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미디어 리터러시다

2017. 6. 21. 18:42특집

‘미디어’와 ‘리터러시’의 합성어인 ‘미디어 리터러시’는 좁게는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해독능력을 지칭하지만, 넓게는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고 그 미디어가 작동하는 원리와 미디어 콘텐츠를 분별 있게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나아가 미디어(콘텐츠)를 적절히 활용하고 이를 창조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까지를 포괄한다. 

 

 

양정애(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팀 연구위원)

 

현대사회를 미디어 없이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미디어를 얼마나 이용하고 어떤 미디어에 주로 의존하는가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현대인이라면 일단 미디어 이용자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과거에도 미디어는 존재했다. 책,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등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미디어 가운데는 길게는 수천 년 짧게는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것들도 포함된다. 그래서 미디어를 똑바로 알고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가, 즉 미디어 리터러시를 적절히 갖추었는가의 문제는 예전에도 중요했다. 그런데 많은 미디어 관련 전문가들이 오늘날에는 그러한 능력의 중요성이 과거에 견줄 바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주장의 주요 근거는 미디어의 수가 이전보다 대폭 늘어났다는 사실에 있을까? 기술 발달로 인해 미디어가 양적으로 증가한 것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용 시간 자체를 늘려놓았고, 그로 인해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 분명한 만큼, 양적 팽창의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은 단순히 미디어 개수만 늘린 것이 아니라, 그 미디어를 통해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 자체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왜 다시 미디어 리터러시인가?

만약 커뮤니케이션 기술 발달이 신문, 텔레비전으로 대표되는 매스미디어의 또 다른 유형들을 더 만들어내는데 그쳤다면, 오늘날과 같은 미디어 환경은 조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매스미디어는 소수의 생산자가 만든 콘텐츠가 수많은 수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며, 특정한 목표 수용자가 정해져 있기보다는 동시에 불특정 다수에게 대량으로 콘텐츠를 전송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매스미디어가 중심이 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이 뚜렷이 구분되고, 이로 인해 생산자에게 커뮤니케이션의 주도권이 부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인터넷과 이를 기반으로 운용되는 각종 서비스들(SNS, 블로그, 모바일메신저 등)은 일방향성이 아닌 ‘상호작용성’을 특징으로 하며, 그 안에서는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간 경계가 모호하다. 과거에는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위치에 머물던 수용자들이 이제는 콘텐츠의 생산, 그리고 확산에도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게 된 것이다.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가 합쳐진 ‘생비자(prosumer)’라는 신조어가 어느새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수용자들이 예전에는 수동적이었다가 오늘날에는 능동적인 존재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기술결정론이다. 이는 기술이 인간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보는 시각이기 때문이다.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송 콘텐츠로 인기를 끌었던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


과거에도 방송사·신문사에 제보하거나 독자투고를 하고 보도 내용 등에 항의를 하는 것과 같은 매우 적극적인 행동을 실행하는 수용자들이 존재했다. 그런데 미디어 환경이 달라지면서 수용자가 콘텐츠 생산 및 유통에 참여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들이 대거 생겨났고, 그로 인해 실제 참여가 증가한 것이다. 인터넷의 대표적 특징인 개방, 참여,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온라인 서비스들이 여러 가지 편리한 기능(예: 온라인 게시판, 댓글 기능, 링크 공유, 리트윗, 공감 표시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수용자 참여는 과거처럼 매우 적극적 성향을 지닌 일부의 전유물로 남았을 가능성이 높다. 언론사를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행동과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와 마우스 몇 번 조작으로 정보를 만들어 내거나 공유하는 행동은 적극성의 수준을 기준으로 볼 때 동일 유형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기술이 변화시킨 것은 수용자 또는 그들의 능동성 자체가 아니라 수용자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미디어 생비(prosumer)의 탄, 무분별한 정보 생산이라는 부작용

