 어떤 책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며칠 걸리는 책들도 있습니다. 필자만의 현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학식이 있다고 일컫는 사람들도 하루에 다 읽지 못하는 책이 있죠. 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아 그 책들을 며칠씩 읽는 것이 아니라 책 자체가 주는 경험이 하루에 다 읽을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작정하고 하루 종일 책만 읽으려 하는 사람도 이런 책을 만나게 되면 도저히 하루에 다 읽지는 못하죠. 이렇게 보면 앞의 방법이 ‘과연 독서의 본 목적에 맞는 방법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처_ lifehacker   



 빨리 읽는 독서를 통해서 ‘진정한 독서의 의미’ 돌아보기


다독은 중요합니다.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독(많이 읽었다 보여주기)을 위한 다독(빨리 많이 읽기)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실용독서법을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지식의 확장을 얻고 시간을 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짧은 시간에 책의 내용이 들어오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는 간증도 하고요. 시도조차 해 본적이 없는 저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경험이지만, 책을 읽는 이유를 볼 때 수긍할 수 없는 독서방법이라 찬성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실용독서법은 특별한 지식만 습득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훌륭한 독서방법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독서의 참 맛을 알지 못하고 필요한 것만 쏙쏙 빼 먹는 현대인들의 참을성 없는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어 보이는데요. 빠른 시간 내에 필요한 부분만 습득하는 지식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책을 평소에 읽지 않던 사람에게 이런 독서방법은 독서의 양과 질에서 만족감과 포만감을 안겨줄지 모릅니다. 하지만 오래도록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고 독서를 통한 지식의 습득과 사고의 확장에서는 불완전한 절름발이를 양산할 가능성이 큽니다. 



출처_ aroomofourown



빨리 빨리 문화는 한국을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른 속도로 발전시킨 원동력이지만, 반대급부로 엄청난 피해와 부실을 양성했습니다. 실용 독서법도 그런 상황이 도출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됩니다. 아직까지 실용독서법으로 일정 이상의 수준을 이룩했다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 이상의 수준을 이룩한 사람은 보지 못한 듯합니다. 그 독서법을 가르치는 사람들도 독서방법을 알려주고 실천하고 있어 보여도, 그의 지식과 사고의 수준은 (타인의 수준을 논한다는 것은 너무 위험하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받아들여 그 이상의 성취를 이룩하지는 못한 듯 보입니다. 그 방법을 배운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청출어람은 아직까지 없어 보입니다.


"많이 읽어라. 그러나 많은 책을 읽지는 말아라.“


벤저민 플랭클린의 이야기는 유념해야 할 말입니다. 독서를 하는 이유가 많은 책을 읽는데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바로 진정한 독서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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