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12. 18:00ㆍ수업 현장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BJ가 초등학생들에게 인기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인기 BJ가 사용하는 특정 표현들을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따라 하면서 학교폭력으로 번지는 사례도 발생한다. 최근 각광 받는 1인 미디어 방송의 빛과 그림자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1인 미디어의 속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비판적 판단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이다. 1인 미디어 방송을 주제로 이루어졌던 동신초등학교의 수업지도 사례를 소개한다. |
김자영 (동신초등학교 교사)
얼마 전 2학년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알아보고 나의 꿈과 관련하여 진로체험 현장학습을 다녀온 후였다. 1학년에서 막 올라온 귀여운 2학년 꼬맹이들이 고사리손으로 미래 직업과 관련해 나만의 꿈풍선을 그리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선생님, 의사, 경찰, 과학자 일색이었을 그림들이기에 무심코 순회 지도를 하고 있던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23명의 학생 중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4명, 뷰티 크리에이터 3명, 그 외 게임 개발자나 레고 디자이너, 미니어처 디자이너 등 신종 직업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저학년에게는 발음마저 어렵고 생소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BJ가 아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인기 직업 1위로 등극했다.
요즘 초등학생의 인기 직업 1위인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표현한 2학년 학생의 꿈풍선. <사진 출처 : 필자 제공>
“우와, 너희들 유튜브 크리에이터도 알아?”라고 물으니 “당연하죠, 저는 나중에 그거해서 돈 엄청 많이 벌 거예요” “캐리 언니 1 될 거예요” “나도 나도” 하며 아주 신이 나서 대답한다. 시대가 변한 것을 느끼며 꼬맹이 손으로 그린 유튜브 마크가 그저 귀여워 웃음이 났고 마이크를 들고 BJ가 된 아이들의 그림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앙! 기모띠’ ‘패드립’으로 얼룩진 학교
그러나 얼마 후 이 일이 그저 귀엽게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2학기 상담 기간에 만난 학부모님들의 상담 내용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요즘 유튜브에 빠져 있어 걱정이다”, “자라고 했는데 나중에 가보니 이불을 둘러쓰고 몇 시간째 BJ 놀이를 하고 있다”, “욕도 아닌 이상한 말을 하는데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제야 심각성을 인지하고 교육 방법을 찾던 중 고학년에서 학교폭력 신고가 들어왔다. 이른바 ‘패드립’ 2으로 인한 사건이다. 늘 그렇듯 발단은 사소한 일이었다. 아이들은 유행하는 말을 그냥 따라 한 것뿐이라지만 서로 자극적인 말을 하면서 수위가 아주 높아져 친구가 상처를 받고, 이로 인해 부모님의 싸움으로까지 번졌던 것이다. 어른들이 모르는 사이 아이들은 아무런 의식 없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일부 1인 미디어에 중독되어 가고 있었다.
티타임 도중 한 선생님이 “아이들이 자꾸 기모띠, 기모띠 하는데, 일본어가 유행인가 봐요?” 하는 말씀이 계기가 되어 나는 동료 교사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학교에서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있기 전까지 우리들은 교실에서 “응, 아니야” “앙! 기모띠!”라고 웃고 떠드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이것이 유튜브 유행어라는 것, 성인방송에서 성행위를 의미하는 말임을 전혀 몰랐다. 학교에서 욕설을 못 하게 하니 ‘니 애미 XX 시리즈’로 심심치 않게 패드립이 오가는 것도, 쉬는 시간 블럭놀이를 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아이들이 유명 게임 BJ를 흉내 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야 알게 됐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우리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현대사회에서 미디어 없이 살아가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아이들에게 ‘이제 그만!’, ‘보지마!’, ‘안 돼!’로 교육하는 것은 어른들의 공허한 메아리일 뿐 한계가 있다. 그저 보호주의적인 차원에서 해당 미디어를 잠시 차단한다고 해서 그 영향을 받지 않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유튜브를 하루 종일 본다고 해서 그저 요즘 아이들이 참을성이 부족하다고 진단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친구들은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수시로 활용하는데 부작용이 무서워 내 아이에게만 골동품 취급(?)을 받는 2G폰을 쥐여주는 것은 도피일 뿐 해결책이 아니다.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종류의 미디어 홍수 속에서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미디어의 속성에 대한 이해와 비판적인 판단 능력을 통한 자기표현 즉, 미디어를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활용하는 능력, 미디어 리터러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이다.
