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해외의 미디어교육 법제 Ⅲ - 영국, 호주

2019. 1. 4. 09:53해외 미디어 교육

독일과 프랑스, 일본과 싱가포르 미디어교육 법제에 이어 영국과 호주의 법제를 소개한다. 본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한 「해외 미디어교육 법체계 및 정책기구 연구」(강진숙·조재희·정수영·박성우, 2017) 보고서를 일부 수정·정리한 것이다.



강진숙(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영국과 호주의 미디어교육은 비판적 미디어 읽기와 미디어 제작의 창의성을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미디어 연구와 미디어교육 분야는 학교 미디어교육 과정에서 필수과목으로 편성되어 있고, 언어와 문화 교육의 차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활동들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준다. 그럼에도 두 나라의 미디어교육 환경은 구체적인 법체계와 정책기구의 내용, 활동 사례에서 차이점을 지닌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영국과 호주의 미디어교육의 특수성에 기초해 각각의 다양한 미디어교육 법체계와 정책, 그리고 활동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영국: 미디어 이해의 중요성을 토대로 한 공영방송과 미디어 규제기구

영국의 미디어교육은 전통이 깊고,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법체계와 정책 활동 속에서 지속해서 구현하고 있다. 19 6 0 년대 이후 문학비평과 창작의 차원에서 미디어교육을 실시한 이후, 1980년대에 학교 교육에 미디어 교과가 도입되었으며, 2000년대에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초점을 두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국 미디어교육은 기본적으로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적극적인 활용, 그리고 능동적인 제작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학교 미디어교육은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독립 교과와 통합교과 형태가 병행된다. 예컨대, 중학교에 해당하는 만 11~14세에는 영어(모국어) 과목에 포함해 실시하는 한편(1년에 약 6주 정도를 미디어 ‘읽기’에 할애), 중등학교 졸업 시험인 GCSE(만 14~16세)와 대학입학시험인 A-level(만 16~18세) 단계에서는 독립 교과인 ‘미디어연구(Media Studies)’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모국어 중심 미디어교육의 목표는 ‘모든 아이에게 미디어교육을 실시하기 위함’에 있다.

영국의 법체계를 살펴보면, 우선 미디어교육법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 유관 법에 반영되어 있다. 미디어리터러시의 진흥을 명시한 조항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규제기구인 오프콤(O f c o m , O f f i c e o f communication, 영국의 대형 통신 회사 3사를 규제하기 위한 방송통신 정책 관할기관)의 역할 속에서 발견된다. 예컨대, <커뮤니케이션법 2003>(Communication Act 2003)은 오프콤의 역할 중 하나를 미디어터러시의 진흥에 두는 의무조항이다. 공영방송사인 BBC처럼 미디어터러시 진흥의 책무를 지니도록 법 조항으로 명시한 것이다. 오프콤은 전파 미디어가 전달하는 내용의 본질과 특성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 제작 과정에 대한 인식과 이해 도모, 기술과 시스템의 효율적 개발과 이용 등을 통해 미디어티러시 증진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제11조 1항).

두 번째로, 사이버불링에 확대 적용하여 사이버 괴롭힘이나 왕따 행위를 범법 행위로 규정할 수 있는 일반 법 조항들이 존재한다(이창호· 신나민, 2014). 예컨대, <평등법 2010>(The Equality Act 2010)은 평등의 원칙을 위배하는 위법 행위나 차별 방지를 위해 제정된 법이다. 이를 통해 사이버불링도 괴롭힘의 일종으로 간주하여 범법 행위로 규정할 수 있으며, 교내 사이버불링에 대처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써 그 기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커뮤니케이션 법 2003>의 127항도 ‘전자통신매체를 통해 매우 모욕적이거나 외설적이고 위협적인 메시지 등을 전달하는 것을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즉, 사이버불링과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미디어교육 법체계의 정립이 중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의 미디어터러시 활동이다. BBC는 프로그램 제작이나 웹사이트 운영을 통해 미디어터러시 역량 강화 활동을 전개한다. 예컨대, 인터넷 초보자에게 실용적 지침을 제공하는 웹와이즈(Webwise)의 운영, 자녀들이 온 디맨드(On-Demand) 환경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소비하고 있는지 알려주어 부모의 패스워드 컨트롤 기능이 가능한 가이던스 라벨링(Guidance Labelling) 제공, BBC 뉴스 스쿨 리포트(News School Report)를 통해 11~14세의 청소년들이 자신이 제작한 뉴스를 수용자에게 방송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와 함께 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하여 어린이들이 직접 영화를 만들고 스토리텔링 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독특한 시도로 평가된다.