일반인들이 미디어 콘텐츠 생산 및 유통에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먼저 가장 적극적인 유형으로는 게시물을 직접 작성해 소셜미디어(SNS, 블로그, 인터넷카페, 모바일메신저 등)를 통해 유통시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완전한 창작은 아니더라도 기존의 콘텐츠를 재가공·편집해 일정 정도의 새로운 창작성을 갖춘 게시물을 게재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음으로, 직접 생산만큼은 아니지만 이에 버금가는 활동으로 뉴스를 비롯한 각종 콘텐츠에 댓글을 작성하거나 온라인 공간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주제로 한 토론이나 대화에 참여하는 행동이 있다. 이에 비해 좀 더 소극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으로는 특정 미디어 콘텐츠를 공유하기(자신의 SNS·블로그 계정으로 스크랩하거나 모바일메신저 등의 폐쇄형 소셜미디어 친구들에게 직접 전달 등), 콘텐츠 및 댓글에 ‘좋아요’, ‘싫어요’, ‘화나요’와 같은 공감 표시하기, 추천하기 등이 포함된다.


우리는 SNS를 통해 게시물을 작성하거나 댓글 작성, 좋아요, 공유 등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 생산 및 유통에 참여한다.


위에 열거한 유형들을 포함해 일반인의 콘텐츠 생산·유통 참여는 과거 매스미디어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광범위한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해서 이러한 현상은 몇 가지 쟁점을 만들어냈다. 우선,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 직업 언론인들과는 달리 취재나 보도 윤리에 대한 인식이 낮은 일반인들이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그저 흥미롭다는 이유로 게시물을 작성하거나 퍼나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전통적 미디어 리터러시는 콘텐츠에 대한 비판적 해독능력이라는 좁은 정의에 방점이 있었다. 그런데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디어(콘텐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창조적이면서도 책임감 있게 콘텐츠 생산·유통에 참여할 수 있는 태도와 행동을 갖는 것이 더욱 강조된다.


일반인들의 무분별한 콘텐츠 생산 및 파급은 또한 사회 및 그 구성원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정보가 만들어지는 ‘정보 과잉 생산’에 일조한다. 물론 현재의 정보홍수 상황을 일반인의 정보생산 확대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인터넷은 수용자의 정보생산만 손쉽게 만든 것이 아니라, 언론사를 포함한 전문적 콘텐츠 생산조직의 수 자체를 늘려놓았다. 소수의 생산자가 소비되는 콘텐츠의 대부분을 만들어내던 과거에 비해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훨씬 민주적이고 투명해진 것이 사실이고, 특히 일반인의 생산 참여는 기존 콘텐츠의 문법을 벗어난 참신한 접근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의 무분별한 생산과 유통,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선정적 콘텐츠 양산 및 하향평준화 같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물론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양적 증가에 부합할 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한정된 콘텐츠만 생산되던 과거에 비해 스펙트럼이 더 넓어진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과거보다 더 생산되는 콘텐츠 중 상당수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거나 돈벌이만을 목적으로 하는 저급한 수준이라는 데 있다.


언론사 같은 전문 콘텐츠 생산 조직이라고 해서 이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클릭 유도를 위해 기사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자극적 제목을 붙이는 ‘낚시성’ 기사, 지배적인 온라인 뉴스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인터넷포털에서 트래픽을 높일 목적으로 언론사들이 동일한 기사를 반복적으로 올리는 ‘어뷰징’, 특정 기업이나 정부 조직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홍보하는 내용의 기사를 써주는 ‘광고성’ 기사 등이 폐해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러한 유형은 애초에 돈벌이가 목적이기 때문에 내용의 사실성이나 객관성 등은 우선적인 고려사항이 아니다. 이보다는 덜한 경우이긴 하지만, 정상적인 게이트키핑[각주:1]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일반적인 기사들도 지나친 속보 경쟁으로 인해 사실 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보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프라인 매체에서는 오보에 대한 정정 자체가 쉽지 않지만, 온라인에서는 사후에 틀린 사실이 확인되면 그 부분을 바로 수정해서 다시 업로드하거나 슬그머니 기사를 삭제해버리면 되기 때문에 이런 관행이 쉽게 고쳐지기는 어렵다.


