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7. 11:00ㆍ포럼
2017 미디어교육 교사를 위한 연수가 여름방학 기간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렸다. ‘신나고 재미있는 미디어교육’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어린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미디어교육 수업 방식이 소개된 미디어교육 교사 연수 참가기를 공개한다. |
이경민(대동초등학교 교사)
방학이 가까워지면 많은 연수들이 쏟아진다. 연수를 받으러 갈 때마다 몇 가지 고민이 있다. 가장 크고 본질적인 고민은 ‘연수가 얼마나 의미 있는 연수일까?’이다. ‘연수를 이수했을 때 얼마나 만족할 수 있을까?’와 ‘배운 내용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려해 본다.
다른 선생님이 연수를 선택하는 기준도 내 고민과 거의 일치할 것이다. 나는 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에서 기획한 ‘2017 여름방학 미디어교육 교사연수(8.16 ~ 18)’를 신청해 연수를 받았다. 연수를 받은 이유는 실제로 수업 시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민한 연수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연수 외적으로도 선생님들이 안락하게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 리터러시 보드게임
교과 교육에 창의적 재량 활동까지 챙기느라 바쁜 선생님들이 미디어 관련 수업을 수고스럽게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 교사는 ‘준비하는 시간’이 많아야 하지만 여러 요인 때문에 미디어를 교재로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미디어교육에 관심을 두는 선생님 대부분이 미디어 자체를 교육하기보다 교과 교육이나 창의적 재량 활동 시 동기 유발용으로 미디어를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미디어나 뉴스 자체를 가지고 수업하는 데 관심이 적어, 미디어와 뉴스 관련 수업은 시작도 어렵고 지속적으로 하기는 더욱 어려운 형편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보드게임은 이런 상황에 처한 많은 선생님이 미디어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 같다.
딱딱하고 어렵다고 생각하기 쉬운 미디어 리터러시 활동을 학생들이 좋아하는 보드게임으로 접근한 방식은 매우 긍정적이고 활용 가치가 높다.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한 보드게임은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스토리텔러, 매치게임으로 이 둘은 이미지 게임으로 분류할 수 있다. 경주 게임은 텍스트로 분류되며, 사고에 의한 결정으로 나눌 수 있다.
선생님들이 모둠별로 매치게임 실습을 하며 게임 규칙을 정하고 있다.
먼저 매치게임은 기존의 보드게임 ‘치킨차차’와 비슷하다. 치킨차차는 닭 모양의 캐릭터가 위치한 자리의 그림을 찾으면 다음 칸으로 옮길 수 있고 상대방 캐릭터를 잡으면 꼬리를 잡을 수 있다. 상대방 꼬리를 다 잡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매치게임은 치킨차차와 비슷하지만, 게임의 제목 그대로 똑같은 내용을 찾아내는 간단한 게임이다. 반복 게임을 통해 지식을 익히고 태도를 정립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성 보드게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뉴스 리터러시 교육은 뉴스만을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에게는 상당히 지루하고 힘든 수업이다.
게임 규칙 만들며 뉴스 가치 고민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뉴스 파악에 그치지 말고 학생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도록 하면 된다. 즉 규칙 만들기 활동을 통해 규칙을 만들어보고 뉴스 내용을 토대로 매치 카드를 만들도록 한다.
연수 참여 선생님들이 만든 사고형 게임 활동판.
연수 당시 선생님들도 매치게임 카드를 만들었는데, 신문 내용을 보고 뉴스에 관해 여러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거기에 연상 단어를 같이 만드는 활동을 하며 뉴스 가치에 관해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이 두 가지 활동을 교실에서 하면 뉴스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 활동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해결할 수 있다.
경주게임은 흔히 사다리 게임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추억의 뱀주사위놀이판을 응용한 게임이다. 게임 방식이 매우 쉬우면서도 재미있기 때문에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뱀주사위놀이처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긍정적인 가치와 부정적인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수업에서 이 경주게임 활동을 하면 좋겠다. 학생들과 함께 신문을 읽고 긍정적인 내용과 그 가치가 무엇인지, 부정적인 내용과 그 가치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면서 신문을 제대로 읽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신문을 읽은 뒤에는 핵심 가치를 정하고 직접 그림을 그려 카드를 만들도록 한다.
초등부 선생님들이 만든 뱀 사다리 인성 보드게임 완성 모습.
