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28. 11: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약] “망치를 찾았는데 없었어요.” 지난 10월 13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언양분기점에서 관광버스 화재 사고 생존자의 말입니다. 비상시를 대비해 설치한 망치. 그러나 승객 대부분이 위치와 사용법을 모르고, 버스 회사의 경우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커튼으로 망치를 가리기도 합니다. 비상 망치 사용법과 해외의 버스 비상 탈출법을 소개합니다.
#비상 탈출구 없는 버스, 큰 사고 불렀다
지난 10월 13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언양분기점에서 관광객 10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인명 피해가 커진 건 출입문이 콘크리트 분리대에 막혀 승객 탈출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여행가이드 이씨는 “갑자기 ‘쿵’하는 충격음과 함께 버스가 방호벽을 긁으면서 계속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면서 “버스가 방호벽에 붙은 채 멈췄고, 바로 출입구 쪽에서 불이 났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씨에 따르면 버스 기사는 소화기를 찾아 화재 진압을 시도했으나 안전핀이 뽑히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대신 소화기를 던져 운전석 바로 뒷좌석 유리를 깼고, 깨진 유리 창문을 통해 10명이 간신히 빠져나왔습니다. 이들은 밖에서 버스 유리창을 깨 나머지 승객들을 구하려고 했지만, 불길이 버스를 휘감고 말았습니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오후 10시 40분쯤 불길을 잡았지만 안타깝게도 찌그러진 버스에서는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된 시신 10구가 나왔습니다.
이번 사고는 버스에 비상구가 있었다면 대형 참사를 막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출입구가 막혔을 때 반대쪽에 비상구가 있었다면 승객들이 빠져나와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버스 내 별도의 비상구를 설치하는 대신 강화유리로 된 창문을 비상구로 대체한다’는 예외규정을 둔 현행법률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승객 안전을 위한 비상구 설치 의무화
이번 사고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소화기로 깬 유리창이었습니다. 버스 안에 비치된 비상 탈출용 망치는 어디 있는지 못 찾았고 연기가 꽉 차버린 버스 안에서 비상 망치를 구분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버스 창문은 강화 통유리로 제작돼 단순히 힘을 가하는 것만으로는 문을 깨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유리를 깰 수 있는 비상 망치가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게 어디에 있고 또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만약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부분 잘 모릅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강화유리로 비상구를 대체한다면 쉽게 깰 수 있어야 하는데, 비상시 망치를 찾아 유리를 깨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교통안전공단은 관광버스를 비롯한 국내 16인승 이상 버스는 비상시 탈출을 위해 유리창을 깰 수 있는 망치가 앞쪽에 2개, 뒤쪽에 2개 등 총 4개를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승객이 호기심으로 망치를 가져가 4개를 갖추지 못한 채 운행하고 있는 버스도 있습니다. 일부 버스는 분실 등을 막기 위해 망치를 단단하게 고정하거나 실내 장식을 위한 커튼 등이 망치를 가려 무용지물인 경우도 있습니다.
현행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의 비상구 규정을 보면 버스를 포함한 승차정원 16인 이상의 자동차는 차체 좌측면 뒤쪽이나 뒷면에 기준에 적합한 비상구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총면적 2㎡ 이상, 최소 너비 50㎝ 이상, 높이 70㎝ 이상의 강화유리로 된 창문이 있으면 비상구를 설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예외규정이 있습니다. 버스 제조회사는 이를 근거로 비상구를 차체 왼쪽 면이나 뒷면에 만들지 않고 창문 1∼2개만 만들어 비상구 설치규정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입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승객 안전을 위해서 비상구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비상탈출 매뉴얼 숙지해야
국토교통부는 비상 탈출용 망치를 어디에 비치했는지 버스 출발 전에 방송을 통해 안내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부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뒷좌석 옆에 비상용 탈출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등 관련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 출입문이 하나 뿐인 대형버스를 탔을 때는 차 안에 비치된 비상 망치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고가 나면 다음과 같이 행동하여 탈출구를 마련합니다.
1. 망치 끝의 뾰족한 부분으로 창문 양쪽 끝 모서리를 공략해야 정확하게 유리창을 깰 수 있습니다.
2. 유리면과 망치의 뾰족한 끝 부분이 직각이 되도록 내리칩니다.
3. 남은 유리 파편을 제거한 뒤에는 다른 승객들에게 대피로 방향을 알립니다.
4.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경우 소리로 이끌어 줘서 (옷가지로) 코나 입, 호흡기를 막고 깨진 창문을 통해서 빨리 탈출을 해야 합니다.
5. 만약 망치가 없다면, 차선책으로 주변의 다른 도구라도 이용해야 합니다. 목 받침을 빼면 안에 철심이 있는데 그 철심을 이용해 유리를 깹니다.
한편, 주변이 어두워도 잘 찾을 수 있게 비상 탈출용 망치를 야광으로 제작하고, 버스 중간에도 망치를 2개 비치해 총 6개로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합니다.
일본의 경우 어린이 버스를 포함 30인 이상의 버스에는 출입구의 반대 뒤쪽에 비상구를 설치해서 비상시에 탈출을 돕게끔 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도 버스가 옆으로 쓰러지는 사고에 대비해 버스 천장의 비상 탈출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버스 안전에 대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겠습니다.
[참고기사]
서울신문, [관광버스 화재 참사] 망치로 깨기 힘든 ‘강화유리 창문’이 비상구? 참사 부른 法 2016.10.14
SBS뉴스, 버스 창문 깰 망치 어디에?··· “이렇게 탈출하세요”, 201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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