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쌓아올린 국가 미디어교육 정책

2021. 1. 6. 13:11해외 미디어 교육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국가 미디어교육 정책》 영문판 표지.

 

현장에서 쌓아올린 국가 미디어교육 정책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한국어 번역 소개

 

2019년 12월, 미디어교육·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선진국 핀란드는

미디어교육과 관련한 새로운 정책안을 발표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이번 정책안을 해외 최초로(공식 영문판 제외) 번역 출판했다.

번역을 맡은 최원석 전 YTN 기자가 정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최원석 (핀란드 라플란드대학 미디어교육 석사 과정)


 

 

정책안은 미디어교육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한 조건으로 현황 파악과 협력을 강조한다.

즉, 실천가 각자가 지닌 전문적 지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분야 전문가와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안내한다.

 

 


 

 

2019년 12월, 핀란드 교육문화부는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국가 미디어교육 정책 (Media Literacy in Finland: National Media Education Policy)》을 내놨다. 지난 2013년 발표한 정책안 《좋은 미디어 리터러시. 국가 정책 가이드라인 2013-2016》 이후 6년 만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 및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핀란드의 미디어교육 정책안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미디어교육 현장의 목소리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2019년 12월 발표한 국가 정책 문서(national policy document)이다. 핀란드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 가운데 미디어교육에 초점을 맞춰 현황을 검토하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번 정책안 개정은 앞서 2018년 7월에 나온 미디어 정책 결의안에 근거를 두고 이뤄졌다. 개정안의 내용과 초안은 핀란드 교육문화부 의뢰로 산하 기구인 국립시청각연구소(이하 KAVI)에서 마련했다.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KAVI는 2019년 초부터 여러 행정 부처와 사회 각계 기관, 현장 활동가와 연구자를 대상으로 의견을 모아 개정안에 반영했다. 현장의 사례를 먼저 조사한 노력은 거버넌스 및 정책 시행 과정을 실효성 있게 개선하려는 핀란드 정부의 방향성이기도 하다.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교육의 영역을 명확히 밝히는 데 목적을 두고, 핀란드 미디어교육의 강점과 가치, 방법을 제시한다. 또 개선이 필요한 영역, 연관성을 갖는 사회문화적, 기술적 발전 경향도 살핀다.” -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중

 

핀란드 교육문화부는 이번 정책을 미디어교육 개발 및 활동 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수립했다고 밝힌다. 특히 사회 모든 분야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및 교육을 시행, 증진, 지원, 연구하는 사람들을 정책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소개한다. 정책안은 미디어교육 정책의 실천 목표와 가치, 강점과 현황, 제안과 과제, 실천 주체, 그리고 각 부처의 정책 이행 방식 등을 개괄적으로 담고 있다.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핀란드 미디어교육의 특징이자 목표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종합적이고 수준 높은, 그리고 체계적인’ 교육이다. 이러한 특징은 정책 조사 과정에 참여한 여러 기관 및 전문가 의견과 제안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결과다. 사뭇 자부심 넘치는 분석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그동안의 미디디어교육을 통해 이 특징이 완전히 달성되지는 못했음이 과제를 통해 드러난다. 정책안은 미디어교육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한 조건으로 현황 파악과 협력을 강조한다. 즉, 실천가 각자가 지닌 전문적 지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분야 전문가와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안내한다.

 

모두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우선 핀란드 미디어교육 참여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강점은 무엇이었을까? 크게 다양성, 역사성, 공공성, 전문성, 확장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핀란드 미디어교육은 전국 각지의 다양한 활동가들이 개발하고 실천하며, 분야를 넘나드는 협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실천적인 교육을 지원하는 풍부한 학습 자료와 안내서, 수업 모형, 시청각 자료 등 공적으로 이용 가능한 자원이 개발되고 생산된다.

 

둘째, 미디어교육은 대중매체 교육과 의사소통 교육, 시청각 교육 등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핀란드의 민주주의와 교육 전문성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

 

셋째, 핀란드의 미디어교육은 국가 교육과정 및 공공도서관법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체계에 명시되어 있다. 미디어교육은 국가 전략으로 인식되어 오래 전부터 공공과 민간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넷째, 핀란드 미디어교육은 여러 분야 직업 교육의 기본교육에 통합되어 있고, 교원 양성 과정을 포함한 대학 수준에서도 전공과목 및 일반 과목으로 다뤄지고 있다.

 

다섯째,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 신뢰도가 핀란드 미디어교육을 뒷받침한다. EU, 유네스코, 북유럽 등 국제적 교류와 연구, 실천이 여러 주제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강점을 토대로 모든 사람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가 평생교육 차원에서 향상될 필요가 있다고 정책안은 정리한다.

