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판단과 선택

2016. 7. 1. 11:00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정형근, 정원여자중학교 교사 · 이화여자대학교 겸임 교수


# 노-하우! 노-웨어!


1970년대에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기술을 가진, 다시 말해서 노-하우(know-how)가 있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였다. 대접을 떠나 노하우는 곧 경쟁력이었다. 그래서 이 시대의 사람들은 남들이 갖지 못한 기술을 배우고 연마하거나, 남들보다 뛰어난 기술을 갖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했다.


이런 노-하우의 시대는 얼마 가지 못했다. 급격한 기술혁명을 통해 산업화가 정보화로 발전하면서 노-하우의 가치는 퇴색되었다. 정보화 시대에는 누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보다 새롭고 유익한 정보가 어디에 있는가가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 곧 돈이 되는 노-웨어(know-where)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지만 매일 같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의 바다에서 어느 섬에 어느 정보가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게 되었다. 여전히 세계의 꽤 많은 사람들이 정보로부터 소외되어 살아가고 있지만, 정보 과잉의 시대에는 정보가 어디에 있는가를 아는 것보다 그 정보를 어떻게 가공하여 누군가가 원하는 쓸모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해졌다. 이른바 노-데폼(know-deform)의 시대가 온 것이다.



# 정보의 가공보다 우선하는 정보의 판단


아무리 정보가 많이 제공되어도 그 정보가 누구에게 얼마나 유용한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없다면 그 정보는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는 장애물이 될 뿐이다.


그렇다면 흘러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것이 우량한 정보를 제공하는 가치 있는 뉴스일까? 뉴스 가치를 결정하는 속성으로는 일반적으로 시의성(timeliness), 영향성(impact), 저명성(priminance), 갈등성(conflict), 근접성(proximity), 신기성(novelty) 등이 거론된다.


(1) 시의성 – 최근에 발생한 사건을 다룬다.

(2) 영향성 –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많거나 영향력이 크다.

(3) 저명성 – 사건 당사자가 널리 알려진 유명인이다.

(4) 갈등성 – 대립되는 쟁점이나 당사자들이 많다.

(5) 근접성 – 정치적 또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발생했다.

(6) 신기성 – 평범하지 않고 신기한 사건이다. 


사람들은 시의 적절하며, 영향력이 있고, 저명한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으며, 대립과 같등이 두드러지면서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발생했으며, 평범하지 않은 신기한 사건을 다룬 뉴스를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 정보의 선택과 제목


또한 가치 있는 뉴스에 대한 판단과 더불어 서로 유사한 정보가 흘러넘칠 때 어느 정보를 선택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다음과 같은 예를 보면 올바른 정보의 제공과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헤럴드경제, ‘택시’ 공서영, 최희 주사 폭로 “술 취하면 전 남친 번호를…”, 2014.05.



신문이나 포털의 연예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낚시성 기사이다. 평소 아나운서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충격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기사의 내용을 읽거나 본문을 클릭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용을 읽어보면 충격적인 내용이기보다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그 기사를 읽는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한다면 화가날 수도 있다. 이처럼 자신이 원하지 않는 기사를 읽으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면 평소 자극적이고 현혹적인 낚시성 기사를 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목을 보고 기사의 내용을 짐작해 보면서 판단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비유적이거나 자극적이거나 돌발적인 제목을 다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사를 접했을 경우 그 기사를 쓴 기자와 매체를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 이용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게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 한 방법일 것이다.


신문이든 뉴스든 문학 작품이든 제목은 그 글의 핵심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랬을 때 비로소 독자는 제목을 보고 글의 내용을 짐작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인지 아닌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낚시성 기사는 독자의 선택 기회를 왜곡하고 저급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지양되어야할 기사임에 틀림이 없다. 독자 또한 낚시성 기사가 제공하는 자극적인 제목에 현혹되어 별로 가치가 없는 내용을 읽으면서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활용 자료]

헤럴드경제, ‘택시’ 공서영, 최희 주사 폭로 “술 취하면 전 남친 번호를…”, 201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