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들의 역습

2016. 7. 26. 17: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장선화 서울경제신문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Ph.D)



[요약] 아침마다 식탁 위에 5mm 보다 적은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구슬을 1티스푼씩 식사에 곁들여 먹으라고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게다가 ‘이 플라스틱이 당신의 몸에 들어가면 절대 녹지 않고 폐와 간 등에 깊숙이 들어가 장기를 괴사시킬 수도 있습니다’라고 붙어있는 경고문을 읽었다면? 아마 뒷목이 서늘해질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미세먼지에 이어 이번에는 미세한 플라스틱, 마이크로 비즈(micro beads)다. 편리한 생활용품이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는 것. 특히 과거와 달리 오염물질의 크기가 미세해지고 있어 그 심각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비즈가 뭔데 대수란 말인가? 


마이크로비즈는 폴리에틸렌 소재로 된 작은 구슬을 의미한다. 지름 5㎜이하의 구슬모양의 플라스틱을 가리키는 말로 산업적인 필요에 따라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을 통칭한다. 


마이크로비즈는 유니레버가 화장품 등에 첨가할 수 있는 용도로 개발해 1972년 미국 특허등록을 마치면서 1975년 상품화가 시작[각주:1]됐다. 특허 보호기간 20년이 지나면서 1992년 이후 전 세계 화장품 업체가 마이크로비즈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판단된다. 피부의 각질제거용으로 개발한 마이크로비즈는 이제 화장품은 물론 치약, 세안제, 보디워시 등 생활용품에 전방위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로 지름 5㎜ 정도의 크기가 사용됐으나 기능적인 측면이 강조되면서 그 크기는 계속 줄어들어 마이크로미터(0.01㎜) 단위로 축소되었다. 미국 특허자료[각주:2]에 따르면 화장품 회사가 사용하는 이상적인 각질제거용 마이크로비즈의 크기는 420㎛(0.0420㎜) 정도의 크기다. 지름 1㎜의 크기도 눈에 잘 띄지 않는데 그보다 100분의 1의 작은 크기라면 육안으로 형체를 구분하기는 불가능하다. 손으로 만졌을 때 까칠까칠 한 정도의 질감을 느낄 정도에 불과하다.


마이크로비즈의 주원료인 폴리에틸렌은 플라스틱 용기, 섬유, 필름 등에 주로 사용하는 석유 추출물로 덩어리가 클 때는 재활용의 대상이다. 게다가 비스페놀A, 노닐페놀(NP), 폴리염화페닐, 디클로로디페닐 트리클로로에탄(DDT) 등 발암물질이 포함된 독성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 미세한 조각들은 독성화학물질을 밖으로 내뱉거나(침출), 주변의 독성화학물질을 끌어모으거나(흡착), 이렇게 흡수했던 독성물질을 다시 내뱉는(탈착) 과정을 겪으면서 주변을 오염시킨다. [각주:3] 


문제는 해양오염이다. 마이크로비즈는 생활용품 중에서도 화장품과 세정제의 원료로 첨가하고 있어 사용 후 곧바로 하수구로 흘러 들어간다. 특히 알갱이의 크기가 마이크로단위로 작아지면서 정화과정을 거친 오수가 강을 지나 바다로 흘러가기까지 마이크로비즈는 걸러지지 않는 게 문제다. 결국 플랑크톤에서 시작해 굴, 조개, 물고기 등 해양생물의 몸속에 들어가면서, 우리의 식탁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사례가 있다. 2014년 독일에서는 맥주에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됐다.[각주:4] 파퓰러사이언스에 따르면 독일의 유명 브랜드 맥주 24개 중 10개에서 미세한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다. 당시 맥주회사들은 시냇물을 정화해 맥주를 만들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소비자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유럽에서는 2010년 이후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유럽 30개국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세정제(샤워젤, 세안제, 손세정제)의 총량이 약 7억리터에 이르며 그 중 약 6%에 마이크로비즈가 포함돼 있다고 추정했다. 유럽에서 사용하는 세정제에 포함된 마이크로비즈가 북해를 오염시킨다는 게 논문의 핵심[각주:5]이다. 그렇다면 마이크로비즈는 각질제거에 효과가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은 한마디로 ‘없다’이다. 파퓰러사이언스에 따르면 마이크로비즈를 본격적으로 첨가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전까지 화장품업계가 주로 사용한 각질제거의 원료는 각종 견과류, 살구씨, 바다소금 등 천연재료로 이를 작게 가공해서 사용했다. 업체들에게 마이크로비즈는 절대적인 원가절감효과를 가져오는 원료였다. 특히 바이크로비즈는 천연재료 보다 가공과정이 간단해 업계에서는 피부에 자극없이 부드럽게 각질을 제거해주는 획기적인 상품의 등장을 강조하며 제품을 선보였다. 결국 각질제거의 효과는 미미한 채 소비자들을 해양오염의 자발적 공범을 만든 격이다.


