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8. 13:39ㆍ특집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함께읽는 선거 보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인터넷언론의 선거 보도 공정성을 유지하고, 불공정한 선거 보도의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하는 기구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올해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수많은 선거, 정치 뉴스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돕기 위해 지난 2019년 ‘함께 읽는 선거 보도’ 사업을 진행했다.
글 김시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심의팀 주무관)
‘선거·정치 미디어 리터러시’는 유권자가 미디어를 통해
선거·정치 정보를 현명하게 소비하고, 능동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민주 시민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선거 때 행사하는 한 표의 가치는 얼마일까? 올해 치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당선인 300명이 4년 동안 운영해야 할 재정 규모는 약 2,049조 2,000억 원에 달하고, 유권자 한 명의 가치로 나누면 약 4,700만 원이다.
투표를 통해 파생되는 가치까지 생각하면 한 표의 가치는 값을 매기기 더 어렵다. 정치는 대통령, 국회의원과 같은 직업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들은 선거제도를 통해 우리를 대신하는 것이며, 그들이 모인 정당이 어떠한 법과 제도를 제정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도 달라진다.
미디어로 선거를 만나는 유권자
‘코로나19’ 관련 소식이 신문과 TV를 가득 채우고 있어도 빠지지 않는 뉴스가 있었다.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총선 소식이었다. 전 세계적 감염병이 모든 사회적 이슈를 집어삼켰지만, 사회에서 선거가 가지고 있는 무거운 비중 때문에 우선순위를 미룰 수 없는 정보로 여겨진 것이다. 선거 때가 되면 미디어는 항상 선거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룬다. 각 정당의 공천 과정과 결과, 공약, 후보자 검증 등 다양한 정보가 미디어를 통해 쏟아진다.
유권자들도 선거 때가 되면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TV와 신문을 살펴본다. 과거에는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에 그쳤다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SNS를 사용하는 최근에는 정보를 퍼 나르거나 직접 생산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선거 정보의 생산과 활용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중앙선관위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에 따르면 SNS와 같은 인터넷 미디어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선거 관련 허위정보, 가짜뉴스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중앙선관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이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의 조치를 받은 불공정 선거보도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다(제19대 총선: 81건→ 제20대 총선: 246건).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는 유권자에게 미디어 속 선거·정치 정보를 비판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이유다.
[그림1] 후보자 선택에 필요한 정보 획득 경로
민주시민 역량 키워주는 선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가 말하는 ‘선거·정치 미디어 리터러시(election media literacy)’는 유권자가 미디어를 통해 선거·정치 정보를 현명하게 소비하고, 능동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디지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필수 역량이라면, ‘선거·정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은 나를 둘러싼 개인 또는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으로, 민주 시민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일 것이다.
첫 번째는 정치가 나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좁게는 학교부터 넓게는 내가 사는 지역사회의 공동체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심각성을 공감하는 것이다. '정치적 감수성'을 쌓아가는 단계다.
두 번째는 ‘정보 습득’이다.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가능한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처럼 후보자·정당의 면면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선거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얻는 과정이 중요하다. 중앙선관위의 ‘후보자 정보공개시스템(open.nec.go.kr)’과 ‘정책공약알리미사이트(policy.nec.go.kr)’ 등을 통해 후보자 인적 사항을 검색할 수 있고 정책과 공약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불법선거운동 범위 등을 다루고 있는 선거법은 다소 어렵고 전문적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사람의 수준에 맞춰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선거·정치 뉴스(보도)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미디어에 비치는 정치인들의 모습에 실망해 정치는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거나 어렵고 지루한 것이라 여기기 쉽다. 선거·정치와 관련된 뉴스를 공정하고 균형 잡힌 자세로 소비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의 심의규정과 조치 사례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후보자 간의 보도량을 공정하게 보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의혹에 대한 보도는 어떻게 해야 객관성을 지키는 것인지, 여론조사 결과를 공정하게 보도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심의 기준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네번째는 ‘선거·정치 정보의 창의적 활용’이다. 사회에 바라는 바를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부터 다른 사람이 제작한 콘텐츠,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 등에 대해 댓글 등으로 의견을 달거나 공유하는 것까지 이 과정에 속한다. 개인이 제작한 콘텐츠라고 할지라도 많은 사람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책임 있는 자세로 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 번째는 ‘건강한 정치 참여와 행동’이다.가장 직접적으로는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작게는 서명이나 청원에 응하는 것부터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까지 정치 참여라고 할 수 있다. 중앙선관위 ‘우리 동네 희망공약 이벤트’,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유권자가 뽑은 선거 보도상 추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유권자 주제·질문 공모’ 등에 참여하는 것도 선거라는 국민적 축제에 참여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선거·정치 미디어 리터러시’의 최종 목적지는 위의 모든 과정을 통해 내가 속한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정치 효능감’을 갖는 것이다. 핵심 과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려는 태도가 형성되는 것이 민주주의 시민성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2] ‘선거·정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정
새로운 개념인 ‘선거·정치·미디어 리터러시’를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해보며 대상별 요구에 따라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다양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가이드북을 출간해 온·오프라인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연령별 ‘선거보도 함께읽기 교육’ 살펴보기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지난 2019년 2월부터 12월까지 ‘함께 읽는 선거 보도’ 사업을 진행했다. 학교, 국공립 도서관, 지역 미디어 센터를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새로운 개념인 ‘선거·정치 미디어 리터러시’를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해보며 대상별 요구에 따라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다양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선거연수원과 공동으로 가이드북을 출간해 온·오프라인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교육 내용은 위의 4단계 핵심 과정을 중심으로 교육 대상의 수준에 맞추었다. 그중에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초등–'선거 속 가짜뉴스 찾아내기'
초등 대상 프로그램은 주로 국공립 도서관의 문화 체험 특강의 형태로 진행했다. 2시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선거제도의 기본적인 이해부터 다져가야 했기 때문에 투표 체험과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친숙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공직 선거 종류부터 선거제도, ‘유권자, 공약, 사표’ 등 전문용어를 이해하는 시간은 직접 검색하고 활동지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조별로 '내가 우리 동네의 대표자가 된다면 어떤 약속을 할까?'의 질문을 통해 공약을 만들게 한 후, 공약 발표회를 가졌다.