 

“정책은 미디어교육 개발 작업과 실천 방안을 지원한다. 제안된 방안을 실행할 때는 정부 부처, 기관, 지방 자치 단체, 조직, 협회, 재단, 회사, 교육 기관, 기타 커뮤니티 등이 참여할 수 있다. 미디어교육에 대한 국가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실행 주체 간 협업과 소통이 필요하다.” -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중

 

현장 전문가들의 반성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에서는 이와 같은 강점뿐 아니라 동시에 부족함도 숨기지 않는다. 정책안에 의견을 보탠 미디어교육 전문가와 활동가들은 재원 문제, 협력 강화, 전문성 개발, 불평등 해소, 체계적 접근 필요성 등을 지적한다. 재원과 자원 부족은 미디어교육 실행에 제약을 가하고 보편적 접근성을 갖추는 데 영향을 준다. 이 문제는 보조금 확충 및 예산 할당과 더불어, 전문 지식과 운영 방식을 공유해 중복성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정책안은 협업, 협력, 그리고 네트워크가 효율성을 높이고 활동을 확대하면 경쟁과 중복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협력은 미디어교육 활동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미디어리터러시》 2020년 봄호에 실린 KAVI 부소장이자 이번 정책안의 저자인 사라 살로마(Saara Salomaa)의 기고에서도 ‘협업’과 ‘팀워크’가 핵심으로 강조됐다. 정책안은 단기성 지원이나 프로젝트 중심 활동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교육과 지원을 위해 새로운 방법과 혁신에 바탕을 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사회적 불평등과 배제, 양극화, 인종차별, 기후변화 등 시민이 겪는 여러 현안과 미디어 문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미디어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정리한다.

 

“정책은 실천을 위해 마련하는 것”

2019년 12월 공식 발표를 통해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핀란드어 원문이 나왔고, 이후 공식 영문본과 스웨덴어가 차례대로 출간됐다. 한국어 번역은 2020년 2월 말부터 진행했다. 영문을 제외하곤 첫 외국어 번역이다.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여러 일이 겹쳐 여름이 지나서야 초안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오수정 미디어진흥실장과 미디어교육팀 손민진 과장, 그리고 황서현 사원께서 여러 방안을 찾아 번역과 출판을 지원해 주셨다. 정책안 저자인 KAVI 부소장 사라 살로마와 선임 연구원 라우리 팔사(Lauri Palsa), 그리고 한국어 번역을 승낙한 핀란드 교육문화부(OKM) 모두 적극 협조해주었다. “정책은 실천을 위해 마련하는 것이다. 함께 할 때 우리는 더 높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춘 사회로 갈 수 있다.” 저자들이 한국어 독자를 위해 보내온 서문에서 정책안의 진정성을 느꼈다.

 

번역 과정에서 더 많은 질문이 쌓였다. 정책안 준비에 참여한 100여 개 넘는 기관의 담당자와 각계 연구자, 활동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을 냈을까? 법안을 중심으로 하기보다 현장과 협력에 바탕을 둔 정책과 실천은 장기적으로 어떻게 가능할까? 교육과정안을 통해 뒷받침하는 학교 미디어교육, 일상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교육을 위해 어떤 부처 간 조율과 노력이 더 필요할까? 시민 미디어 리터러시와 연관된 언론·교육·사회·문화·통신·복지 정책을 중복 없이 시행할 수는 없을까? 허위정보 판별을 넘어서는 미디어교육을 위해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할까?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전과 같은 미디어교육이 가능하고 또 필요할까? 핀란드 미디어교육 정책을 구성하는 내용과 참여자에 관한 소개를 담은 이 번역본에서 누군가 실마리를 찾아낼 것이라 기대한다. 한국어 번역본에는 자료 사진과 역주를 문서 뒤에 덧붙여, 원문의 맥락과 사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다.

 

핀란드의 정책이 한국의 맥락에서 그리 유용하거나 현실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한국 정부가 발표한 범부처 미디어교육 정책을 보면, 한국 미디어교육의 문제의식과 방향성은 나름의 분석과 역량에 바탕을 둔다. 다만 국가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멀티리터러시)를 핵심 역량으로 포함해 공공성을 높인 점, 학교 미디어교육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각계 단체가 협력하는 문화, 신문협회 및 공영방송을 포함한 언론의 적극적인 미디어교육 자료 개발, 도서관 연계 활동으로 기본적 리터러시 향상을 시도하는 국가교육위원회 캠페인 등은 한국에서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일부 정책 담당자들께나마 참고 자료로 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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