작년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전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짜 뉴스(fake news)’는 비교적 신뢰도가 높은 콘텐츠 유형인 뉴스의 형식을 차용해 거짓된 정보를 유통시키는 유형이다. 가짜 뉴스는 정보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허위사실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는 ‘디스인포메이션(disinformation)’의 일종이다. 이러한 디스인포메이션은 루머, 지라시 등의 형태로 오래전부터 존재했었다. 지금 주목을 받고 있는 가짜 뉴스는 ‘뉴스’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접한 사람들이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에 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실제 해외에서는 유명 언론사와 비슷한 인터넷주소로 가짜 뉴스 사이트가 만들어지는 등 명백히 뉴스처럼 보이는 것을 의도한 가짜 뉴스가 횡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가짜 뉴스 사이트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출처가 불분명한 가짜 뉴스들이 주로 카카오톡, 밴드와 같은 폐쇄형 소셜미디어를 통해 개인들 간에 전달되면서 파급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등의 해외 사례에서 가짜 뉴스는 뉴스나 언론사라는 ‘형식(format)의 신뢰도’를 오·남용하는 것이라면, 국내 가짜 뉴스는 이용자 개인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에 기반한 ‘전달자 신뢰도’에 기생하는 형국인 것이다.

 

콘텐츠 분별 능력이라는 면역력이 요구된다

가짜 뉴스를 비롯한 디스인포메이션, 그 외에 앞서 소개했던 여러 유형의 품질 낮은 미디어 콘텐츠는 수없이 많이 생산·유통되고 있고 이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가장 손쉬운 방법은 미디어 이용 자체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단순 회피’이다. 이는 저급한 정보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미디어를 최소한으로 이용하거나 아예 이용하지 않으려는 행동으로, 비유하자면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출을 극도로 줄이거나 외출 자체를 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이러한 행동은 현실적으로 실행하기도 어렵지만 그다지 권장할 만하지도 않다. 현직 교사이면서 지적 자기방어를 위한 매뉴얼을 주제로 최근에 책을 출간한 소피 마제(Mazet, 2015/2016)가 지적했듯이, 미디어 생태계에 유해한 콘텐츠가 상당량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디어 자체를 멀리하는 것은 미디어가 전하는 내용 전부를 아무 생각 없이 덥석 믿고 받아들이는 분별없는 행동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을 만큼 어리석을 수 있다.


지적 자기방어를 위한 매뉴얼을 주제로한 책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는구나!>의 저자 소피 마제는 책을 통해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출처 : Dailymotion @EducationFrance)


다음으로, 유해하거나 품질 낮은 콘텐츠를 잘 가려내서 그에 대한 노출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실현할 수 있으려면 콘텐츠의 품질을 정확히 평가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전문적 식견을 갖춘 누군가가 사전에 콘텐츠의 품질을 평가해서 이것은 봐도 괜찮고 저것은 안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지침을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질병에 비유하자면, 특정 질병에 대처하기 위해 전문가의 처방을 받은 약물을 복용하는 것에 해당한다. 문제는 그러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얼마나 되며, 설사 그 수가 충분하다 하더라도 미디어 이용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지침을 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데 있다(즉,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응하기에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자체가 너무 많은 환경이 된 것이다).


