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습관만큼 중요한 ‘책 읽을 때의 습관’

2011. 9. 29. 09:32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흔히 ‘책 읽는 습관을 잘 들여야 한다’라고 하는데요. 과연 책 읽는 습관이란 어떤 걸까요? 습관이라는 게 사전적 의미로 ‘여러 번 되풀이함으로써 저절로 익고 굳어진 행동’을 말하는 것이니, 책 읽는 습관을 풀어 말하면 ‘저절로 책 읽는 버릇’ 정도가 될 듯합니다.

그렇다면 책 읽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그 종류나 내용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책만 보면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들고 읽게 될까요? 길을 걷다 땅에 떨어진 책을 발견하면 달려가 주워 읽고, 또 서점이 눈에 띄면 냉큼 들어가 책을 뒤적이고, 식당에 들어갔는데 책 보느라 정신 팔려 밥이 나오는지도 모르는... 그런 책 읽는 습관을 지닌 사람을 상상해봅니다. (처음엔 상상하고 혼자 키득 웃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저도 그런 부류일지도요...) 이렇게 습관까지 되어야 할 만큼, 책읽기란 참 중요한 것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책이나 신문을 열심히 읽다 보면 ‘책 읽는 습관’도 생기지만, ‘책 읽을 때의 습관’도 생기기 마련이죠. 오늘은 제가 가진 책 읽을 때의 습관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귀마개를 하는 습관

저는 한때 출퇴근길에 전철에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책이나 신문을 읽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귀마개를 꽂기 시작했는데요. 음악을 들으면 주변 소음에 음악이 섞여 시끄럽지만, 귀마개를 하면 마치 외부환경과 차단된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붐비는 전철 안에서도 저만의 공간 속에서 훨씬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출퇴근 시간이 짧아 전철 안에서 책 읽는 시간이 많이 줄었지만, 오랜 시간 전철을 탈 때는 지금도 애용하고 있습니다.  


명함을 책갈피로 쓰는 습관

책을 집중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어버리는 것도 좋지만, 어떤 책은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읽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또는 늘 가방에 넣어둔 채 외출할 때마다 읽는 책도 있고, 머리 맡에 두고 2주나 한달 동안 조금씩 읽어 나가는 책도 있습니다. 이때는 책갈피가 필수인데요. 처음엔 영수증이나 펜 등 눈에 보이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페이지 사이에 끼워 놓곤 했습니다. 

예쁜 책갈피에 눈이 쏠려 사기도 하고, 서점의 계산대 앞에 놓인 책갈피를 잔뜩 가져와 보기도 했지만, 어째서인지 막상 책에 끼우려고 하면 잘 보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명함을 꽂아 쓰기 시작했습니다. 

명함이라는 게 처음 받을 땐 두통씩 받지만, 희한하게도 다 쓰는 일은 많지 않더군요. 부서가 바뀌거나 직급이 달라지면 금세 명함도 바뀌어 버립니다. 심지어는 회사 명함 디자인이 달라져서 바뀌는 일도 생기죠. 또 사외기자 활동을 하거나 블로그 배지를 달면 새로운 명함이 생기는 일도 있고요. 이럴 땐 남거나 쓸모 없어진 명함의 처분을 두고 고민하게 됩니다. 그냥 버리기엔 정보가 노출될까 아깝고, 종이 분쇄기에 일일이 넣어 분쇄하기도 귀찮고 그렇다고 쓸 수도 없으니 참 번거롭죠. 

이 명함을 책갈피로 써보니 적당히 도톰한 크기가 책갈피로 딱 좋았습니다. 게다가 책을 잃어버려도 누군가 명함에 적힌 연락처를 보고 연락을 줄 수 있겠다 싶더군요. 또 갑자기 급히 사람을 만났는데 명함이 떨어졌을 때, 책갈피로 쓰던 명함을 줄 수 있는 장점도 있고요. 


밑줄 긋는 습관

저는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는 밑줄을 그어가며 읽는 습관이 있습니다. 중요하거나 핵심이 되는 부분에는 줄을 그어둔 뒤, 나중에 밑줄 그은 것들만 골라 읽기도 합니다. 가끔 책을 읽을 때 손에 형광펜이 없으면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줄 치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줄을 그을 수 없기 때문이죠.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페이지는 나중에 찾기 쉽게 가장자리를 살짝 접어놓기도 합니다. 책이 너덜너덜해지면 왠지 열심히 들여다보고 공부한 듯하여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소설이나 시집에는 절대 펜을 대지 안습니다. 또 책이 구겨질까 굉장히 조심하며 읽습니다. 문학서적에 낙서를 하거나 구기는 것은 꼭 예술작품을 훼손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데요. 책에 밑줄을 긋는 행동이 꼭 책의 가치와 품격을 손상하는 것 같더군요.


<밑줄치기엔 아까운 문학서적들>


그렇다고 제가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를 낮춰보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또한 문학서적이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보다 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아닙니다.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는 공부를 위한 것이며, 변화하기 위한 ‘실용서’인 반면, 문학서적은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있을 뿐이죠. 저의 이런 책에 대한 생각이 책을 읽을 때도 행동으로 자연히 나타나네요(‘실용서’ 역시 누군가의 혼이 담긴 예술품으로 볼 수 있는데 제가 가치를 너무 몰라주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신문기사를 살피는 습관

예전에는 신문을 볼 때면 가장 먼저 사설을 찾아 읽었습니다. 사설이 신문의 핵심이란 생각 때문이었죠. 요즘은 아침마다 여러 신문을 두고 맨 앞장에 나온 기사부터 살핍니다. 같은 현장을 신문사들이 각각 어떤 헤드라인을 달았고, 어떤 사진을 두었는지 살피는 게 상당히 재미있더군요. 또 신문마다 어떤 사건을 크게 다루었고, 어떤 뉘앙스로 글을 썼는지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또 이제는 출근길 전철을 타면 스마트폰을 꺼내 자연스레 신문 앱을 누르는 버릇도 들여졌습니다. 신문을 보다 마음에 든 기사는 바로 내 계정의 메일로 전송하여 스크랩하기도 하고, 업무에 도움될만한 기사는 회사 사람들에게 바로 메일 보내기도 합니다.

새 습관을 발견할 때면 뿌듯해지곤 합니다. 열심히 신문과 책을 본 덕에 터득한 것이니, 왠지 자신이 발전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네요.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책과 신문을 읽는 일도 잦다 보니,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습관들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도서 앱을 새로 받으면 이어폰을 꽂고 앱에서 어떤 배경음악이나 효과음이 들리는지 귀를 기울이는 것 같은 것이죠. (요즘 나오는 도서 애플리케이션들은 음향에도 신경쓰더군요)
 



<이제는 앱으로도 만나는 책>


여러분은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가요?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가진 습관을 조금씩 발견해 나가는 것,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 역시 읽는 즐거움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책과 신문을 가까이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많이 기르실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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