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뉴스 리터러시 수업 따라하기

2017. 12. 21. 11:00수업 현장

입시 위주의 고등학교 교육 현실에서 창의와 자율이 있는 수업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뉴스를 수업 시간에 접목하면 학생들의 수업 흥미를 높이면서도 교육과정이 목표로 하는 성취 기준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주입식 수업이 아닌 학생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수업도 물론 가능하다. 



신유식(대진고등학교 수석교사)


본 수업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운영하는 포미 사이트에서 수업활동지를 지원받아 진행한 공개수업 내용을 재현한 글이다. 대상 학년은 고등학교 1학년이며, 과목은 국어이다. 이번 수업은 개정된 2015 교육과정에도 적용해볼 수 있어 매우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모둠별로 협의를 통해 그날 토론할 주제를 정했다. <사진 출처 : 필자 제공>


뉴스로 학생 활동 중심 수업 열기

10월 하순 햇살이 곱다. 교실 안에 따사한 10월 햇살이 가득하다. 점심을 먹고 난 뒤의 어수선함 속에서 5교시를 시작했다. 오늘 수업은 여느 때와 다르다. 교실 뒤편에는 30여 명의 참관 선생님들이 계시다.


오늘 수업은 학생 활동 중심이다. 수업 진행자로 두 명의 학생이 앞에 나와서 수업 시작을 알린다. 자리에 앉은 학생 중 한 명이 질문한다. “오늘 수업할 내용이 뭡니까?” 수업 진행자는 오늘 가져온 신문 기사 중에 제주 해녀 유네스코 지정에 관한 논거의 타당성 검토 아닌가…….” 그러자 다른 아이가 손을 들고 말한다. “제주 해녀 유네스코 지정에 관한 것은 나라가 할 일인데, 그것을 가지고 우리가 수업해야 합니까?” 이 질문에 수업 진행자는 매우 난감해했다. 수업 선생님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었다.


지난 시간에 우리는 일본 군함도 유네스코 문화재 등록에 대해 논거의 타당성을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제주 해녀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등록을 소재로 논거의 타당성을 확인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일본의 군함도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에 대해 너무 감정이 앞서서 군함도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의 논거가 타당성이 결여됐다고 결론 내린 것은 아닌가, 일본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지 않을까? 우리가 일본에 대해 일방적으로 싫어하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감정적으로 잘못 판단하고 대응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만 유네스코 문화재 등록 지정에 반대하는 것인지 등 좀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토론 주제인 제주 해녀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등록은 한 국가의 문제이기보다 전 인류의 문화와 관계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잘 생각해 보고 나서 우리나라의 문화재 사랑에 대해서 점검해 보고 싶습니다.”


함께 뉴스 읽고 주제 선정에만 1시간

학생 활동 중심 수업은 토론 주제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 신문을 주 텍스트로 삼고 그때그때 학생들과 의논해 토론 주제를 정한다. 신문은 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일간신문을 활용한다. 수업은 3~4명씩 모둠을 이뤄 총 8개 모둠으로 진행한다.


칠판 한구석에 모둠 이름을 써 둔다. ‘모꼬지’, ‘빨리 뛰어’, ‘메뚜기’, ‘각설이’, ‘웃는 책등이다. 모둠 이름도 아이들이 자기네 모둠의 특성을 살려 재미있게 정한다. 학생 활동 중심 수업은 개성이 다른 아이들이 모여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 보니 나름대로 문제점도 많다. 다른 모둠과 비교되기 때문에 모둠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주에는 한 모둠에서 협동도 잘 하지 않고 모둠에 피해만 주는 학생을 추방하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가지고 한 시간 가까이 토론을 벌여야 했다.


