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달에 따른 미디어 환경의 변화

2015. 6. 18.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기자가 좋은 글과 사진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대부분 기자의 양심과 기자 정신 같은 정신적 가치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신적 가치가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높은 상부 구조적 가치보다 저변에 깔려있는 기술 같이 하부적 바탕이 때로는 더 많은 것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진의 발달로 뒤바뀐 전쟁상황


매스 미디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쟁의 불쏘시개가 되어 전쟁을 키우기도 하고 때로는 전쟁의 참혹성을 알려 반전 운동을 이끌어 내 전쟁을 끝내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대적 상황으로 기자 윤리가 크게 높아지거나 특정 시기에 기자 윤리가 땅에 떨어져서가 아니었습니다. 기자 윤리와 무관하게 당시 기술 수준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사진이 발명 되기 전에는 글만으로 전쟁의 참상을 알려야 했습니다. 신문을 읽는 독자는 나와는 먼 소설 속 이야기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멀리서 일어나는 전쟁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얻지 못 해 신문은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이 개발되면서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크림전쟁 당시 영국 종군 사진사 로저 펜튼이 찍은 사진입니다. 한가롭게 포즈를 취한 모습으로 전쟁의 참상은 알 수 없습니다.


미디어가 본격적으로 전쟁 상황을 사진으로 찍어 대중에게 알린 최초의 전쟁은 러시아가 터키를 상대로 1853년에 일으킨 크림 전쟁(crimean war)입니다. 1839년 구리 판을 이용한 루이 다게레의 다게레오타이프 촬영술이 발명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습니다. 그 시절 카메라는 화질은 낮아 멀리서 찍기 어려웠으며, 이동하기 불편했고,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사진 찍을 장면을 설정한 후 찍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총알과 포탄이 난무해 피를 흘리면 사람이 죽는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병사에게 멋지게 총을 쏘는 자세를 취해 달라고 부탁하고 찍었으며, 포탄이 날아가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사진이 아니라 병사들이 멋지게 포탄을 발사하려고 하는 장면을 연출 후 찍었습니다. 당연히 사진은 전쟁의 참상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군대의 멋진 모습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변질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쟁은 멋진 것으로 포장 되었습니다. 미디어는 전쟁을 확대하는데 큰 공헌을 하게 되었습니다.


네이팜 탄에 화상을 입고 폭격을 피해 달아나는 베트남 소녀, 전쟁의 참혹상을 전 세계에 알진 사진입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에서 미디어는 전쟁을 끝내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사진기가 작아지고 선명하게 찍을 수 있게 되면서 연출이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사진기가 가볍고 작아져서 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되었으며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혹한 전장으로부터 가까운 거리에서 전쟁의 잔인성을 전할 수 있는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전쟁의 참 모습을 알 수 있게 되었고 역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반전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전쟁을 미화하는데 앞장서게 된 미디어


하지만 기술이 더 발전하자 정 반대의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실시간으로 TV를 통해 전쟁의 모습을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각적으로 다양한 효과를 추가 할 수 있게 되면서 오락적 효과와 정보적 효과를 추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술을 가장 잘 이용한 미디어는 CNN이었습니다. CNN은 걸프전 때 바그다드에서 전쟁을 게임과 스포츠처럼 생중계하는 초유의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20만명이 죽었지만 전쟁의 잔인함은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게임처럼 수 많은 미사일이 날아가 정확하게 목표물에 명중하는 장면과 여기에 더해진 그래프 같은 다양한 시각적 효과와 무기 사양 같은 다양한 정보 데이터로부터 일반 대중은 미국의 발전 된 무기 기술과 이를 전하는 미디어 시스템에 감탄 할 뿐 수 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고통은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화려해진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미디어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채 전쟁을 미화하는데 본의 아니게 앞장 서게 되었습니다. 


1990년 발생해 과거보다 인권 의식이 크게 높아 진 현대에,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찾아 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약 10년 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수행 할 때도 여론의 큰 반대 없이 전쟁을 치를 수 있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단지, CNN은 기술의 발전을 통해 과거 어떤 매체보다 전쟁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전달했을 뿐이지만 미디어의 역할은 다하지 못했습니다.


중소 언론사에 불과했던 CNN은 안방에서 편하게 전쟁 상활을 실시간 감상 할 수 있게 해 주면서 세계적 방송사로 성장했습니다.



진정한 미디어의 역할


언론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 해 우리 사회에 담론을 만들 수도 있고 사라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여론의 방향까지 바꿔 정치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언론은 민주주의 근간입니다. 하지만, 요즘 미디어는 자극적인 연예 뉴스와 선정적인 글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내용을 선방위로 노출 하고 있으며, 이런 기사에 악플을 쓰며 남을 비방하는 것이 일상적인 사회가 되었습니다. 포털의 선정성은 가속화 되고 있으며 미디어의 공익성은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포탈은 선정적인 글로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입니다. 뉴스캐스트라는 이름으로 운영을 신문사에게 넘기고 뒤로 빠져 선정성 시비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이런 모든 책임을 기자들의 책임으로만 몰아 기레기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의 양심과 윤리가 과거에 비해 더 혼탁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설사 혼탁해졌다고 해도 그들이 원한 것이 아니라 기술의 변화와 시스템의 변화로 변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기자들이 기레기라고 비판 받는 이유는 기자들의 변화 때문이 아닌 기술의 변화와 기술로부터 파생 된 시스템 때문입니다. 


기자정신과 양심의 실종만 한탄 할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발달에 따른 미디어 환경의 변화, 그리고 영향을 받는 여론과 민주주의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