과거에는 훈련을 받은 소수의 사람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검증과정을 거쳐 콘텐츠를 제작했기에 이용가능한 콘텐츠 양 자체가 제한돼 있었다. 더구나 개인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학부모, 교사 등이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시간이나 방식을 전반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에 비해 지금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콘텐츠가 인터넷상에 존재하며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 개인이 오롯이 소유하고 이용하는 미디어를 통해 마음만 먹으면 깨어 있는 내내 이를 접할 수가 있다. 한마디로 개인이 노출되는 모든 미디어 콘텐츠에 관해 누군가가 따라다니며 지도해주는 것이 불가능한 환경이 된 것이다. 결국 저급한 콘텐츠를 가려내고, 그로부터 나쁜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이용자 개개인이 분별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러한 분별력은 여러 다양한 질병으로부터 근본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 즉 면역력을 기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래 핵심역량이자 21세기형 교육모형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분별력은 곧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이다. 분별력은 단순히 저급한 콘텐츠를 차단하기 위한 소극적인 동기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에게, 또 공동체를 위해 필요하고 유용한 내용을 찾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있어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다. 비용을 지불해야 이용 가능한 일부 프리미엄 정보를 제외하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정보는 인터넷상에 넘쳐나며 누구나 접근 가능하다. 관건은 이러한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찾고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 중 전자, 즉 자신이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일정 정도의 훈련이나 경험을 통해 비교적 쉽게 익힐 수 있는 기능에 해당한다. 효율적 정보검색, 정보탐색 시 유의사항 등은 전통적인 미디어활용교육(MIE: Media In Education)에서 많이 다뤄온 학습주제이며,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라 할 수 있는 지금의 청소년 세대에게는 정보를 찾는 것 자체가 그렇게 어려운 과업은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콘텐츠의 품질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안타깝게도 정보품질 평가는 정보탐색과는 다르게 쉽게 익힐 수 있는 기능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것이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전통적인 교육과 접근을 달리해야 하는 이유이자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필요로 하는 분야라는 점을 드러내는 핵심 지점이다. 20세기 교육은 교수자(교사, 교수, 강사 등)가 특정한 교육내용을 학습자들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는가에 중점이 있었다. 즉, 지식이나 이론, 법칙, 원리 등을 주요 교육내용으로 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이 핵심인 ‘콘텐츠 교육’에 해당했다. 물론 고난도의 지식·정보의 경우 여전히 교수자의 해설이나 지도가 있어야만 학생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러한 일부 교육내용을 제외한 각종 데이터, 정보, 단순 지식 등은 인터넷상에 널려있으며 약간의 노력으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의 인재상이 방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해 머릿속에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지금 시대에는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보다는 적절한 정보를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 어떤 방식으로 가공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핵심적인 능력이 되었다. 이러한 것을 학습시키는 것이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다. 이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는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에 대비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량이라 할 수 있으며, 20세기형 콘텐츠 교육 모델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21세기형 교육 모델에 있어 중심적인 접근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콘텐츠 교육보다는 ‘방법론’ 교육에 가깝다. 물론 미디어 리터러시 분야에서도 미디어의 작동원리, 콘텐츠 생산과정, 미디어 생태계에 관련된 핵심용어 등 기본적으로 익혀야 할 지식적인 부분들은 있다. 그런데 그 중심에 있는 콘텐츠에 대한 분별력과 적절한 활용 능력은 짧은 교육과정을 이수했다고 해서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역량이 아니다. 그보다는 다양한 사례 및 학습활동들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서서히 체득하는 것이 요구된다. 구체적인 사례로, 앞서 살펴본 가짜 뉴스 문제에 대한 대응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가짜 뉴스를 가려내는데 참조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 같은 것을 만들어서 제공한다면 분명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그러한 체크리스트가 만들어진 사례가 있다.(<WNYC @On The Media 채널의 'Breaking News Consumer's Handbook'>, <Facebook의 'Tips to Spot False News'> 참조) 그런데 이런 간단한 지침서를 보급한다고 해서 가짜 뉴스, 더 넓게는 저급한 정보를 가려내는 능력이 금방 생기지는 않는다.



가짜 뉴스를 확인하는 10가지 방법

1. 비판적으로 헤드라인 보기

2. 인터넷 주소(URL) 자세히 살펴보기

3. 자료의 출처 확인하기

4. 문법적 오류 확인하기(맞춤법, 어색한 문단)

5. 주의 깊게 사진 보기

6. 날짜 확인하기

7. 논거 확인하기

8. 관련 보도 찾아보기

9. 풍자 또는 해학과 구분하기

10. 의도적인 가짜 뉴스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Facebook의 'Tips to Spot False News'
(사용자 언어를 영어로 설정해야 내용이 표시됩니다.)