실제 투표장과 같이 꾸며진 체험존에서 투표와 개표를 진행했다. 강사가 직접 바람직한 공약의 조건을 설명하지 않아도 학생들 스스로 실현 가능성, 이해관계 충돌 등을 고려하여 더 나은 공약을 판단해 투표 체험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초등의 경우, 실제 보도된 선거 뉴스를 읽는 데 한계가 있어 중앙선관위가 교육용으로 제작한 ‘안녕 자두야–다시 열린 회장 선거’ 편을 활용했다. 선거 상황에서 가짜뉴스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후보자와 유권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느끼도록 했다. 선거 관련 가짜뉴스를 걸러보기 위한 기준들을 제시하고, 정리 활동으로 ‘가짜뉴스 피하는 법’ 캠페인 문구를 만들어 게시하도록 했다.
[표1] 초등학생 대상 선거‧정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중‧고등-'선거 보도 비판적 읽기'
중‧고등은 국어, 사회 과목의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또는 학술 동아리의 4~6주 차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초등학생에 비해 실제 기사를 검색하고, 읽는 데 익숙했고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도 있어 비판적 기사 읽기와 쓰기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가장 크게 강조한 부분은 선거‧정치 뉴스는 성인들에게만 필요한 정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나에게 영향력을 주는 뉴스를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태도를 가지는 방향으로 활동을 진행했다.
조별로 휴대폰 검색을 통해 오늘 생산된 뉴스를 보고, 편집회의를 통해서 메인 화면에 들어갈 뉴스를 배치하도록 했다. ‘나와 내가 속한 집단과 관련된’ 뉴스를 위주로 뽑으라는 전제 조건을 주었지만, 조별로 뉴스 가치를 판단하는 시각이 달라서 서로 다른 뉴스를 메인에 배치했다는 것을 눈으로 비교하며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지막 활동으로는 법이나 제도와 관련된 주제로 팩트체크 카드뉴스를 제작하도록 했다. 가장 중요한 팩트체크 요소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정당, 단체의 의견을 찾고 그 근거로 어떤 사실과 의견을 제시하는지 찾아 비교해보도록 했다. 조원들의 역할분담을 통해 선택적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자료만 찾아보는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을 차단하려는 노력들이 엿보였다.
[표2] 중‧고등학생 대상 선거‧정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성인-'선거‧정치 뉴스 리터러시'
성인 대상 교육은 지역 미디어 센터를 중심으로 한 4주 ‘선거 보도 리터러시 전문 과정’ 또는 특강으로 진행됐다. 이미 선거를 경험한 성인들은 각자 정치적 견해에 따라 선거·정치 뉴스를 소비하고 있어 인식의 변화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 플랫폼 환경 변화에 따라 언론의 작동 방식도 달라질 수 있음을 소개했다.
다른 교육 대상과 달리 실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에서 심의 조치를 받았던 사례를 중심으로 선거·정치 뉴스의 공정성, 객관성 개념을 이해하도록 했다. 해당 선거 당시의 정치적 상황, 배경 등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더 심도 있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마지막 차시에 진행한 모의 심의위원회 체험은 심의위원의 입장이 되어 불공정 기사에 대한 심의 조치 수준을 결정해보는 시간이었다. 체험을 통해서 공정한 선거 보도는 뉴스 소비자인 유권자들의 안목과 불공정 선거 보도에 대한 심의와 규제가 함께 할 때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어 더욱 뜻 깊은 시간이었다.
[표3] 성인 대상 선거‧정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정치 무관심은 이제 그만
선거·정치 뉴스의 대표적 부정적 현상으로 ‘경마식 보도’를 꼽는다. 미디어는 특성상 선거 상황을 더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스포츠 경기와 같이 연출하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를 통해 후보자와 정당을 만나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피로도가 쌓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탓만 하고 정치에서 눈을 돌리면 우리 스스로 우리의 권리를 놓아버리는 결과만이 남는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의 ‘함께 읽는 선거 보도 교육’ 대상자의 연령대와 정치적 성향은 다양했지만 누구나 지금 우리가 처한 정치 현실에 대한 의견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단지 나의 관심과 참여가 얼마나 현실을 바꿀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감을 더 크게 호소하고 있었다. 짧은 교육 시간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체험만으로도 수업 전후의 태도가 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 현장과 여러 교육기관에서 보다 긴 호흡으로 ‘선거·정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정을 진행한다면 참가자들이 사회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 효능감을 느끼고, 민주 시민으로 거듭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김아미 (2015).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
·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2020). 《만18세 대한민국 유권자가 되다!》
· 중앙선관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선거연수원 (2020). 《선거·정치 미디어 리터러시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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