연수를 받는 우리 선생님들도 신문 내용을 나누고 가치카드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에게 이런 시간을 준다면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월등히 높아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긍정적인 카드와 부정적인 카드를 만들고 보드판에 붙인 뒤 뱀 모양의 추락 기호와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 모양을 만들었다. 그 후 주사위를 가지고 게임을 했다. 옛날 게임이지만 아주 간단하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고, 사회에 대한 안목을 높여줘 이 게임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경주게임과 매치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교과서나 교재를 읽고 학생들이 직접 문제를 만드는 과정이다. 게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게임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 과정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경주게임과 매치게임은 미디어 리터러시 활동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과목들과 독서 활동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선플달기를 활용한 갈등관리, 학생지도
인터넷이 많은 사람과의 대화의 장이 되며 치유의 센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진정한 토론의 장이 되고 개인의 부족함을 메워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인터넷이 도움을 주리라고 확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인터넷을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을 인터넷이라는 ‘현미경’ 같은 도구로 인해서 개인의 부족함을 너무 메워주려고 하며 개인에게 기계 같은 완벽함을 추구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현상이 일어났다. 댓글도 마찬가지다. 댓글은 옛날에 학교에서 시행했던 단체일기장 기능과 비슷하다. 단체일기장은 반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오늘 내 생활과 내 마음을 나눈 아이에게 댓글의 형식으로 격려도 하고 위로도 한다. 단체 일기장은 자기 글씨로 쓰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내 글씨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댓글을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것을 쓰는 경향이 많았다. 이 모든 행동이 책임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인터넷에서 생각을 나누는 공간은 책임 있는 태도로 글을 쓰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댓글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세상을 등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점에서 선플 운동은 반드시 필요한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 사회에서 학생들은 언제 어디서나 많은 정보를 접한다. 방대한 정보 가운데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려면 다각적인 정보 활용 경험이 필요하다. 미디어 능력을 기르고 자신의 정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기르는 것이기도 하다. 학생참여형 수업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밀접하게 연관되는 활동이다.
학생참여형 수업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학생 참여형 NIE 수업’ 시간에는 미디어교육의 전반적인 활동에 대해서 배웠다. 선생님들이 가장 힘들어하면서도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이다. 먼저 ‘미디어교육을 왜 하는가’에 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습득할 수 있는 미디어를 공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사 선생님도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학생참여형 수업을 활발히 전개하기 위해서라도 미디어교육은 필요하다. 이처럼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한 후에는 뉴스 리터러시 교육 내용에 관해 소개를 받았다.
그중 가장 고전적인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신문 활용 교육 활동을 해보았다. 먼저 신문의 형식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문을 구성하는 요소를 파악하고 신문에서 직접 찾아 확인했다. 그리고 빈 종이에 신문 형식에 맞게 간단히 신문을 만드는 활동을 했다. 직접 만들면서 서로 이야기하니 형식을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왼쪽)낚시성 기사 만들기 활동 후 발표 중인 연수 참여자들. (오른쪽)신문 활용 교육의 일환으로 신문 구성 요소에 맞게 간단한 신문 만들기 활동을 했다.
신문 활용 교육에서 가장 힘들고 중요한 활동은 스크랩이다. 스크랩은 인내가 필요하다. 스크랩 활동을 하다 미디어교육을 포기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그 이유는 선생님들이 과정을 쪼개서 챙기면서 활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계별로 진행해야 하는데 보통 기사를 읽히고 바로 학습지로 연결해 결과를 얻으려는 욕심 때문에 많은 선생님이 포기를 한다. 연수를 받으며 초등학교의 40분 수업 시간에 어떻게 기사를 활용해 수업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요즘 미디어에는 가짜 뉴스가 많다. 낚시성 기사도 너무 많다. 선생님들과 함께 낚시성 기사가 많은 이유와 가짜 뉴스가 등장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낚시성 기사를 만들어보는 활동을 했다. 이 활동을 하면서 낚시성 기사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신문 활용 교육의 일환으로 신문 구성 요소를 파악한 뒤 그 요소에 맞게 간단한 신문 만들기 활동을 했다.
낚시성 기사를 직접 만들어보니 자극적인 뉴스 제목이 많아지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속한 조에서는 군함도 사진과 여자가 남자에게 기대고 있는 보험 광고 사진을 합쳐서 ‘욕망의 섬’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민망한 제목 기사이지만 제일 많은 선택을 받았다. 학생들은 어떤 낚시성 기사를 만들지 궁금했고 학생들과 꼭 이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처음 미디어교육을 접한 시기는 2007년 여름 방학 때였다. 당시는 신문 활용 교육, 매체 교육으로 불렸던 것이 뉴스 리터러시 교육으로 발전했고,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이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으로 발전했다. 일반적으로 국어, 도덕, 사회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의 동기 유발을 위해 미디어를 찾는 경향이 있다. 나도 이런 이유로 미디어를 이용해왔었다. 그러다 문득 ‘아이들에게 미디어의 한 단면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넓은 부분을 보게 해줄 수 있는 미디어를 잘못 이용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많은 선생님이 교과교육과정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 나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미디어 없는 교육과정은 생각할 수 없다. 수업에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곳은 없다. 뉴스를 사용해 동기 유발을 하거나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수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뉴스의 본래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내용으로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신나고 재미있는 미디어 연수’ 추천합니다
수업 현장에서는 뉴스를 제대로 알기 위한 수업, 미디어를 잘 활용하기 위한 수업이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선생님들이 신나고 재미있는 미디어 연수를 들어야 한다. 미디어를 잘못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의심해보고, 미디어를 제대로 이용하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이 연수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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