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8. 10:51ㆍ특집
미국의 선거 관련 미디어교육 현황
‘미디어와 선거’ 미디어교육의 오랜 핵심 주제
지난 2016년 대선을 거치면서 미국에서는
허위정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동시에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학교 정규
교과과정에서 선거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루어져왔다.
관련 내용을 소개한다.
글 윤지원 (미 로드아일랜드 미디어교육연구소 교수)
2016년 미국 대선은 가짜뉴스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과 우려를 낳는 계기가 됐고 수많은 언론과 평론가들이 2016년을 가짜뉴스의 해로 지목했다.1) 〈버즈피드(BuzzFeed)〉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2016 대선 관련 기사 중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읽힌 상위 20개의 가짜뉴스가 19개의 전통 언론사에서 나온 상위 20개 기사보다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2)
대선 기간 동안 가짜뉴스 자체가 많이 나오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 기간과 당선 후에 본인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가짜뉴스’라고 부르며 〈CNN〉 등 전통 언론사를 트위터를 통해 비난해 가짜뉴스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기도 했다. 학자들은 트럼프의 ‘가짜뉴스’ 용어 사용이 대중들에 게 혼란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3)
‘대선 TV 토론’ 보며 토론 수업
이렇게 지난 대선을 겪으면서 미국에서는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과 대중적 관심이 높아졌고, 어느 때보다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가짜뉴스’라는 단어가 대중들에게 친숙해지기 훨씬 전부터, 아니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용어가 생소했던 때에도 선거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 1996년도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던 당시 태국에서 미국 교과과정을 따르는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당시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용어를 듣지는 않았지만 빌 클린턴과 밥 돌 후보의 TV 토론과 캠페인 영상과 선거 관련 뉴스들을 미국 역사 시간에 보면서 분석했다.
미국에서 TV 토론이 처음 시작됐던 케네디와 닉슨의 영상도 분석했는데, 당시 역사 선생님께서 라디오로 토론을 들은 사람들은 닉슨이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텔레비전으로 토론을 본 7,000만 명의 시청자들은 케네디가 이겼다고 생각했다면서, 학생들에게 미디어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토론을 하라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필자가 미국에서 처음 대학 강의를 시작한 2008년에도 가짜뉴스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요즘처럼 높지 않았다. 대학 입학 전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대학생들도 절반이 넘었다.
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을 배우고 난 뒤에는 돌이켜 생각해보니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때 항상 나온 이야기 중 하나가 선거 관련 미디어 수업이었다. 모든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역사나 사회 시간에 선거 관련 광고들을 분석하고, 대선후보들의 TV 토론을 본 뒤 이에 대한 리포트를 쓴다. 또한 영어 시간에는 각 후보들의 토론 방식이나 대통령의 취임사를 분석한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선거 관련 미디어교육이 이루어져왔다. 미국은 국가에서 지정한 교과과정은 없는 대신,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학년과 과목별로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교육목표와 핵심 역량 등을 제시하고 교사들은 이를 수업에 반영해야 한다. 미디어와 정치, 선거와 관련된 수업은 정규교육과 함께 시작된다.
유치원부터 4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시민성과 정부 교육 국가 기준(National Standards for Civics and Government)’4)을 살펴보면 학생들은 미디어, 노조, 학부모 단체, 상업 단체, 세입자 단체 등이 정부를 어떻게 감시할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고,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 등을 통해 정부의 결정을 파악할 수 있으며, 사회 문제를 이해하고 이에 대해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 과목 국가 기준(National Standards for History)’5)에는 1960년도 대선에서 미디어의 역할(9학년), 문화 및 정치 정보 보급과 텔레비전, 인터넷을 비롯한 다른 미디어들의 역할과 영향력(9학년), 워터게이트 사건과 언론의 역할(10학년) 등이 수업 시간에 반드시 다루어야 할 주제에 포함돼 있다.
‘핵심 역량(Common Core State Standards)’으로는 10학년 학생의 경우, 공신력 있는 인쇄 및 디지털 정보를 모을 수 있고 수준 높은 검색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으며 각 정보가 문제를 해결하고 원하는 연구를 하는 데 유용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의 모든 과정 다루는 미디어교육
9~12학년 대상 ‘시민성과 정부 교육 국가 기준’6)에 따르면, 9~12학년 학생들은 미디어, 정치인, 정치기관, 정당, 이익기관, 시민들로 인해 공공 의제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정부와 미디어가 대중의 의견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하며, 정치에 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뿐 아니라 이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또 언론 자유의 의미와 중요성, 의회, 대통령, 주정부, 지역 단체들이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대중과 소통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 만화, 선거 캠페인 광고, 그리고 역사적 의미를 갖는 정치 연설들을 분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각각의 주정부 또한 연관된 교육목표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역사, 사회, 도덕, 시민성 교육과 관련된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교육목표와 핵심 역량들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주어진 지면이 모자랄 만큼, 미국 학교들은 오래전부터 미디어와 정치, 선거와 관련된 내용을 세분화해 다루고 있다.
