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는 없고, 신문에는 있는 것은?
2011. 9. 14. 08:53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원래 언론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있는 거야.” 중절모를 쓴 도서관 관장이 입을 열었다.
“저도 그건 알아요! 알권리라는 것이 있으니까 기자들이 취재할 수 있는 것 아니에요?” 한 소년이 알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그래, 신문을 왜 봐야 하냐고 물었지? 나는 신문이 흥미롭기 때문에 본단다.”
“신문이 흥미롭다고요? 하나도 재미없던데요. 뉴스는 재미있는 영상도 있고, 아나운서들이 읽어주니까 집중도 잘 되고, 인터넷은 원하는 대로 찾아보기 쉽지만 신문은 그 어떤 것도 없잖아요.” 소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게도 보일 수 있겠구나. 그래도 얘야, 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집중하면서 보게 되니? 궁금한 점은 없었고?” 관장이 소년을 응시하며 물었다.
“집중 무지 잘 돼요! 궁금한 점도 없었어요.”
“그래? 그렇다면 이걸 한번 볼래?” 관장은 소년에게 신문을 내밀었다.
“어? 뉴스에는 없었던 내용들이 많네요?” 소년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래. 인터넷과 뉴스는 신문이 제공하는 만큼의 깊이를 갖기 힘들지.” 관장은 소년을 내려다봤다.
“신문은 읽는 데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아요? 요즘은 정보화 사회라잖아요. 그러니까 빨리 읽을 수 있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니에요?” 소년이 배운 것을 떠올리며 물었다.
“물론 빠른 것도 좋지. 얘야, 내가 퀴즈를 하나 내보마. 사과를 다섯 개 먹는 것이 배부를까, 열 개 먹는 것이 배부를까?” “당연히 열 개죠!”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그 열 개가 덜 익은 사과라면 뭘 먹겠니?”
“다섯 개요.”
“왜 그렇게 대답했지?”
“당연히 덜 익은 것은 맛이 떨어지니까요. 아, 그렇군요! 뉴스와 인터넷은 덜 익은 사과라는 이야기죠?” 아이가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뉴스와 인터넷도 좋은 매체란다. 그러나 신문만큼 내용이 알차기 어렵다는 것이야.”
“아, 그렇군요. 그런데 왜 신문을 읽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걸까요?”
“음……. 신문을 읽는다는 것은 말이지 세상을 읽는 것이란다. 마키아벨리라는 사람이 말했지. ‘사람은 자신이 타고난 기질이 시대와 어울릴 때 성공하게 된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더라도 시대에 뒤떨어지면 소용이 없다.’라고 말이다. 그만큼 시대를 읽고 시대에 발 빠르게 맞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란다.
예를 들면 너희 학교에 연예인이 왔는데 너는 몰라서 보지 못했다고 하면 많이 억울하겠지? 그런 것과 같은 것이란다.”
“아, 그러면 정말 억울할 것 같아요. 그렇게 시대에 뒤떨어지면 안 되는 것이군요!”
“그렇지! 아까 신문을 보면서 여러 개의 기사를 읽던데 그것을 왜 읽게 되었니?”
“제목이 저의 눈길을 끌어서요. 흥미로워 보였거든요.”
“바로 그거란다. 신문은 발견과 축적이라는 흥미로운 특성을 가지고 있지. 나는 말이다,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단다. 그러면 몰랐던 사실들이 눈에 들어오고, 예상치 못했던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되거든. 그렇게 찾은 이야기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이루는 밑바탕이 되었단다.
세상이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로 꽉 채워져 있다는 것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이냐? 요즘은 세상이 급하게 돌아가서 이러한 이야기들을 발견할 여유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서 아쉽구나. 세상 사람들이 조금만 눈을 돌려서 주위의 사소한 이야기들까지 볼 수 있다면 참 좋겠구나.”
관장은 소년에게 종이를 한 장 건네주었다.
“이 종이 한 장에도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있단다. 네가 그 이야기를 채우는 주인공이 되어보렴.” 소년은 알겠다는 듯이 종이를 흔들어 보이며 서가 속으로 사라져갔다.
“신문은 현재의 역사책이지. 네 녀석들이 멋지고 아름다운 역사를 많이 만들어 주면 좋겠구나. 이 할비가 신문을 보면서 많이 웃을 수 있게.”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1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모음집>중 동상 중등부 수상작 윤정섭 님의 ‘신문, 왜 봐야 돼요?’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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