한국에서는 지난해부터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심각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는 2015년 ‘세계 바다의 날(6월8일)’을 맞아 UNEP가 발표한 보고서를 근거로 국내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여성환경연대가 2015년 화장품에 든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화장품 때문에 아픈 플라스틱 바다: Face ti Fish’ 캠페인을 시작했다. 국제환경 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7월 6일 미세 플라스틱의 유해성을 알리는 보고서 ‘우리가 먹는 해산물 속 플라스틱’을 발간하며 생활 속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법적 규제를 요구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썩는 데 500년 이상 걸린다.[각주:6] 내가 버린 플라스틱이 분해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 최소 5세대가 지나야 한다는 말이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쓰레기 중 60%이상이 플라스틱으로 추정되는데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 즉, 마이크로비즈라는 것. 눈에 보이지도 않아 연구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는 게 그린피스 측의 설명[각주:7]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이 찍혀있지만, 마이크로비즈가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따라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주기가 더 짧다는 데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게다가 내 몸의 각질은 그대로인 채 말이다. 마이크로비즈의 효능을 믿고 무심코 각질제거제를 얼굴과 몸에 듬뿍 발라 부지런히 문질러 하수구로 떠내려 보냈다면, 곧 다시 내 식탁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이크로비즈로 버무린 해산물을 먹고싶지 않다면 지금당장 화장실로 달려가 내가 쓰고 있는 화장품과 세정제에 마이크로비즈가 섞여있는지 확인해 보자. 쓰지 않는 것이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이다.




[참고 기사]

주간경향, 미세플라스틱 수프로 변한 바다, 2016.07.19

과학동아, 플라스틱, 제대로 알고 버리기 (공개), 2012. 8.



  1. Steve Connor 외, 2014.5.25., 'Beauty brands pledge to end use of microbeads in their products-Firms act after Independent on Sunday Report on plastics in the food chain.' Independent, http://www.independent.co.uk/news/science/beauty-brands-pledge-to-end-use-of-microbeads-in-their-products-9431984.html [본문으로]
  2. T. Gouin 외, “Use of Micro-Plastic Beads in Cosmetic Products in Europe and Their Estimated Emissions to the North Sea Environment.' pp.43, SOFW Journal, 2015.3. [본문으로]
  3. 박병률, 2016.7.26. ‘미세플라스틱 수프로 변한 바다’, 주간경향 1185호.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607111716561&code=114 [본문으로]
  4. Rafi Letzter, 2014.9.6. 'Plastic Microparticles found in beers-pollution shows up at the pub' Popular Science. [본문으로]
  5. T. Gouin 외, 2015.3. “Use of Micro-Plastic Beads in Cosmetic Products in Europe and Their Estimated Emissions to the North Sea Environment.' pp.42, SOFW Journal, [본문으로]
  6. 손미현, 2015.8. 플라스틱, 제대로 알고 버리기, 과학동아. http://science.dongascience.com/supplementviews/cate-view?acIdx=11806&acCode=16&agIdx=&page=1 [본문으로]
  7. 그린피스 과학연구팀, 2016. ‘우리가 먹는 해산물 속 플라스틱’. 그린피스. pp. 3~4.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