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머릿속에 아이디어 킬러가 살고 있다

2014.11.14 13:00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출처_ [김중혁이 캐는 창작의 비밀] (4) 직관을 만드는 습관 / 2014.11.10. / 한국일보



사무실에서 서류를 다루다보면, 이전에 자신이 경험했거나 관찰했던 것들이 스치듯이 지나가면서 영감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몇 페이지 보고서를 만들지 내용은 어떻게 들어갈지 정리가 되어 머릿속에 그려지죠. 이렇게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과거의 경험으로 떠오르는 것들을 ‘직관’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직관은 창작을 하는데 아주 중요한 토대가 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직관’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일보에서 발행하는 <김중혁이 깨는 창작의 비밀>을 통해서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아이디어는 함게 물을 주고 키우는 나무 같은 것


지난 회에 이어 카피라이터 김민철 씨에게 들은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디어는 함께 물을 주고 키우는 나무 같은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은 함께 모여서 일을 하죠. 그래서 아이디어를 내고 살을 붙이고 떼어내면서 새로운 형태로 변해갑니다. 그러한 과정을 ‘나무에 물을 주는 것’이라 이야기 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좋은 아이디어들은 처음부터 위대했을 것’이라고 착각해요. 하지만 우리가 본 위대한 생각들은 다 완결형이에요. 처음에 나온 그냥 ‘괜찮다’라는 아이디어에 물을 주고 영양분을 주고 햇볕도 쪼여주면서 키워가는 모든 활동을 거치는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에요. 그러니 머릿속에 떠오른 새싹을 죽일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머릿속에 떠오른 새싹을 죽이지 않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머릿속에는 무엇인가 마음껏 떠오르는 아이디어의 창고도 있지만, 그것만큼 두더지 게임처럼 쥐어박는 ‘새싹 킬러’들이 있으니까요. “겨우 이 정도야?” “확실해?” “아닌 것 같지 않아?”라는 말들로 막 나온 새싹들을 쥐어박습니다.


그래서 새싹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 믿음을 키울 수 있을까요? 생각을 조금 바꾸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문제가 주어지면 정답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직 정답을 찾지 못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엔 이미 정답이 나왔는데 계속 노력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정답을 저기 위에다 적어놓고 다른 답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감’ 혹은 ‘직감’입니다. 김민철 씨가 회사에서 배웠다는 것도 바로 ‘감’입니다.



출처_ simonettapozzati  



  선택을 옳게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다!


김민철 씨는 오늘은 뭘 또 배우게 될지 생각하면 신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박웅현 팀장이 했던 자주 한다는 말을 알려주었는데요. 바로 ‘선택도 중요하지만,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다.’라는 말이죠. ‘이게 내 답이야’라고 이야기했으면, 그걸 정답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죠. 아이디어를 선택했다면, 허공에 떠 있는 아이디어가 땅에 붙을 수 있게 받침대를 만들어주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한 줄의 카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의 깔때기 그림으로 설명해주었습니다. 우선 수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책상 위에 올려놓죠. C라는 생각, B라는 생각, A의 문장, F라는 노래, 8이라는 사람의 말…, 이 모든 것이 한 줄의 카피라는 깔때기를 통과하는 것입니다. 김민철씨가 강조하는 것은 한 줄의 카피 뒤에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한 줄의 카피가 세상에 발 딛고 서 있게 하려면 지지대를 세워줘야 하겠죠? 그래서 C라는 생각이 다시 재활용되기도 하고, 의외의 생각인 ㅈ이 다시 떠오르기도 합니다. 카피 이전의 작업이 감으로 하는 것이라면, 카피 이후의 작업은 논리적인 작업인 것이죠. 이러한 논리적인 작업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출처_ yaleseattle



생각의 새싹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감이 필요하다고 했죠. 그런데 믿음과 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창작을 앞둔 수많은 사람은 지금도 이렇게 묻고 있을 것입니다. “이게 좋은 생각일까.” “이 소재로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이걸로 그림을 그리는 게 좋을까.” “이걸로 광고의 핵심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을까.” 어마어마한 아이디어로 소설을 쓰는 스티븐 킹은 자신의 창작론 ‘유혹하는 글쓰기’에 이렇게 적어놓았습니다.


