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프랑스까지 진출한 미국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

2014. 11. 12. 13:00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출처_ itespressowhats-on-netflix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업체인 넷플릭스(Netflix)가 드디어 프랑스에 상륙해서 지난 9월 15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유료로 동영상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넷플릭스는 미국은 물론 네덜란드, 영국, 북유럽 국가 등에서 이미 5,000만 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입니다. IPTV, 모바일 인터넷과 만나 프랑스 방송시장에 큰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답니다. 오늘은 다독다독에서 그 내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긴장하는 프랑스 업계


프랑스에서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동영상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기기와 절차는 매우 간단합니다. 우선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거나 모바일 기기,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회원 가입합니다. 그러면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동영상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의 경우 직접 사이트에 접속해 가입 후 이용하게 되죠. 한 달 정액제로 이용하게 되는 서비스는 콘텐츠 화질과 사용 등록기기 수에 따라 요금이 다르게 책정됩니다. 이로써 프랑스에는 유료 무제한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넷플릭스와 카날플레이 양대 산맥으로 나뉘게 됐습니다. 



출처_ telecomtv  



한편, 넷플릭스의 영향은 다방면에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영상 제공 플랫폼과 영화•픽션 중심의 유료채널(Ciné+ ou Orange Cinéma Séries)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제작사들은 넷플릭스에도 다른 프랑스 방송사들에게 부과되는 의무 사항인 프랑스 영상물 제작 지원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콘텐츠 배급사들의 입장에서 넷플릭스의 등장은 전혀 반갑지 않은 소식이죠. 그래서 카날플뤼스, TF1 등의 기존 업체들은 유료 동영상 서비스를 새롭게 편성하거나 준비 중입니다. 또한, 넷플릭스 서비스 시작에 대한 반대급부로 콘텐츠 상업화에 대한 최대 이용권 등을 요구하고 있답니다. 또 다른 영향으로는 콘텐츠 이용권료 상승이 전망됩니다.



출처_ flatpanelshd



 동영상 시청 환경이 빨리 변화한다!


사실 넷플릭스 경영진은 지난 3월부터 당시 문화•커뮤니케이션부 장관을 비롯한 관련 기관장과 만남을 이어가면서 프랑스 서비스 관련 조건을 타진해왔습니다. 넷플릭스는 결국 인터넷과 초고속 인터넷 통신사 박스를 통해 접속할 수 있는 방식을 모두 선택했으며, 지사는 네덜란드에 설립해 운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프랑스 방송사들이 내야 하는 세금을 적게 부과 받고 프랑스산 영상물 제작 투자 의무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재 프랑스 방송사들은 동영상 서비스를 통한 수익의 15%를 유럽산, 그 중 12%는 프랑스산 영화와 픽션 제작에 투자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프랑스 상륙을 두려워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거대 기업이 진출하면서 프랑스의 문화적 정체성이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랍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프랑스산 픽션 40%, 유럽산 픽션 60% 의무 노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넷플릭스가 프랑스 진출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던 당시, 오헬리 필리페티 장관 역시 프랑스의 디지털 주권, 문화적 주권을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미 다른 유럽 국가에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통신회사인 오헝쥐 역시 프랑스에 침입하는 넷플릭스의 트로이 목마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죠. 또다른 통신회사인 뉘메리캬블 역시 넷플릭스의 진출에 맞서 자사의 인터넷 박스를 업데이트하면 가입자들에게 무료로 픽션을 무제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출처_ courrierinternational 



여러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의 등장이 프랑스 방송 시장에 가져오는 변화 외에, 시청자들의 텔레비전 소비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물론, 넷플릭스 이전에도 방송 프로그램 다시보기 서비스, 동영상 서비스는 존재해 왔으며, 전문가들은 점차적으로 텔레비전 소비 방식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해왔는데요. 특히, 20~40대는 다시보기 서비스,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도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습관적인 텔레비전 시청은 줄어들고 있으며, 사용자가 편한 시간대에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 만큼 시청하는 방식이 주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텔레비전은 프랑스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미디어로, 지난 2013년 메디아메트리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평균적으로 일일 3시간 46분을 텔레비전 시청에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대를 거듭하면서 텔레비전 시청 시간은 줄어들 것이고, 텔레비전 프로그램 소비 방식도 직접 방송 편성 시간대에 맞추어 시청하는 것이 아닌 시청자 중심의 소비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입니다.



출처_ parade  



이미 IPTV를 이용한 다시보기 서비스 이용 시간은 3시간 46분 중 7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는 측정이 어려워 메디아메트리 역시 정확한 통계를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20~30대에게서는 텔레비전, 모바일, 유튜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방송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어 가고 있죠.


전문가들은 거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로 알고리즘을 이용해 개인의 취향에 맞춰 회원이 좋아할 만한 동영상을 추천해주는 넷플릭스의 등장은 이러한 개인화된 텔레비전 시청을 매우 빠른 속도로 정착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즉, 현재 고연령 세대의 시청 습관과 스포츠 생중계 및 저녁 메인 뉴스 정도를 제외하고는 텔레비전 시청은 개인화된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화된 텔레비전 시청이 사회문화적 다양성과 정치적 다원성을 주요 방송 정책으로 삼고 있는 프랑스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죠. 시청각최고위원회의 슈라멕 위원장은 “개인화된 텔레비전 소비는 개인을 개인적 공간에 묶어두고 개인적 공간을 확대하는데, 이러한 논리는 우리의 집단적 논리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출처_ mustangexpressonline   



 주목 받는 프랑스 정부의 정책


어찌됐건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지난해부터 이미 여러 방송사들과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들이 반대하던 넷플릭스의 프랑스 시장 진입은 현실이 됐습니다.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하는 프랑스 정부라고 해도 탈규제화되고 세계화된 오늘날의 문화산업과 시장 환경에서 빗장을 걸어 닫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각최고위원회는 물론 문화•커뮤니케이션부에서도 넷플릭스의 프랑스 진출을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만큼, 넷플릭스의 프랑스 정착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입니다. 프랑스 정부가 넷플릭스 진출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프랑스 방송 업체, 프랑스의 문화 저작물, 문화 정체성, 다양성 원칙 등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대처할지 무척 기대됩니다.



ⓒ 다독다독


위의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10월호>에 실린

최지선 파리2대학 박사과정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