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3. 09:47ㆍ특집
비판적 정보 소비 방해하는 ‘확증편향’ 경계해야
선거와 유튜브, 미디어 리터러시
과거에는 시사정보나 정치 뉴스를 주로 신문 보도나 방송 뉴스를 통해 얻었다면,
현재는 SNS나 유튜브 채널이 주요 정보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38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튜브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유튜브 이용이 늘어나며 선거 정보 채널로서도 영향력이 커져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코앞으로 다가온 21대 국회의원 선거와 유튜브, 미디어 리터러시의 관계를 살펴봤다.
글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조교수)
이용자가 유튜브 채널 진행자를 자신과 정치적 성향을 공유하는,
매우 신뢰하는 정보원으로 여긴다면 비판적 소비에 대한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설령 해당 언급이 허위정보일
경우에도 (사실로) 믿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 번의 선거에서 이미 허위정보 확산 위험과 허위정보를 분별해내는 역량으로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현재, 관련 문제를 논의할 때 특별히 고려할 환경적 변화 중 하나는 유튜브의 영향력 증가다. 이번 선거는 유튜브가 선거 공론장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는 첫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 선거 정보원으로 급부상한 유튜브
최근 유튜브는 뉴스 및 시사 정보를 얻는 채널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Reuters Institute for the Study of Journalism)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응답자의 40%가 “지난 일주일 동안 뉴스 동영상 시청 경험이 있다”라고 밝혀 설문 대상 38개국 평균인 26%보다 높았다.
특히 전 연령대가 고르게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두드러졌다. 즉, 18~24세 41%, 55세 이상 42% 등 유튜브 뉴스 이용에 거의 차이가 없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유튜브 뉴스 이용이 줄어드는 평균 추세(18~24세 35%, 55세 이상 22%)와는 확연히 구별됐다(김선호·김위근, 2019).
뉴스 채널로서 유튜브의 부상은 단순히 시사 정보를 얻는 플랫폼의 변화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이 소비하는 뉴스 종류 및 소비 방식 자체의 변화가 더 주목할 부분이다. 인플루언서 등 개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정치 뉴스 채널1)의 존재 목적은 사실 전달보다는 비평이나 공격으로, 이용자가 이들 채널을 통해 저널리즘의 가치를 담은 뉴스를 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유용민, 2019).
전 세계적으로 유튜브에는 특정 정치 성향, 특히 우파 이념을 적극 전파하는 개인 뉴스나 정보 채널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뉴스와 엔터테인먼트 형태로 극단적인 정치 이념을 전파함으로써 젊은 이용자에게 도달하려는” 목적을 가진 이들 채널은 소위 ‘대안 영향력 네트워크(Alternative Influence Network)’를 형성하고 있다(Lewis, 2018). 대안적 뉴스원으로서 유튜브 이용이 증가하면서 총선 선거운동 기간 허위정보 확산이나 확증편향을 통한 정치적 양극화 강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Tufekci, 2018; 양선희, 2020).
‘비판적 정보 소비’가 핵심
허위정보 확산에 맞설 수 있는 역량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시민의 미디어 리터러시다. 미디어 리터러시에는 다양한 하위 영역이 있는데, 허위정보를 구분하기 위해 특별히 요구되는 리터러시는 따로 있다. 특히 ‘비판’적 뉴스 이용의 중요성이 강조돼 왔는데, 미디어 리터러시가 가짜 뉴스 노출과 전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염정윤, 정세훈, 2019)는 이 ‘비판’ 역량이 기능하는 방식 역시 꽤 복잡함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비판적 ‘생비’ 능력이 높은 사람은 가짜 뉴스에 더 많이 노출되는 동시에 이를 도리어 더 많이 전파한 반면, 비판적 ‘소비’2)역량이 높은 이들은 가짜 뉴스에 노출되더라도 덜 전파하는 경향을 보였다.
비판적 소비가 핵심 역량이라면 이를 어떻게 기를 수 있을지도 고민할 부분이다. 이숙정과 양정애(2017)는 신문활용교육(NIE)을 받은 중·고등학생을 연구한 결과 뉴스 접근, 활용 등 여러 리터러시 영역 가운데 특히 비판적 이용 능력이 가장 크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비판적 이용 능력은 “제공된 뉴스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 내용의 사실성, 편향성, 정보의 완전성, 관점의 다양성 등을 고려해 뉴스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행위”(p.167)를 의미하는데 리터러시 교육을 통한 기대 효과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뉴스의 비판적 이용·소비 능력이 중요하지만 날로 양극화되는 정치 환경은 시민들의 비판 능력을 점점 무디게 할 수 있다. 특히 특정 정치 이념에 대한 편향성이 높은 시민에게서 ‘자신보다 타인이 허위정보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는 ‘제3자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났다(Jang & Kim, 2018).
즉,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민들은 허위정보에 빈번하게 노출되더라도 자신들이 허위정보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 결과 자신들이 접한 정보는 진실이라고 믿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해할 수 있다.
