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6. 10:21ㆍ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박명호, 서강대 언론대학원 미디어교육 석사·미디어 교육가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뉴스
뉴스는 세상을 보는 창이다. 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일을 직접 사건 현장에서 볼 수가 없기에 우리는 뉴스를 통해서 세상을 이해한다. 과거에는 신문이나 9시 뉴스와 같이 제한된 환경과 시간에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뉴스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통해서 뉴스는 더 다양해졌고,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자리 잡게 되었다. 현대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실시간 검색 순위를 확인하며 지금 이 순간의 이슈가 되고 있는 뉴스를 확인한다.
제한된 정보만을 얻을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더 투명하고,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 점은 축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뉴스가 홍수처럼 사방에 쏟아 넘쳐나게 된 만큼, 불필요한 뉴스도 더 많아졌다는 것은 저주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조회수를 높이고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제조되는 쓰레기 뉴스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좋은 뉴스를 분별할 수 있을까? 도대체 좋은 뉴스란 무엇일까?
#객관적인 뉴스가 가능할까?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네모난 모양이다. 그것은 결코 세상을 전부 다 담을 수는 없다. 결국은 선택된 것만 담기고, 나머지는 배제된다. 하나의 사건을 보도한다고 해도, 기자가 카메라의 프레임 안에 무엇을 선택했느냐에 따라서 전혀 반대의 보도를 할 수 있다. 결국, 카메라에 담긴 영상이라는 것은 기자의 주관적인 시선이다.
흔히 뉴스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 뉴스는 객관적이고, 검증된 정보를 우리에게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서투른 생각이다. 결국, 카메라의 프레임은 네모이고, 선택된 장면만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에서 그 누구도 자신이 객관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뉴스 이용자들은 그러한 뉴스의 한계를 인식하는 일이 우선 필요하다. 결국, 뉴스에서 보이는 현실이라고 하는 것은, 선택되고 새롭게 구성된 현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므로 좋은 뉴스라 하면 하나의 관점이 아닌, 충돌하는 다양한 관점을 드러내 주는 뉴스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이익 관계에 얽매여 권력 있는 쪽의 편을 드는 뉴스가 아닌, 반대편의 목소리도 들려주어 최대한 균형을 맞추는 뉴스가 좋은 뉴스인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뉴스를 보도하는 매체는 한쪽으로 편향된 뉴스를 보도하는 경향이 많다. 어떤 사건을 특정한 프레임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심지어 팩트가 아닌, 추정을 객관적 사실인 것처럼 오도하면서도 그것을 특종으로 보도하는 일도 있다. 이는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왜곡되게 이해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뉴스 이용자들이 영상으로 보이는 이미지 배후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고, 분별력 있게 관점이 다른 다양한 뉴스 매체를 접하며 스스로 균형 있게 소비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 있는가 : 심층 보도
문자 시대에서 영상 시대,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 시대로 넘어오면서 뉴스는 점점 더 가벼워지고 오락적이며, 또 매우 단편적인 정보만을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한 사건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정보와 관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단편적인 정보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텔레비전 뉴스만 보아도 그렇다. 뉴스 리포트는 보통 한 꼭지당 평균 1분 30초 안팎으로 보도된다. 가벼운 소식이야 그 정도면 충분할 수 있지만, 심층적으로 취재해야 할 보도를 1분 30초 만에 끝낼 때가 많다. 더 깊이 들어가기도 전에 바로 “다음 소식은.”이라는 앵커의 멘트와 함께 넘어가는 것이다. 그야말로 ‘백화점식 나열 뉴스’라고 불릴 만 하다. 이러한 뉴스 진행은 사건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다. 그저 뉴스를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상품에 불과하게 여기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으로 인해 뉴스의 파편성과 오락성은 더 심해졌다. 낚시성 헤드라인으로 뉴스 이용자들을 유인하고, 불필요한 정보를 실어나르는 것이다.
좋은 뉴스는 선택과 집중을 택한다. 여러 개의 사건을 파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의 중요한 사건을 선택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제시해준다. 시청자들이 그 사건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뉴스가 돕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호기심만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뉴스를 통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고 사회가 개선되기를 힘쓴다.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현명한 기자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그들은 신부들의 성추행 사건을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사건으로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관점으로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 심층적으로 오랫동안 취재해서 보도한다. 결국, 그 기사는 힘을 발휘하여 사회를 개선하는 데에 이바지한다. 영화는 좋은 뉴스란 무엇인지의 사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현명한 뉴스 소비자 되기
그래도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함께 사회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게 되면서 소명 의식을 가지고 언론인의 역할을 감당하고자 하는 뉴스도 많아졌다. 비록 적은 자본이지만, 과거의 ‘백화점식 뉴스’에서 벗어나고,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애쓰는 뉴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뉴스 이용자들이 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낚시성 뉴스에만 현혹되어 살아간다면 한국의 언론 환경은 더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뉴스 이용자들도 더욱 분별력 있게 좋은 뉴스를 알아보고 정직하게 언론인의 역할을 감당하려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한국의 뉴스 문화가 더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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