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미디어교육 국제회의(MES)’ 참가기

2019. 2. 12. 12:00해외 미디어 교육

지난 11월 1~2일, 영국 본머스대학교 ‘미디어실천탁월성센터’ 주관 ‘2018 미디어교육 국제회의’가 홍콩에서 열렸다. 본 글에서는 2018 미디어교육 국제회의의 발표 주제를 개략적으로 정리해 살펴보고자 한다



김경래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팀 과장


지난 11월 1일부터 2일까지 홍콩침례대학교에서 미디어교육 국제회의(Media Education Summit 2018 Hong Kong, 이하 MES)가 열렸다. MES는 영국 본머스대학교 ‘미디어실천탁월성센터(Centre for Excellence in Media Practice)’의 주관으로 매년 전 세계 미디어교육 및 관련 분야의 연구자, 교육자 등이 참여하는 행사다. 올해는 미디어실천탁월성센터와 홍콩침례대학교의 공동 주최로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됐다. 필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미디어교육 담당자로 MES에 참가했다. 해외의 다양한 미디어교육 종사자를 만나고, 교육 사례를 접하다 보니 한국의 미디어교육에 대해서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 지금부터 그 후기를 전한다.


미디어교육 현장의 다양한 고민과 연구

국제회의는 보통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관련된 발표자를 초청하는 방식으로 해당 주제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MES는 따로 주제를 정하지 않은 열린 논의의 장이었다. 유네스코 베이징사무소의 마리엘자 올리베이라(Marielza Oliveira) 소장이 보편적 권리와 시민성의 차원에서 미디어교육을 바라본 ‘모든 이들을 위한 MIL’이라는 총론 격의 발표를 한 후에는 주요 연사들도 함께 저마다의 이야기를 했다. 30개국에서 모인 미디어교육 연구자들이 4개의 강의실로 나뉘어 93개의 주제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또한, 행사 공간의 한편에서는 MES의 일부로 청소년 미디어교육 국제회의가 열려 6개의 주제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전체 발표 주제를 분류해 보았다. 우선은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에 대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제목이나 키워드에서 직접 다룬 것만 7개나 되었다. 물론 실제 발표에서 내용을 다룬 경우는 더 많았을 것이다. ‘스마트폰, 유튜브, 허위 정보 시대의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디지털 시민성’에 대해 발표한 정현선 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는 ‘240번 버스’ 사건 등 허위 정보로 인한 한국에서의 갈등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영상으로 발표를 진행한 BBC 기자 퍼갈 킨(Fergal Keane)과 같이 언론인 참여도 많았다. 때문에 수용자 문제뿐만 아니라 생산자 차원에서의 가짜 뉴스 대응이나 팩트체크, 언론 윤리, 저널리즘 교육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영화나 다큐멘터리에 대한 발표도 10개나 되었다. 주어진 영상의 해석과 수용보다 학생이나 참가자가 참여, 제작하는 교육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의 스튜어트 포인츠(Stuart Poyntz)는 ‘포르노그래피, 퍼포먼스, 그리고 청년: 미디어교육, 성폭력과 동의’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포르노가 이미 우리 일상이 되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청소년들이 포르노에 대한 자기 경험을 나누고, 함께 포르노의 서사와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련의 과정을 영상으로 만드는 참여 연구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일종의 ‘포르노 리터러시’를 제시했기 때문에 미디어리터러시가 어떻게 일상의 문제와 학생의 삶을 다루고,확장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정현선 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가 한국의 미디어교육 현상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학생들의 문화를 교실 안으로 받아들여라

영상 제작은 학교 현장에서의 교육적 실천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다. 그러나 적어도 교육의 대상에게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 미디어교육 국제회의 워크숍’에 참여한 홍콩 중학교 학생들은 익숙하게 현장을 촬영하며,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학생 토론이 이루어지는 중에 촬영을 맡은 동료가 다가와도 방해되지 않았고, 자유롭게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둘째 날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와 교육’ 포럼에서도 “학생들이 기술과 변화를 받아들이고 배우는 데 있어서 성인보다 훨씬 뛰어나다”,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영화와 다큐멘터리 제작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와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폼페우 파브라 대학교의 카를로스 알베르토 스콜라리(Carlos Alberto Scolari)는 ‘세계 각지의 트랜스미디어’라는 주제로 이야기했다. 그는 10대들이 미디어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되는 트랜스미디어 현상을 익숙하게 경험하는 데 비해 정작 학교에서는 이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 현실을 꼬집었다. 학교가 그들의 비공식 학습 전략에 무지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그들의 문화와 자체 제작 콘텐츠를 교실 안으로 받아들일 것을 주장했다.



홍콩청년협회 미디어상담센터 앤디 찬이 뉴미디어리터러시 교육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미디어리터러시는 역동적 경험과 과정

분류 결과 가장 많았던 주제는 ‘뉴미디어’와 ‘디지털 리터러시’에 관한 것들이었다. 제목과 키워드로 확인되는 것은 20개 정도였지만 대부분의 발표에서 직·간접적으로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는 오늘날의 미디어 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상현실(VR) 리터러시에 대한 발표도 2개나 되었다. 버밍엄시티 대학교의 사라 존스(Sarah Jones)는 ‘미지의 대상을 향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에서의 새로운 리터러시’를 주제로 가상·증강 현실 등 몰입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것에 비해 그 효과와 의미를 제대로 따져볼 틈이 없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의 체험 폭이 넓어지고 대상에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교육 현장의 현실과 필요에 바로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듯하다. 한국에서는 교실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니 말이다. MES의 마지막 발표자였던 홍콩 중문대학교 도나 추(Donna Chu) 교수는 미디어교육 현장에서 아이들도 스마트폰 사용과 지나친 소통에 피로감을 호소한다는 말을 했다. 우리 모두 변화의 물결 속에 있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 통시적인 관점으로 미디어 현상과 변화를 성찰해 볼 것을 주문하며, ‘인류 역사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지금 여기에 산다는 사실’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끝맺었다.

언제나 현장과 교육적 실천이 우선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유네스코 올리베이라 소장은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의 5가지 법칙을 소개했는데, 그 마지막은 다음과 같았다. “미디어 및 정보 활용 능력은 동시에 획득되지 않는다. 그것은 역동적인 경험과 과정이다.” 그의 말에 조금은 안도감이 들었다.


미디어교육 ‘실천’하기,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

홍콩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미디어교육 교사연수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국 교사들은 일이 많고 바빠서 미디어교육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개별 과목이 아니라 더욱 그렇다. 당신들은 어떠한가?”였다. 하나같이 쉽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 누구나 필요한 줄 알지만 실천하기 어렵다. 그것이 오늘의 미디어교육이 마주하는 현실일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안겨준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