확증편향은 더 위험
따라서 허위정보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으로서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한 논의는 ‘이념 편향성과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의 시대를 맞아 재편돼야 한다(Mihailidis & Viotty, 2017)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디어가 전달하는 뉴스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소비하는 능력이 허위정보에 대한 분별력을 높인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현실에서는 점차 많은 이들이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미디어 기관은 아예 우회한(bypass) 채 주변 사람들, 특히 자신과 정치적 관점이 일치하는 사람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무조건 신뢰하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선거 관련 정보를 얻는 소스로서 유튜브의 부상이 우려되는 이유도 유튜브 이용자들의 비판적 이용을 어렵게 하고, 비판 능력을 무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독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진행자가 한 정치인이 신문의 뉴스 보도를 인용해 올린 SNS 포스팅에 대해 언급했다고 치자. 이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정치인, 신문, SNS, 유튜브 등 다양한 층위의 소스를 일일이 찾아서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상황에서 이용자가 유튜브 채널 진행자를 자신과 정치적 성향을 공유하는, 매우 신뢰하는 정보원으로 여긴다면 비판적 소비에 대한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설령 해당 언급이 허위정보일 경우에도 (사실로) 믿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는 유튜브 채널 자체가 허위정보 확산이나 정치적 양극화를 일으킨다기보다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특정 정치 성향의 강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이 더 쉽게 모일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Munger & Phillips, 2019)라고 밝혔다.
이번 21대 총선과 관련해 시민들의 비판적 정보 이용 능력을 고양시키기 위해서는 이보다 먼저 비판적 이용을 어렵게 하는 환경적 변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시민 개개인은 어떤 소스를 통해 선거 관련 정보를 얻고 있는지 돌아보고, 정보를 제공하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허위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에 대해 일단 ‘의심’해 보는 것이 비판적 이용의 시작일 것이다.
[참고자료]
김선호·김위근 (2019.6.14.). “유튜브의 대약진 한국 관련 주요 결과”. 《미디어이슈》 5권 3호
http://www.kpf.or.kr/site/kpf/research/selectMediaPdsView.do?seq=575116
양선희 (2020). “유튜브 저널리즘의 시대, 전통적 저널리즘의 대응 현황과 과제”. 《사회과학연구》, 31권 12호, pp. 245~262.
염정윤·정세훈 (2019). “가짜 뉴스 노출과 전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성격, 뉴미디어 리터러시, 그리고 이용 동기”.
《한국언론학보》 63권 1호. pp. 7~45.
유용민 (2019). “유튜브 저널리즘 현상 논쟁하기: 행동주의의 부상과 저널리즘의 새로운 탈경계화”. 《한국방송학보》, 33권 6호, pp. 5~38.
이숙정·양정애 (2017) “뉴스 리터러시가 의사소통 역량과 공동체 역량에 미치는 영향”. 《한국방송학보》, 31권 6호, pp. 152~183.
Jang S. M & Kim, K. J. (2018). Third person effects of fake news: Fake news Regulation and media literacy interventions. Computers in Human Behavior, 80, pp. 295-302.
Lewis, R. (2018). Alternative influence: Broadcasting the reactionary right on Youtube. Preprint.
URL: https://datasociety.net/output/alternative-influence/
Mihailidis, P., & Viotty, S. (2017). Spreadable spectacle in digital culture: Civic expression, fake news, and the role of media literacies in “post-fact” society. American behavioral scientist, 61(4), pp. 441-454.
Munger, K. & Phillips, J. (2019). A supply and demand framework for YouTube politics.
Tufekci, Z. (2018, 3, 10). Youtube, the great radicalizer. New York Times.
URL: https://www.nytimes.com/2018/03/10/opinion/sunday/youtube-politics-radical.html
1) 초기 유튜브 정치 관련 채널은 유명인 등이 진행하는 1인 채널 위주였지만, 최근 주류 언론사들까지도 대거 유튜브 채널을 열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의 보고서 《2019 뉴스미디어 리포트-유튜브 저널리즘》에서는 유튜브 뉴스를 크게 방송사 제작 뉴스, 디지털 언론사 제작 뉴스, 인플루언서 제작 뉴스, 개인 제작 뉴스로 구분하고 있다. 2019년 4월 기준 구독자 1만 명 이상의 뉴스 채널 계정 306개 가운데 개인 채널이 150개로 가장 많았다.
2) ‘비판적 생비’는 “나는 인터넷에서 시사 문제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담은 (글, 이미지, 동영상 등)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나는 기존 미디어 콘텐츠와 다른(반대되는 또는 대안적인) 내용의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등 비판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리터러시를 뜻한다. 비판적 소비는 “나는 인터넷 콘텐츠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 “나는 인터넷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수 있다” 등 비판적 자세를 가지고 인터넷 콘텐츠를 검증하고 소비하는 리터러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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