“이 세상에 ‘아이디어 창고’나 ‘소설의 보고’나 ‘베스트셀러가 묻힌 보물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설의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허공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소설가를 찾아오는 듯하다. 전에는 아무 상관도 없던 두 가지 일이 합쳐지면서 전혀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설가가 해야 할 일은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막상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이 좋은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는 ‘좋은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소설가의 근육을 키우는 피트니스 가이드 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알아차리는 능력’은 소설뿐 아니라 다른 모든 장르에도 필요한 능력이니까요.



출처_ relentlessgrace  



 직관을 키우는 습관은?


결국 직관이란 경험과 관찰에서 나오는 것이고 경험과 관찰의 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창작에 필요한 것은 ‘영감’이지만 영감을 만들어내는 것은 경험과 관찰이고, 경험과 관찰을 만들어내는 것은 습관입니다.


카피라이터 김민철 씨에게는 ‘배우는’ 습관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습관은 무엇이든 배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에너지로 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녀는 뜨개질을 배웠고, 사서삼경과 맹자를 배웠고, 도자기를 배웠습니다. 무엇이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회사에 와서도 계속 됐죠. 지금은 열심히 회의실에서 광고를 배우는데요. 회사 일이 끝나면 곧바로 맹자를 배우러 가고, 도자기를 배우러 갑니다. 


직관이라는 것에 대한 일화도 4년째 배우는 도자기 수업에서 만났다고 하는데요. 물레를 이용해서 중심 맞추는 게 힘들다고 합니다. 그러다 그 모습을 선생님이 보고 ‘다시 보여줄게요, 잘 봐요’하고 처음부터 설명을 해주는데 갑자기 알겠더랍니다. “와, 저는 10개월 동안 이것도 모르고 물레를 돌린 거네요.”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10개월 동안 물레를 돌려봤기 때문에 이걸 깨닫는 거에요.”라고 했다고 합니다. 



출처_ startups  



어떤 경험은 창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어떤 경험은 창작에 간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도움이 되지 않는 경험이란 없습니다. 그걸 도움으로 받아 들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김민철 씨의 팀에는 다양한 팀원이 있습니다. 평소의 습관도 다르죠. 김민철 씨는 책을 보고 공연을 보고 다양한 것을 배웁니다. 어떤 팀원은 광고 영상을 수집해서 그걸 계속 들여다보죠. 어떤 팀원은 책 읽는 걸 무척 싫어하지만, (팀장님이 낸 책도 읽지 않는 용자!) 회의 때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팀의 호흡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지난 회에 김민철 씨가 질투 없애기 비법을 알려줬다고 했는데, 그건 좀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회의실에서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공동의 재산으로 여기고, 함께 물을 주어 키워낸다고 했는데, 그런 완벽한 회의실에서도 질투가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남과 달라야 하고, 남보다 더 나아야 하는 존재니까요. 저는 창작자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무시무시한 적이 바로 ‘질투’와 ‘시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은 엄연히 다릅니다.) 어떤 질투와 시기심은 창작자에게 커다란 동기부여를 주는 반면, 잘못된 질투와 시기심은 창작자를 뿌리째 썩게 만들죠.


김민철씨가 화두를 던진 질투 이야기를 하기 위해 가장 솔직한 장르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질투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장르, 가장 원초적인 장르가 무엇이 있을까요? 저를 그대로 드러내며 제 자신에게 가장 충실한 장르가 뭘까요? 저는 그게 ‘힙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함께 만드는 영화가 스테이크의 ‘웰던(well-done)’이라면, 힙합은, 그 중에서도 랩은 가장 ‘레어(rare)’한 장르가 아닐까요? ‘나를 표현하는 방법’과 ‘상대를 존중하는 법’과 ‘질투와 시기를 이겨내는 방법’을 (제가 생각하는) 한국 최고의 래퍼에게 물어았습니다. 그 래퍼의 이름은…, 이런, 원고량이 넘쳐서 다음 회에 계속. 



위의 내용은 한국일보에 연재 중인 김중혁 작가의 <김중혁이 캐는 창작의 비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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