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점에 선 저널리즘의 ‘SNS 윤리’

2015. 6. 19. 13:45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다양한 뉴스 접촉 통로…매스미디어, 포털, 그리고 SNS


우리나라에서 이용자들이 뉴스를 주로 접할 수 있는 경로는 대략 3가지로 모아지는 듯합니다. 첫째 전통적인 종이신문과 방송 등 매스미디어라 불리는 기성 매체, 둘째 상당수의 언론사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의존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 셋째 SNS와 같은 소셜 미디어입니다. TV가 선전 중이긴 하지만 매스미디어 전체로 보면 이용률이 예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습니다. 포털에 접속해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가 개별 언론사의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하는 이용자들보다 많습니다. SNS 활용은 시작 단계에 있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언론사들마다 SNS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잠재력이 다분합니다.


포털 중심 유통 구조 속에서 다른 길은 없나?


IMF 전까지만 해도 매스미디어는 가판대나 신문보급소, 가정에 비치된 TV나 라디오로 뉴스라는 상품을 자신들만이 소유한 유통 경로로 ‘직판’해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20세기 말부터 휘몰아친 디지털 열풍은 20년 만에 저널리즘 축을 거세게 뒤흔들고 있습니다(최근 1~2년 사이에 유수의 해외 연구소와 신문사가 ‘위기’와 ‘혁신’을 부르짖는 보고서—‘립타이드’와 ‘혁신’—를 잇달아 내놓기도 했죠). 포털이 디지털 콘텐츠 유통 지형의 강력한 포식자로 등장하면서 기성 언론의 자부심이었던 뉴스가 싼값에 포털에 ‘납품’됩니다. 온라인에서만 뉴스를 제공하는 독립형 인터넷신문이 지난 10여 년 동안 급증하면서 포털에서 이용자에게 선택되기 위한 뉴스의 ‘자리 경쟁’은 큰 신문사건 작은 인터넷신문이건 너나할 것 없이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어뷰징과 선정적 뉴스가 그 부산물입니다.



SNS가 뉴스거리로, 이용자와 소통이 수익으로 이어진다면…


어떤 면에서 소셜 미디어의 대명사가 된 SNS는 언론사들에게 새로운 뉴스 유통의 수단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포털이 지닌 뉴스 유통의 힘을 이걸로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사례가 보여준 것처럼 SNS의 실시간 디지털 네트워킹으로 뉴스가 이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즉각 공유되면 그 파급 효과가 작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언론사들 중에는 SNS 전담 인력을 따로 두고 뉴스유통 뿐만 아니라 뉴스거리를 발굴하는 데 SNS를 적극 활용합니다. ‘좋아요’, ‘공유하기’ 숫자나 ‘댓글’을 보면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으니 편리합니다. 그런 소통의 과정을 거쳐 이용자들이 언론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해당 뉴스로 직접 유입돼 트래픽을 늘려주면 광고 수익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할 수 있을 겁니다.


SNS 활용보도 가이드라인에는 무관심


그런데 저널리즘과 SNS의 상생을 모색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SNS를 언론사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는 걸음마 단계인 것 같습니다. 개별 언론사들이 포털이라는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서도 SNS를 통해 이용자들과의 접촉면을 늘려 생존을 궁리하는 것에는 열심이지만 SNS를 활용한 보도를 할 때 필요한 ‘윤리’나 ‘지침(가이드라인)’에 대해선 관심이 적어 보여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타임스 소셜 미디어국을 이끌고 있는 필 코르벳의 말은 경청할 만합니다. 소셜미디어가 정보 수집과 확산에 유용한 통로이지만 그것은 ‘소통’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거죠(조영신, 2012.3, 23쪽). 한마디로 SNS를 뉴스생산과 수익의 관점에서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겁니다. 아니, 좀 속되게 표현하자면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SNS를 통해 이용자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 선행돼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SNS와 상생의 맞물림을 시도하는 저널리즘이 가져야 할 ‘소통의 에티카(윤리학)’이자 SNS 이용자에 대한 ‘관계의 에티켓’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 동의 없는 기사화는 ‘일방적 약탈’


SNS를 통한 소통의 윤리나 관계의 에티켓은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준칙’이나 ‘강령’으로 구체화돼야 그 실천 의지를 미약하게나마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윤리 강령에 대한 우리 언론의 관심은 미약합니다. 특히 ‘SNS 가이드라인’을 공식적으로 명문화한 국내 언론사는 조선일보가 유일무이하다는 군요(김균‧이정훈, 2014, 116~117쪽). SNS를 매개로 한 이용자와의 소통과 대화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상대방의 ‘동의’입니다. SNS의 자료를 기사로 쓸 때 그것이 타인의 권리(저작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보호 등)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SNS에 공개된 발언이라는 이유로 상대의 허락 없이 기사화하는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 이용자와의 신뢰가 구축되고,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이 가능해지며, 그런 소통이 축적돼야 잠재적인 수익의 토대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리 실천=잠재적 수익 토대”라는 인식 필요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오보를 남발하고 균형 감각이 없는 뉴스를 만들며 선정적인 제목과 기사로 이용자를 ‘낚는’ 기자를 가리키는 ‘기레기’라는 말이 봇물을 이뤘습니다. 윤리 강령이 느슨하고, 있더라도 지켜지지 않고, 안 지킨다고 해서 특별히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에 윤리를 실천하는 일은 늘 경제적 변수나 업무 압박 앞에서 꼬리를 내립니다. SNS에서도 마감에 쫓겨서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당사자의 동의 없는 발언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SNS가 기자들에게 ‘기레기’라는 오명을 재확인시켜주는 일이 없으려면 확장된 취재공간인 SNS와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고민해야겠습니다.


<참고자료>

김균·이정훈(2014). <디지털 시대의 언론윤리 시스템 연구>.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영신(2012.3). [해외미디어 동향] <동거의 원칙: 신문과 SNS>. 한국언론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