비단 우리 학교의 사례만이 아니더라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기획한다면 최근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더욱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와 같은 1인 미디어는 가장 최근 등장한 형태로서 이용자들을 단순한 미디어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서 콘텐츠를 공유하거나 제작하는 과정까지 이르게 하는 뉴스 생비자로서 기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1인 미디어의 속성을 바르게 이해하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기획해 보자. 함께 뉴스를 읽으며 심각성을 인식하게 하고, 1인 미디어의 장단점을 친구들과 논의해보는 기회를 얻는다면 어떨까? 뉴스와 신문 기사를 통해 논의점을 찾아보는 활동 후에 내가 ‘1인 미디어 기획자’가 되어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까 거꾸로 생각해보면 생산자로서도 그 속성을 분명히 이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본 수업을 기획하고 아이들과 진행해 보았다.
1인 미디어 바로 알기 수업
수업 전 교육과정을 분석하면서 주 대상은 5학년으로 선정했다. 5학년 2학기 5단원 ‘매체로 의사소통해요’ 및 관련 핵심 성취기준(국1611-3:뉴스를 듣고 내용이나 관점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 국1617-1:매체를 통한 소통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과 관련해 수업을 구성하고 교과서 지문을 벗어나 시의성 있는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여 국어 교육의 목표 및 역량을 함양하고자 구성했다. 따라서 수업의 전체적인 흐름은 ‘동기 유발-관련 뉴스 보기 및 신문기사 읽기-생각 나누기-나만의 표현하기’로 구성하고,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가 강조되는 만큼 나만의 생각 표현하기의 결과물을 수행 평가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이자 목표인 핵심역량과의 관련성을 찾아보았다.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적, 사회적 요구에 의해 개정된 2015 교육과정은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 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을 교육과정의 주요 핵심역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핵심역량 중 본 수업에서는 뉴스와 신문기사를 읽고 분석하는 지식정보 처리 역량과 다양한 해결점을 위하여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창의적 사고 역량에 초점을 두었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다양한 1인 미디어 방송의 로고
도입 단계에서 아이들에게 익숙한 다양한 1인 미디어 방송의 로고 중 알고 있는 것을 체크하고 공통점을 유추해보도록 했다. 아이들은 사진을 보자마자 흥분하며 판도라TV, 유튜브, 페이스북 등 아는 이름을 쏟아내며 심지어 특정 미디어 서비스가 빠졌다고 말한다. 로고들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에는 “소통이 가능하다. 영상 서비스이다. 내가 방송을 할 수 있다” 등 비교적 미디어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이어서 이러한 1인 미디어를 활용한 경험을 묻자 전원이 평소 많이 이용한다고 답했다. 영상을 올려본 경험도 반 이상이 됐다. 한 친구는 검색할 때 네이버보다는 유튜브를 활용하는데 글은 읽기 귀찮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전개 단계에서는 ‘1인 방송 전성시대’라는 내용의 뉴스 영상을 보고, ‘1인 미디어, 일상도 생방송한다’라는 신문기사를 함께 읽었다. 기사 선정 시 1인 미디어의 속성과 장점, 단점을 고루 드러내고 있는 기사를 선정했는데, 이러한 수업에서는 편향된 내용의 기사가 학생들의 생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내용 파악 단계에서는 개별 학습지를 활용하고, 모둠별로 토의 시간을 준 뒤 1인 미디어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찾아내는 활동을 하여 PMI기법으로 정리해보았다. PMI기법이란 창의성 계발을 위한 수업 기법 중 하나로 문제 상황이나 사물에 대한 아이디어를 P(Plus, 좋은 점), M(Minus, 나쁜 점), I(Interest 흥미로운 점)로 분류하여 아이디어를 확장, 심화하는 기법이다. 다음은 아이들이 찾은 PMI 리스트의 내용이다.
