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 책 어떻게 고를까?

2011. 8. 30. 08:58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올 여름은 잦은 비로 인해 더위가 그리 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피서 특수를 누렸던 많은 상인들이 최악의 여름을 보냈다며 울상을 지었다지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비 오는 휴가기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요? 개인적으론 책이라도 한 권 더 읽지 않았을까 행복한 상상을 해보지만, 정확한 통계가 없으니 정답은 말해드릴 수가 없네요.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가을이 다가옵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책 읽기 안성맞춤인 계절입니다. 예년에 비해 덥지 않았던 탓에 선선한 바람도 일찍 불어오는 것 같습니다. 이 독서의 계절에 길 가득히 쌓인 낙엽이라도 밟으며 시 한 편 읽는다면 얼마나 낭만적일까요? 예쁘게 떨어진 낙엽을 주워 책 속에 끼워 넣는 행운이라도 누린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그럼, 올 가을엔 어떤 책을 읽어 볼까요? 책을 읽고 싶다가도 하루에 수십 종씩 쏟아져 나오는 신간 목록을 보니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보니 진열되어 있는 수천 권의 책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할 뿐입니다. 겨우겨우 베스트셀러 목록 중에서 만만한 책을 한두 권 골라 읽는 것에 그치고 맙니다. 읽을 책을 고르는 것도 절대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자

책을 읽고자 할 때 제일 쉽게 범하는 오류는 무작정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것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확인도 않고 광고나 홍보, 인지도만을 보고 베스트셀러를 고르거나, 유명인이 언급한 고전을 폼이 나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구입해 읽지도 못하고 마음의 부담만 잔뜩 지니게 된다면 책과 더 멀어지는 결과만 낳게 됩니다. 

사실 읽을 책을 고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목록 중에서 평이 좋은 책을 고르거나 성인 권장도서 목록에서 취향에 맞는 책을 골라 읽는다면 적어도 후회하지 않을 확률은 높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은 양서라고 해서 모두에게 똑같이 좋은 책으로 남을까요? 독서를 막 시작했을 때 읽은 책의 느낌이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읽었을 때의 느낌과 같을까요?

그래서 자신에게 적합한 책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독서를 막 시작하려는 독자라면 흥미를 끌 수 있는 책을 위주로 읽으며 책에 대한 관심과 정보를 넓혀가야 할 것이고, 어느 정도 독서에 길들여진 독자라면 깊이 있는 독서를 시작하여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해주어야 합니다. 두 경우 모두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신문과 주간지의 신간 안내와 서평을 활용하자

자, 그렇다면 자신에게 맞는 책이라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읽어봐야 알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데 말이죠. 우선 목록을 한번 살펴볼 것을 권합니다. 베스트셀러 목록도 좋고, 추천(권장)도서도 좋고, 신간 목록도 좋습니다. 

시선이 가는 책이나, 자신의 관심 분야, 도움이 될 만한 책들에 밑줄을 쳐가며 희망도서 목록을 작성해 보세요. 신간의 경우, 신문사 별로 매주 정해진 요일에 신간도서를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됩니다. 

다음으로 출판전문기자와 출판평론가의 글을 통해 희망도서의 내용과 평을 들어보는 것입니다. 각 신문사에는 출판전문기자들이 있어 신간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서평을 통해 책의 특징을 짚어 주기도 하고, 시기별·주제별 사안에 따라 책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또한 출판평론가는 주요 일간지 및 주간지, 출판전문지에 글을 기고하여 광범위하게 책을 소개합니다. 이들이 기고한 기사나 칼럼이 책으로 묶여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으므로 서평(칼럼)집을 읽으며 적합한 책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인터넷에서는 우수 블로거들의 리뷰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희망도서의 내용과 특징을 확인하고 나면 자신에게 보다 근접한 도서목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서점(혹은 도서관)으로 나가볼까요? 잠깐! 책을 구매(대출)하기 전에 한번 더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차례와 머리말을 읽어보는 것입니다. 전문가가 아무리 극찬한 책이라도 전문가 입장에서 말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충분히 읽을 만한 것인지를 차례와 머리말을 통해 최종 확인해야 합니다. 수준이 너무 높다면 목록에는 넣어두되 구매(혹은 대출)는 잠시 보류하는 것이 좋습니다. 


 



독서의 즐거움이 느껴지는 책읽기를 하자

이러한 방식으로 목록을 작성하고 평을 점검하는 일을 반복하다보면 점점 책에 대한 안목이 높아집니다. 책 혹은 저자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져 이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기사들을 찾아 읽게 되고, 이는 다시 책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고 풍부하게 합니다. 일본 최고의 독서광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이런 식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며 수만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가 쓴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청어람미디어)를 보면 매우 체계적인 그만의 독서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책을 구입할 때 그는 머리말, 맺음말, 목차, 판권, 참고문헌, 색인 등을 꼼꼼히 살펴 입문서, 고전적인 입문서, 각도를 달리한 책(교양서, 소설), 역사, 학술사, 사상사, 각론 등을 골고루 한꺼번에 구입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에는 가급적 속독의 방식으로 빨리 훑어본 후 읽지 말아야 할 책을 분류하고, 읽어야 할 책들은 필요한 부분만 정독하여 읽습니다. 

물론 이 방식은 글을 쓸 때 사용하는 방법이라 독서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모두 따라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책을 구입하고 읽는 과정에서 적절히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돈이 아깝더라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책은 빨리 포기해야 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책 읽기 방식을 선별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더 많은 책을 골라 읽으라는 그의 충고는 새겨둘 만합니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은 지 만 5년 정도 되어갑니다. 그동안 읽고 싶은 도서 목록을 작성하며 설렘을 많이 느꼈지만 목록이 쌓여갈수록 빨리 읽어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느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책을 편하고 즐겁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십, 수백만 권의 책들을 어차피 모두 읽을 수는 없습니다. 읽을 책을 고르고, 책을 읽는 순간이 기쁘다면 충분히 만족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독서의 계절 가을, 제대로 독서의 즐거움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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