공영방송인 BBC는 프로그램의 제작과 평성에서 미디어터러시 역량 강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BBC News school Report 메인화면 캡처>


호주: 미디어교육 진흥을 위한 책임자 간 협력체계 활성화

호주의 미디어교육은 영국의 학문적 배경과 실행 과정에서 유사성을 지니지만, 비판적 미디어 읽기에 초점을 두는 영국과 달리 미디어 제작 분야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것은 국정교육과정의 개정 과정에서도 발견된다. 미디어 아트 과목을 정규 교과에 포함해 창의적 미디어 제작 및 표현에 초점을 두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호주의 미디어교육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기 위하여 고유한 미디어교육법 체계와 정책기구의 활동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공동체 교육과 인터넷 이용 감독에 관한 사항들을 명시하고 있는 호주의 방송서비스 개정법, 소위 <온라인서비스법 1999>(Broadcasting Services Amendment (Online Services) Act 1999)를 살펴보자. 2005년 7월 1일 이후 호주의 통신미디어청(The Australian Communications and Media Authority, ACMA)이 주관하고 있는 이 법은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들을 명시하고 있다. 목적은 인터넷의 이용을 증진함과 동시에 인터넷상의 안전에 대한 사회의 불신, 우려를 해소하는 정책을 펴려는 데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정부-기업-사회 구성원 간의 공동규제체제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법에 명시된 공동규제체제의 기본 구성요소는 세 가지 항목으로 요약된다. 첫째, 이의제기(complaints)를 위한 온라인상의 핫라인 구축, 둘째, 인터넷 기업에 의한 사업자 행동강령(industry code of practice)의 개발, 셋째, 이용자 교육 및 콘텐츠와 기타 비합법적 활동의 감시 등이 그것이다(강진숙, 2007).

이와 관련하여 ACMA는 2013년 디지털 경제 시대의 디지털 시민권 향상과 온라인 참여 촉진이라는 정책 구현을 위해 ‘디지털 시민 가이드(Digital Citizen Guide)’를 발표했다. 이 가이드는 디지털 시민권에 대한 사회단체, 산업계, 비영리기관 등의 입장에 대한 연구와 포커스 그룹(Focus Group) 검증을 거쳐 완성한 것이며, 해외의 디지털 시민 관련 프로그램 및 다양한 자료에 대한 검토를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이처럼 ACMA는 단순한 규제기관이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진흥을 위해 사회적 여론과 전문가들의 입장들을 고려하는 ‘수렴형’ 규제기관의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


주의 통신미디어청 단순 규제기관을 넘어

다양한 여론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사진 출처: ACMA 홈페이지 캡처>


두 번째로 살펴볼 점은 미디어와 예술 교육을 통합한 미디어 아트교육의 실시다. 새로 바뀐 국정교육과정(2012)에 따르면 예술 과목이 주요과목으로 변경되어 모든 학생은 학교에 들어가는 첫해부터 예술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 목표는 모든 학생이 지속해서 음악과 연극을 배움으로써 창의력을 키우고, 자아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모하며 다른 학습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데 있다. 호주는 네 가지 핵심교과인 영어, 수학, 과학, 역사에 뒤이어 미디어 아트 교육과정을 주요교과로 편성하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학습자의 감각과 상상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예술 분야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점이다.


미디어교육, 학교 교육과정에 필수과목으로 편성

지막으로, 호주의 미디어교육은 모든 주의 초· 중등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예컨대, 초등학교의 미디어터러시는 교 양 수 업( g e n e r a l a r t ) 프 로 그 램( 노 던 테러토리, 퀸즈랜드), 영어(퀸즈랜드), 기능 프로그램(뉴사우스웨일즈의 읽기와 감상) 등에서 다루어진다. 서호주(Western Australia)는 중등 교육과정에 ‘미디어 연구’ 교과를 1974년 처음 도입하였고, 빅토리아주는 1980년대 후반부터 미디어를 중등 교육과정의 12학년 대상 과목으로 지정해오고 있다.

영국의 미디어교육은 다양한 방송 통신과 미디어 규제기구 관련 법체계가 미디어터러시와 미디어 이해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학교 교육 과정에서는 체계적으로 검증된 교수학습 방법들이 학년에 따라 단계별로 제공되며, 다양한 교과에서 미디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또한, 오프콤의 미디어터러시 개발 및 진흥 활동을 법적 의무로 규정한 점, 공영방송인 BBC가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에 있어서 미디어터러시 역량 강화 활동을 장려한다는 점은 공공 미디어 기구의 정책과 방송 제작 활동의 가이드라인을 모색하는 데 시사점을 제공한다.

호주의 미디어교육은 교사와 부모 그리고 교육 당국이 미디어 커리큘럼 구상과 공동의 모임 활동을 하는 데 있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미디어교육 책임자들 사이의 연대와 협력체계가 잘 이루어져 있다는 점은 큰 의의가 있다. 특히 호주의 사례는 미디어교육 정책이 정부로부터 일방적으로 내려오는 -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일선 교사들을 중심으로 실행되는 텀업(bottom-up) 방식이므로 미디어교육 정책의 실행 방식을 성찰할 수 있도록 한다.  


 

- 참고문헌 

강진숙(2007). “해외 미디어교육 진흥을 위한 법·제도적 지원 사례 연구”. 언론연구, 12집, pp. 61~79. 

강진숙·조재희·정수영·박성우(2017). “해외 미디어교육 법체계 및 정책기 구 연구”. 한국언론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