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25. 14: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출처_매일경제
지난 11월 초 수능 날 뉴스를 틀었는데 “올해 대입 수능.. '수능 한파' 없다” 라는 보도가 지나가더군요. 지금은 11월 중순으로 시험 일정이 조정됐지만, 한때는 한겨울에 진행되어 수험생들에게 ‘입시 한파’는 공포에 가까웠습니다. 그때 그 시절 기사를 살펴봤습니다.
2015.11.11 SBS뉴스 - 올해 대입 수능.. '수능 한파' 없다
수능 한파, 그 추위와의 싸움
옷도 두툼하지 않고 난방도 충분치 않던 시절, ‘영하 9도’에서의 수능 상상이 가시나요? 신기하다고 해야 할지 원망스럽다고 해야 할지 따뜻하다가도 수능 날이 가까워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어김없이 강추위가 몰려오곤 했었죠.
1988.12.15 경향신문 1면 - 입시한파 기습… 내일 영하 9도
정부의 속앓이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항의도 많았는데요. 정부는 수능 시험 일정을 정할 때 날씨 데이터를 참고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일부러 수험생을 골탕먹이기 위해 추운 날을 잡는다는 음모론부터 수험생들의 한이 서려서 그렇다는 납량특집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까지. 지금 생각하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전혀 터무니없게 들리지 않던 시절이죠.
“교육부는 최근 30년간 기상자료를 토대로 이 중에서 기상조건이 가장 좋은 날을 수능일로 최종 ‘간택’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추위를 비껴간 해가 별로 없었다. 실제로 90(91학년도) 이래 올해까지 8번의 수능시험(92년까지는 학력고사)을 보면 시험 1~2일 전이나 당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진 경우가 무려 5번이나 된다."
1997.11.19 경향신문22면 - 입시 한파'불가사의'
수험생들에게는 청심환과 더불어 언 손을 녹여줄 ‘손난로’가 필수품 아이템이었습니다. 난방 시설이 열악했던 탓에 누군가는 난로 옆에서 더위에 고통을 호소하고, 누군가는 가장자리에서 추위에 떨면서 시험을 치러야 했기에 학생들은 고사장 '자리 배치’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97.11.03 한겨레 8면 - 손난로 인기
역대 가장 추웠던 해는?
뭐니뭐니해도 가장 추웠던 해는 1997년(1998학년도) 수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IMF 구제금융의 여파로 학생들은 장밋빛 미래보다 앞으로 닥칠 또 다른 시련을 준비하며 수능에 임해야 했기 때문이죠. 영하 7도에 이르는 날씨도 날씨였지만, 전 국민이 하나같이 꽁꽁 얼어붙어 있던 시절입니다.
1998.02.19 경향신문22면 - 대학생들 IMF한파에 진로 못잡고 방황 무기력증 앓는'잿빛 캠퍼스'
수능 한파를 몰아내기 위한 특단의 대책
날짜를 조정하는 일로 임시방편 해오던 정부는 1995년 특단의 대책을 내놓습니다. 당시 김숙희 교육부 장관은 “얼어붙은 날씨 속에서 학생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며 일정변경을 추진했고, 1998학년도를 기점으로 11월 중순으로 시험 일정이 앞당겨졌습니다. 이제 수능 한파는 사라진 걸까요?
1995.01.14 경향신문 23면 - 「한겨울大入試(대입시)」개선
더 이상의 수능 한파는 없다?
시험 일정이 앞당겨지고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2000년대 들어 영하보다 영상인 날이 압도적으로 많아졌습니다. 최근 15년 동안 영하로 떨어진 날이 단 2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따뜻한 수능'이 된 셈이죠. 하지만 추운 날씨가 사라졌다고 수험생이 느끼는 체감 온도까지 올라가지는 못했습니다. 수험생들이 느끼는 추위가 비단 날씨에만 기인한 게 아니기 때문이죠.
1997.10.21 동아일보 33면 - "이런 선물 받으면 합격한대요"
수능이라는 파고를 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추위와 ‘긴장’에 떨고 있을 19살 예비대학생들에게 응원을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오늘의 추위는 분명 내일의 따뜻한 봄날을 기약하는 신호입니다. 수능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수험생 여러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여러분이 미래의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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