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17. 17:00ㆍ포럼
'2017 미디어교육 전국대회'가 2017년 10월 27, 28일 양일간 개최됐다. 9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현직 교사를 비롯한 미디어교육 관계자 약 400여 명이 참석해 '세상을 보는 눈,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제로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알리고, 교육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글에서는 행사의 첫 순서이자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나눌 수 있었던 '토크콘서트'를 소개할 예정이며, 다음 글에서는 행사 전체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
편집부
10월 27~28일 대전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7 미디어교육 전국대회’ 첫날, 가짜 뉴스를 주제로 한 ‘뉴스 리터러시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토크콘서트에는 사회를 맡은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토론자로 참석한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이경희 중앙일보 국제부 차장, 정현선 경인교대 교수, 강용철 경희여중 교사, 박준희 서울대 건축학과 학생 등 총 여섯 명이 무대 위에서 청중과 소통하며 다양한 시각으로 가짜 뉴스 문제를 분석하고 논의했다.
김광일 위원은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올바른 정보의 선별이 경쟁력이 됐다”며 “토크콘서트를 통해 가짜 뉴스 현황을 살펴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려고 한다”며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온라인 뉴스 소비와 ‘가짜 뉴스’
본격적인 토크콘서트에 앞서 참가자들은 가짜 뉴스란 무엇인지, 어디까지를 가짜 뉴스라고 판단하는지 의견을 나누었다. 언론진흥재단에서 뉴스 리터러시 분야를 연구하는 양정애 연구위원은 “가짜 뉴스라는 개념이 많이 쓰이고 있지만, 학자들 사이에서도 명확하게 합의된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국, 한국의 상황과 함께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사회자 김광일 논설위원(조선일보), 토론자 양정애 연구위원(한국언론진흥재단), 정현선 교수(경인교육대학교)
“가짜 뉴스가 이슈로 부각된 미국 대선 상황을 비추어 보면 언론사 홈페이지나 뉴스 기사 형태를 띤 거짓 정보가 만들어지면서 이를 가짜 뉴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미국과 같은 가짜 뉴스 형태를 보기 힘들지만, 카카오톡 등 개인적이고 폐쇄적인 SNS 공간에서 거짓 정보가 전달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양 위원은 의도성 없이 실수로 게재된 언론사 ‘오보’는 가짜 뉴스에서 제외하고, 취재 과정 없이 타 언론사의 잘못된 정보를 짜깁기하여 광고 수익을 내는 어뷰징 기사는 가짜 뉴스에 포함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거짓 정보’를 활용해 돈벌이나 영향력 행사를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조건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양 위원은 설명했다.
가짜 뉴스 개념에 이어 ‘가짜 뉴스가 생기는 이유’에 대한 첫 번째 논의가 진행됐다. 이 물음에 대해 중앙일보 청소년 매체(소년중앙, 키자니아 매거진, Tong 등) 팀장을 역임하고 현재 국제부를 담당하고 있는 이경희 차장은 “과거 ‘확인되지 않은 뉴스는 뉴스가 아니다’에서 ‘확인되지 않은 뉴스도 뉴스다’로 제작/유통 환경이 변했다”고 운을 뗀 뒤, 언론사가 이런 구조로 변하게 된 데에는 어뷰징적인 측면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과거 인쇄 매체는 인쇄 후 내용을 바로잡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확인 작업 등을 꼼꼼히 진행했지만, 현재는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하며 수정이 쉬워졌다”라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뉴스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만 뉴스가 소비되고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뉴스도 일단 송출하고 나중에 수정하는 구조’로 변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인쇄 매체의 경우 정정 기사를 통해 바로잡은 내용이 독자에게 도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온라인 매체에서는 수정된 내용이 독자에게 다시 도달하기 어렵다”며 변화된 유통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가짜 뉴스 키우는 편향적 정보 소비
“가짜 뉴스가 최근에 왜 심각한 문제가 됐는가?” 김 위원의 이 질문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연구하는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정현선 교수가 답했다. 정 교수는 가짜 뉴스가 쉽게 확산되고 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에 대해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기존 언론에 대한 낮은 신뢰도. 둘째, 소셜미디어 이용으로 확산력이 높아진 점. 셋째, 뉴스 이용자의 편향적 정보 소비 습관 등이다. “주류 언론의 ‘팩트체크 기능’, ‘공론화 기능’ 등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면 시민들이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서 주류 언론을 찾겠지만, 기존 언론의 편향성 등이 심화되어 가족이나 친구 등 대안적인 정보원 또는 자신이 소속돼 있거나 관심 있는 커뮤니티(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카페, 밴드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고 이를 쉽게 믿어 확산하게 된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한 필터버블 현상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정보 홍수 시대에 SNS에 자신과 네트워크로 엮인 사람들로부터 제공되는 정보만 소비하는 습관 때문에 이에서 벗어난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자신에게 익숙한 정보에서 벗어나서 나와 다른 생각이나 다른 정보원을 받아들이고 토론하는 문화나 여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가짜 뉴스 처벌에 대한 담론도 이어졌다. 이 차장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페이스북, 구글 같은 거대 IT기업에게 ‘온라인 어뷰징세’를 징수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혐오 발언’을 범죄라고 본다. 반면 미국의 경우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언론이나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고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허위 뉴스 처벌법’ 등이 발의됐지만 지난 5년간 선관위 사례에 따르면 민주주의적 가치(표현의 자유) 때문에 허위 사실과 관련한 조치(처벌)가 어렵다며 제도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이경희 차장(중앙일보), 강용철 교사(경희여자중학교), 박준희 학생(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가짜 뉴스 구별 방법에 대해서는 양 위원이 소개했다. 양 위원은 “페이스북 등 해외에서는 가짜 뉴스 구별 방법을 많이 소개한다. 이 같은 정보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해외와 국내 상황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무리가 있다”는 설명과 함께 ‘검색을 통한 정보의 교차검증’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평소 접하는 모든 뉴스에 대해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칠 수는 없다”면서 정보의 품질을 구별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옛날에는 뉴스 콘텐츠를 보는 채널이 정해져 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 가장 많이 접하는 채널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서울대 건축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박준희 학생이 기존 세대와 다른 요즘 학생들의 미디어 사용 실태를 설명했다. “요즘 학생들은 신문, 라디오, TV 뉴스를 통해 정보를 얻지 않는다. 대신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이 공유한 뉴스를 보거나, 언론사에서 만든 카드뉴스를 본다. 학생들이 기존 세대와 또 다른 점은 본문은 읽지 않고 제목과 댓글만 읽는 경우가 많다”며 “이처럼 단편적이고 짧게 뉴스를 소비하며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가정에서의 미디어교육도 중요
