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다양한 이론을 통해 바라본 언론과 표현의 자유

2016. 12. 20. 17:00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양정환, 2016 다독다독 기자단


[요약] 개인에 따라 책과 영화를 통해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것처럼 사건과 사실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기자의 인식 차이에 따라 표현된 기사를 접했을 경우, 이는 다수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바라보는 대표적인 이론 세 가지인 '절대주의 이론'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이론', '이익 형량의 이론'을 소개합니다.


헌법 제211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어느 나라나 언론의 자유가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로 받아들여지며 대다수가 그 권리를 침해받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방식에서만큼은 사람마다 일정 부분 차이가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도 같은 장면을 보지만 각자의 가치관이나 경험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개인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해석을 바탕으로 한 표현의 과정에서 다수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조금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됩니다. 오늘은 다독다독 독자들과 함께 언론, 그리고 그보다 더 넓은 표현의 자유를 바라보는 대표적인 이론 세 가지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합니다.



#절대주의 이론(absolutist theory) -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다

 

절대주의 이론을 주장한 미 연방 대법원의 휴고 블랙 대법관

 

1979, 프랑스의 로베르 포리송 교수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관련하여 사실을 부정하며 거짓된 왜곡이라는 논의를 펼쳤습니다. 그의 발언은 언론기관을 통해 퍼졌고 수많은 사람이 비난과 질책을 시작했으며, 결국 본인이 다니던 대학에서 강의 금지를 당했습니다. 그러던 중 절대주의 이론의 상징적인 존재인 노암 촘스키 교수는 포리송의 이야기가 아무리 터무니없어도 무조건 그침묵시켜서는 안 되며 증거를 제시해 증명해야 한다며 포리송 교수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합니다. 촘스키 교수가 이와 같은 주장을 펼치자 사람들은 포리송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날리지 않는 촘스키 교수에게도 나치 신봉자라는 이름표를 붙입니다. 촘스키 교수가 나치즘에 대한 이야기나 언급 한마디도 없었으며 그저 표현의 자유를 지지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절대주의 이론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MIT의 노암 촘스키 교수

 

이처럼 절대주의 이론이란 가능한 모든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후에 촘스키 교수는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감정이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있다면, 거기엔 이유가 있을 테고, 그러면 당신은 그 이유를 추적해야만 한다.”는 말을 통해 그의 생각을 뒷받침했습니다. 만약 타인이나 언론의 표현을 문제 삼아 제약하기만 한다면 문제에 대한 발전은 어렵습니다. 절대주의 이론이란 이처럼 사안에 대해 다양한 표현을 가능토록 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이론(clear and present danger test)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통한 판결을 내린 미 연방 대법원의 홈즈 대법관

 

모든 행위의 성격은 그 행위가 행해진 상황 여하에 의존하는 것이다.” - 홈즈, Oliver Wendell Holmes(1841-1935)

 

12월의 겨울 바다, 사람들이 드물게 보이는 모래사장 한가운데서 불이야라고 소리 지르면 몇 명의 사람이 반응할까요? 쉽게 감이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예로 주말 저녁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로 가득 찬 영화관 안에서 똑같이 불이 났다고 소리를 지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둘 다 그 수를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영화관의 경우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큰 혼란을 유발할 것입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은 이처럼 행위가 이루어진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만약 한 개인이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통해 실질적인 해악이나 부정한 행위 등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제약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이론도 그 판단의 기준이 접근성정도라는 상당히 주관적이고 모호한 척도라는 점에서 최근에 와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익 형량의 이론(ad hoc balancing test)

 

언론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서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이익과 그것을 제약하는 데서 얻어지는 이익을 개개의 사건에 따라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이익 형량의 이론에 대한 설명


2010년 표현 자유의 문제를 두고 많은 논란을 불러낸 위키리크스의 줄리안 어산지, 사진출처 : AFP

 

표현의 자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사실을 알게 해주지만 동시에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기도 합니다. 특히 언론의 취재 과정에서는 개인의 성명권이나 초상권 등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사항이나 명예훼손 등의 기본권적 침해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처음에 소개된 절대주의 이론은 이와 같은 문제에서 그 실제적인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이익 형량의 이론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언론 자유와 제약 두 가지 중 공공에게 더 이익이 되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수많은 언론학자의 반발이 제기되었는데 공공의 이익을 핑계로 한 언론 탄압의 우려 때문입니다. 제약에 대한 불확실성은 언론으로 하여금 자기 억제를 하게 되어 표현의 가능성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자리 잡게 됩니다.

 

 

#우리는 무엇을 따라야 하는가?

 

 표현의 자유에 획을 그은 펜타곤 기밀문서 사건

 

지금까지 언론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3가지 이론을 보았습니다. 특이한 사실은 언급된 이론 모두가 그 기원을 미국으로부터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언론에 대한 깊은 관심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미국에서 더 많이 그리고 지속해서 진행되어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이론이 아니기에 우리나라의 상황과 차이가 없지는 않지만, 활용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앞의 사례들을 기억한다면 언론을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현명한 다독다독 독자들이라면 신문을 읽거나 뉴스를 볼 때 이와 같은 다양한 이론들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생태에 맞게 뉴스를 재해석하는 시도를 꾸준히 하길 바랍니다. 또 나아가서는 새롭게 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더 나은 해석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자 하는 시도도 해봐야 할 것입니다. 깊은 관심과 집중을 통해 이해의 중심, 미디어의 중심에 다독다독 독자들이 꼭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