핵심 역량을 충족시킬 교육 방향과 내용만 포함돼 있으면 사실상 교과서나 수업 내용, 학습방법 등에서는 교사의 전적인 재량이 보장된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사뿐만 아니라 여러 공공기관, 대학, 비영리 기관, 협회, 방송국, 기업들은 교사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작 배포하고 있다. 이 중 공영방송 〈PBS〉가 제작한 선거 교육 관련 통합 사이트(Welcome to Election Central: An Educational Guide to the US Elections)는 교육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자료이다.7)
〈PBS〉에서는 오래전부터 ‘PBS 티처(PBS Teachers)’라는 자체 사이트를 통해 교사들이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학습 자료들을 꾸준히 만들어서 무료로 배포해왔다. 2013년 ‘PBS 러닝 미디어(PBS Learning Media)’8)로 이름을 바꾸고 재정비한 이 사이트에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사회, 과학, 수학, 영어, 체육, 기술, 외국어 등 여러 과목에 걸친 수천 개의 다양한 학습 자료가 올라와 있고 무료 가입으로 누구나 사용 가능하다.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은 물론, 관련 비디오와 학생들에게 나눠 줄 수 있는 유인물, 기타 추가 자료뿐 아니라, 국가에서 지정한 핵심 역량 중 어떤 부분을 목표로 하는지도 상세하게 나와 있다. 또한 구글 클래스룸(Google Classroom)을 사용하는 교사들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링크도 포함되어 있다.
선거 관련 수업 자료에는 정당 시스템, 투표 권리, 경선, 선거 캠페인, 선거 등이 어떤 절차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다양한 자료가 있고, 이 중 미디어 리터러시도 한 주제로 소개되어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경우, 6학년에서 대학 교육까지 사용할 수 있는 자료들이 있다. 선거에서 전통 언론과 소셜 미디어의 역할, 가짜뉴스의 파급력과 두뇌의 반응, 양극화되어 있는 미디어 생태계, 황색언론 등 선거와 미디어에 대한 다양한 교과 자료들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선거에서 소셜 미디어의 역할을 다룬 수업자료(What is Social Media's Role in Election 2016?)9)를 살펴보면 교육목표, 예상 수업 시간 (45~90분), 수업 진행 순서, 참고 자료들이 자세하게 적힌 3장짜리 PDF 파일과 학생들에게 나눠줄 한 장짜리 유인물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또한 이 수업을 통해 성취될 수 있는 국가에서 정한 교육목표와 기준, 핵심 역량도 나열되어 있으며, 홈페이지 가입 시 우편번호를 기입한 경우, 이 교육자료를 통해 성취할 수 있는 주정부의 기준과 목표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교육목표나 핵심 역량을 클릭하면 이와 관련된 다른 학습 자료들도 볼 수 있다.
선거 리터러시 자료 모아놓은 공영방송
‘PBS 러닝 미디어’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 주도의 공식 커리큘럼이나 국정교과서가 없는 미국에서 선거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 교사들은 다른 주제의 미디어교육과 마찬가지로, 공공 기관이나 대학 등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교육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 자료 하나하나는 내실 있는 좋은 자료들이지만,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교사들이 직접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가장 큰 규모의 미디어교육 학회인 미디어교육전국연합회(National Association for Media Literacy Education, NAMLE)에서는 이렇게 흩어져 있던 선거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 자료들을 한곳에 모아 교사들이 편리하게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10) 해당 사이트에서는 선거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일반적 자료들뿐 아니라, 2018년 중간선거, 정치광고, 2016년 대선 등 주제별로 자료들을 분류해 사용에 편리하도록 했다.
우리도 참조할 만해
한국과 미국의 정치 시스템과 교육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에서 제작된 선거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 자료들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한국 현실상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나 가짜뉴스에 대한 교육자료들이 미국의 여러 기관들을 통해 꾸준히 개발되고 있는 만큼 한국 교육자 들과 학자들에게도 참고할 내용들이 많을 것으로 사료된다.
1) Chris Haskell (January 11, 2017). 2016: The year of fake news The Somerville Times. http://www.thesomervilletimes.com/archives/73003
Brian Resnick (March 22, 2017). 2016 didn't just give us 'fake news'. It likely gave us false memories. Vox.
https://www.vox.com/science-and-health/2017/3/22/14960792/false-memory-psychology
2) Juju Chang; Jake Lefferman; Claire Pedersen; Geoff Martz (November 29, 2016). “When Fake News Stories Make Real News Headlines". Nightline. ABC News. https://abcnews.go.com/Technology/fake-news-stories-make-real-news-headlines/story?id=43845383
3) Danielle Kurtzleben (February 17, 2017). With 'Fake News,' Trump Moves From Alternative Facts To Alternative Language. https://www.npr.org/2017/02/17/515630467/with-fake-news-trump-moves-from-alternative-facts-to-alternative-language
4) https://www.civiced.org/standards?page=k4erica#2
5) https://phi.history.ucla.edu/nchs/history-standards/
6) https://www.civiced.org/standards?page=912erica
7) https://kcts9.pbslearningmedia.org/collection/election-media-literacy/
8) https://kcts9.pbslearningmedia.org/
10) https://namle.net/publications/electionre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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