수업은 결국 창의와 자율을 생명으로 한다. 그러나 수업에서 진정으로 다루어야 할 주제는 실종된 채 암기식 교육이 만연한 현실이다. 수업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요즘 학생들이 너무 자기중심적이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그러나 뉴스를 수업으로 가져오면 학생들은 흥미를 느낀다. 또한, 교사와 함께 공유하고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오늘 수업 주제 선정은 작위적이긴 하지만 먼저 질문으로 시작한다. 또 해녀 기사를 접하기 전에 ‘EBS 극한직업 해녀편을 5분 안쪽으로 편집해서 보게 한다. 그 후 짝 활동으로 들어가 각각 동영상을 보고 느낀 점을 기반으로 해서 짝에게 질문을 하나씩 던진다. 이렇게 짝과 질문을 하고 답을 얻으면서 스스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짝과 협의해서 질문을 하나로 통합한다. 대신 질문을 통합한 근거를 적어 두게 한다.


표1. 짝 활동 전개 과정


일반적인 토론의 경우 대개 주제를 먼저 정해서 그 주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 혹은 긍정과 부정을 선택해 경쟁을 유도하고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수업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오늘 수업은 그런 경쟁이 목적이 아니다. 수업과 관련이 없는 질문이 나와도 좋다. 실제로 수업 시간에 나온 질문 중에는 황당한 것도 있다.


왜 여자만 있지, 남자는 없어?”

왜 힘들게 잡아, 잠수복 입고 들어가면 편한데?”

, 전복 먹어봤니?”

전복 비싸?”


짝 활동 후에는 앞뒤 학생이 모둠으로 전환하여, 둘이 만든 질문을 다시 서로 협의하면서 하나의 주제로 집약해 나가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도 같은 방법으로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지고 주제 선정에 필요한 것들을 논의하여 모둠별로 토론이나 토의할 주제나 내용을 하나씩 정한다. 수업이 올바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제주 해녀의 유네스코 지정에 필요한 논거의 타당성이 도출되어야 한다. 즉 전복이 제주에 많이 나오는 이유를 찾아 제주 바다가 특수한 환경이라는 사실이 학생들에게서 나와야 한다. 융합 수업이 가능하게 역사적 사실까지 전개되면 더 좋다. 육지의 패총에서는 굴 껍질이 나오지만, 제주 패총에서는 전복이 나온다. 쓰시마난류와 용천수가 만나는 지점에 전복이 잘 자란다는 환경적 배경도 끄집어내면 더 좋다. 그리고 유네스코 지정의 논거로 지속성과 환경 보존의 이유가 나오면 더 좋다.


그렇게 8개 모둠이 각각의 주제를 정하면 30여 분이 지난다. 선생님이 준비한 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읽기로 수업을 전환한다. 비판적 읽기의 형태이다


표2. 모둠 활동 전개 과정


오늘 수업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모두 가능한 수업 내용이다. 개정된 2015 교육과정이 목표로 하는 성취 기준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표3. 국어과 2015 교육과정 성취 기준


의외로 뉴스 리터러시 수업은 2015 개정 교육과정 성취 기준에 효과적으로 도달하기 좋다. 오늘 수업 목표의 최종 단계는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에서 요구하는 논거의 타당성확인이다.


공개수업으로 진행된 학생활동 중심 수업 시간. 교실 맨 뒤에 서울시 전체에서 참석한 동료 교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출처 : 필자 제공>


동료 교사들의 수업 평가

수업 진행에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곳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미디어교육 전문 사이트 포미이다. 한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은 뉴스를 수업 시간에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육용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셨다. 해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일선 교사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미디어교육 전국대회에 참석해보면 다양한 콘텐츠들이 연구·개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수업에 그 자료들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모르는 선생님들이 많다. 선생님들끼리도 공유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좋은 수업 자료들을 학교 홈페이지에 링크시킨다면 교사는 물론 학생들도 쉽게 내용을 찾고 교사가 직접 만든 학습용 콘텐츠를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은 소위 시스템 교육의 방향과 연관되는 쪽으로 실질적으로 지원되고 있다. 교실 수업이 점점 소형화하면서 학생 한 명 한 명을 위한 맞춤식 교육으로 가야 한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업 자료는 뉴스이다. 앞으로 뉴스를 교육 활동에 얼마나 효율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 교사와 학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동 연구소 같은 것이 필요하다. 또 학교 현장에서 뉴스를 수업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학계와 학교 현장을 연결하는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현재 포미 사이트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포미'는 수업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수업 지도안을 제공하고 있어 큰 도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