국어 수업 시간에 미디어교육을 접목하고 있는 경희여중 강용철 교사는 “(토론자들의 앞선 발언에 대해서) 가짜 뉴스에 대해 공부하는 마음으로 듣고 있었다”면서 “초점은 가짜 뉴스지만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교육 현장에서 목격하는 학생들의 편향적 정보 소비 습관을 전하며 교육자로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의 교육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아이들의 뉴스 소비는 연예 뉴스, 자극적인 범죄 뉴스 등에 편중되어 있다. 관심 있는 뉴스만 편중해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뉴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어떻게 뉴스를 보는지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건 왜 그렇지?’, ‘이건 어떻게 만드는 거지?’, ‘이건 어떤 결과를 가져오지?’ 이런 질문을 던지는 프로그램이 학교 현장에 많아져야 한다. 정답을 알려주는 수업은 수업이 끝나면 끝나지만, 질문을 주는 수업은 수업이 끝날 때 시작한다.”
또한, 강 교사는 “진짜 뉴스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성이 있는 가짜 뉴스에 대해 학생들에게 어떻게 지도하는가?”라는 김 위원의 질문에 “프레임을 대입해 알려줄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팩트체크, 출처, 날짜, 정보원 등을 확인해볼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프레임을 대입하기 전에 ‘아이들이 만나는 수많은 정보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보자’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후 관계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얘기해보자는 의미다. 특히 강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뉴스 내용에 대해 가족 간에 이야기를 나누는지 묻고 싶다”며 “뉴스 읽는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는 학교에만 미디어교육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라는 김 위원의 질문에 박준희 학생은 고등학교 때 했던 언론 동아리 활동을 소개했다.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단어 자체를 안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단어만 몰랐을 뿐 고등학교 때 했던 NIE 수업과 언론 동아리 활동이 모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준희 학생은 강원일보사의 신문 제작 교육을 통해 기자들이 뉴스를 어떻게 만드는지 배우고 직접 교내 신문을 만들어 배포한 적이 있다. 박준희 학생은 그러한 활동이 재미도 있었지만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써보면서 팩트는 현장에서 나온다는 점을 깨달았다. 또 실명제 기사를 통해 책임감을 느꼈다”고 부연했다.
강 교사는 미디어교육의 어려움을 묻는 김 위원의 질문에 “교사의 역량 차이”와 “교육 필요성에 대한 동료 교사들의 공감 부족”을 꼽았다. 먼저 교사의 역량 차이에 대해서는 “어느 교과에서, 어느 차시 수업 때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며 미디어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대변했다.
교육 필요성에 대한 동료 교사들의 공감 부족은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해 관심이 부족하거나 시각 차이가 있는 교사들로 인해, “선도적인 교사에 의해서만 미디어교육이 행해진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중 하나인 NIE는 ‘마니아형 교육이다, 하는 사람만 한다, 정규 수업과 분리된 NIE를 한다’”라는 비판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강 교사는 “교육 현장에서 교장, 교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미디어가 아이들의 삶 속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는 홍보나 연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OOO이다
‘뉴스 리터러시 토크콘서트’는 참가자들이 각자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정의를 내리며 마무리됐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이라는 점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토크콘서트는 참가 토론자들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한마디로 정의하며 마무리됐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면역력’이다." - 양정애
가짜 뉴스를 포함해 질 나쁜 정보에 노출됐을 때 그로부터 나쁜 영향을 받지 않고, 품질 좋은 뉴스를 골라 읽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가짜 뉴스에 노출됐을 때 이를 막을 방법은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면역력’밖에 없을 것 같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공기 청정기’이다." - 이경희
최근 본 뉴스 중 하나가 “인간이 사망하는 가장 큰 원인은 ‘환경오염’ 때문이다”였다. 공기 때문에 숨쉬기 힘든 것을 체감하는데, 오염된 정보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마음의 필터’이다." - 정현선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환경에서 내 주변 사람의 이야기와 내 입맛에 맞는 정보뿐만 아니라 정보의 범위를 넓히고 거짓 정보는 촘촘히 걸러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마음의 필터’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생각의 근육’이다." - 강용철
수많은 지식과 뉴스 중에서 아이들이 좋은 뉴스를 받아들이고, 가짜 뉴스에 속지 않기 위해서 비판적 사고력을 단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의 근육을 단련시켰을 때, 미디어 빅뱅 시대에서 아이들이 바른 ‘민주 시민’으로 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시민의 교양’이다." - 박준희
시민은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필요할 때에는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는 사람이다. 대중은 법적 지위로는 시민으로 인정받지만, 시민으로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수동적이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을 말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대학에서 누구나 다 들어야 하는 '필수'교양처럼 전공에 상관없이 다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란 ‘시민의 교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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