연구자들은 학문분야에 관계없이 학위과정 중에 대개 연구방법론 수업을 필수로 수강한다. 이 수업에서는 변인, 척도, 신뢰도, 타당도 등 연구와 관련된 기본적인 개념들을 익히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문제와 연구가설 설정, 연구방법 설계와 같은 실습을 하게 된다. 이러한 연습을 한두 번 한다고 해서 갑자기 전문가 수준의 연구능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법론 수업에서 배우고 실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 이론 및 세미나 수업에서 연구논문 내지 연구계획서 쓰기 연습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조금씩 전문성을 쌓아가는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또한 일회성이나 단기적 교육으로는 제대로 교육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우며, 교급과 학년에 맞는 적절한 수준의 교육내용을 장기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천천히 익혀야 하는 분야이다. 꼭 독립된 교과목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여러 관련 과목(국어과, 사회과 등)에서 미디어활용교육을 도입하고, 앞서 기술한 21세기형 교육 모델, 즉 스스로 적절한 콘텐츠를 찾고 정보에 대한 분별력을 갖추는 방향의 교육방식을 채택한다면 학생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계적으로 제고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국민의 정보복지 첫걸음

현대사회는 흔히 ‘정보화 시대’, ‘지식기반 사회’로 불린다. 정보와 지식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정보의 과잉 생산 및 질적 저하라는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정보 분별력을 갖춰 고품질 정보를 가려내고 이를 적절히 활용해 그로부터 혜택을 누리는 것은 ‘정보복지’의 다른 이름이다. 정보복지에 대한 기존 논의는 주로 정보에 대한 ‘접근권’에 초점을 두고 있었으나, 정보복지를 이루는 또 다른 중요한 축은 바로 고품질 정보를 누리는 것이다. 단순히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가를 넘어서서, 품질 높은 정보에 접근 가능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가가 정보복지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앞서 논의했듯이 미디어 리터러시는 정보에 대한 평가, 이해, 활용과 관련된 능력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미디어’와 ‘리터러시’의 합성어인 ‘미디어 리터러시’는 좁게는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해독능력을 지칭하지만, 넓게는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고 그 미디어가 작동하는 원리와 미디어 콘텐츠를 분별 있게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나아가 미디어(콘텐츠)를 적절히 활용하고 이를 창조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까지를 포괄한다.




끝으로, 정보복지와 관련해서 클레이 존슨(Johnson, 2012)이 저술한 <정보식단(The Information Diet)>의 내용을 소개하며 본고를 갈음한다. 존슨은 저급한 정보(그의 표현을 빌자면 ‘쓰레기 정보(junk information))에 노출되는 것을 정크푸드로 인한 비만문제에 빗대었다.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는 저급한 정보가 넘쳐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의 삶의 질, 특히 정신적인 측면에서 삶의 질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품질의 건강 정보식단을 향유할 수 있으려면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강한 정보식단은 곧 정보복지이며, 이를 누리기 위해 받아야 하는 교육이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인 것이다.



참고)

Johnson, C. (2012). The information diet. California: O’Reilly Media Inc.  

Mazet, S. (2015). Manuel d’autodéfense intellectuelle. 배유선(역) (2016).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는구나: 지적 자기방어를 위한 매뉴얼』. 뿌리와 이파리.

 

  1. 어떤 소재를 보도할 것인가부터 작성된 기사를 어느 위치, 어느 순서에 배치할 것인지에 이르기까지 뉴스가 생산되고 이용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의사결정과정. 좁은 의미의 게이트키핑은 뉴스로 만들어질 수 있는 수많은 소재들 가운데 실제로 기사화 할 것들을 선별하는 단계를 일컫는다. 게이트키핑(Gate-Keeping)의 의미를 문자 그대로 풀면 대문을 지킨다는 뜻인데, 그러한 소재 선정 과정이 대문 앞에서 어떤 사람은 지나가게 하고 어떤 사람은 못 가도록 막는 수문장(Gate-Keeper)의 역할과 유사하다는 점 때문에 은유적으로 붙여진 표현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