[표] PMI기법으로 정리한 1인 미디어 평가
생비자로 거듭난 아이들
실제 수업이 진행되자 수업자의 의도보다 더 많은 의견과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평소에 무심코 이용했는데,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다”는 의견, 다른 친구들의 의견에는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다”며 토론과 PMI 분류하기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기도 했다. 학습지에서는 생산과 소비라는 한자어를 활용하여 1인 미디어와 관련된 문장을 만들었다. “자기 혼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사라졌다고 하는 것 같다”며 미디어의 속성을 정리하기도 한다.
(왼쪽)학생 활동 결과물 : “1인 미디어 방송을 제작한다면?” (오른쪽)신문기사와 뉴스를 읽고 내용 정리하기 <사진 출처 : 필자 제공>
그렇다면 내가 방송 제작자라면 어떨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아이들은 평소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취미 활동인 게임, 큐브, 미용, 장난감, 다이어트 등 다양한 소재를 찾아냈지만 “그걸 누가 봐?” “아니 저학년들은 장난감을 좋아하지” 등 타깃을 누군가로 정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음을 스스로 찾아내고 표현하기도 했다. “많이 보게 하려면 어떤 형식을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찾아낸 콘텐츠 생산자의 입장에서 미디어의 속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정리 단계에서는 ‘우리들의 1인 미디어 사용 약속’을 정해보았다. 1인 미디어를 이용하지 않겠다가 아닌,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내용으로 교사의 개입 없이 진행했다. 저작권을 위반한 영상을 신고하겠다, 초등학생의 정서(?)에 맞지 않는 내용은 보지 않겠다, 아무 내용이나 그대로 믿지 않겠다 등 유의미한 결론들을 내는 모습을 보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의 목표에 효과적으로 도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6학년들과도 같은 수업을 해보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수업 후 “재미있다. 1인 미디어에 대해 잘 알게 됐다. 유튜브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앞으로 현명하게 이용하겠다”는 소감을 쏟아내었다. 그럼, 이러한 수업이 저학년에도 가능할까? 라는 생각에 신문기사의 어려운 용어를 바꾸어 재구성한 수업을 해보았는데, 저학년 역시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진지했고, 결과물 역시 글이 아닌 그림으로 표현했지만 나름대로 자신만의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1인 미디어 시대’에 필요한 교육
기존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돌아보면 신문과 뉴스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지만, 초등학생과 청소년이 가장 관심을 갖고 노출 빈도가 높은 ‘1인 미디어’, 즉 ‘인터넷 방송’에 대한 것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본 수업의 경우 아쉽게도 1회 교육으로 그쳤지만 스스로 유해 방송 골라보기, 저작권을 침해한 방송 찾기, 나의 미디어 다이어리 쓰기, 우리 가족 미디어 약속, 실제 제작자가 되어 방송을 제작해보기 등 다양한 자기 주도적 활동과 함께 지속적이고 실천 중심의 프로젝트 학습으로 이어진다면 보다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물론 이렇게 현장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핵심역량과 연관이 있는지, 어떤 교과에서 어떤 수업에서 적용할지 등 교육과정 분석부터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한 전제일 것이다.
영상을 보며 수업 중인 학생들 <사진 출처 : 필자 제공>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정형화된 수업의 형태란 따로 없다. 하지만 학습자 스스로 논의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학생 중심 수업이 가장 효과가 높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그 자체로 이해력, 비판력, 윤리성, 자기주도성과 실천력 등 다양한 개인적 역량을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보호주의’적 관점과 ‘단순 규제’가 아닌 미디어 자체의 속성을 이해하는 학생 중심의 수업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현장 교사들과 미디어교육 연구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제는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맞는 미디어교육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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