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역량만 강조, ‘비판적 이해’ 교육은 부족

2021. 1. 18. 16:07특집

 

제작 역량만 강조, ‘비판적 이해’ 교육은 부족

 

국내 미디어 업계의 미디어교육 참여 현황 및 과제

 

2020년은 예고도 없이 비대면 원격 교육이 갑자기 시작되면서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한 해였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해외의 미디어교육 현황을 긴급 점검해보고,

특히 미디어 업계의 교육 참여 정도를 비교해보는 자리를 준비했다.

 

글 조재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미디어 콘텐츠의 ‘공공재’로서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미디어와 관련된 기관이나 단체 그리고 기업은

건전한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것과 더불어

미디어 이용자를 위한 보편적 미디어교육에 대한 책임이 있다.

 

 


 

 

미디어 콘텐츠의 가장 큰 특징이 여러 유형의 공공 자산을 사용해 발생하는 ‘공공재’이거나 혹은 ‘공공재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어떠한 형태의 미디어 기업이든 전파를 사용하는 이상 공중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중 시장 구조로 인해 ‘주목재’이기도 한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는 궁극적으로 공공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원칙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미디어 콘텐츠는 ‘공공재’

방송법을 비롯한 다양한 법적 기준을 면밀하게 제정하는 가장 근본 이유도 공공에 해가 되는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같은 기관이나 한국방송공사(이하 ‘KBS’) 시청자위원회의 존재 이유도 결국 ‘공공재’로서 미디어 콘텐츠라는 기본 개념에서 비롯됐다.

 

이와 같은 조직이나 부서의 역할은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콘텐츠에 공중이 노출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이미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스템만으로는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는 미디어 이용자의 수동성에 주목하기 때문이며, 배고픈 자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물고기를 잡아다 주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은 미디어 이용자의 ‘능동성’과 맞닿아 있다.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디어 콘텐츠를 올바로 이해하고 건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능동적인 주체를 위한 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미디어 콘텐츠의 ‘공공재’로서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미디어와 관련된 기관이나 단체 그리고 기업은 건전한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것과 더불어 건강하고 능동적인 미디어 이용자를 위한 보편적 미디어교육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연구에서 보듯이 미디어교육 기관 중에서 ‘영리’ 기관의 비중은 매우 낮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정과제로 2017년도에 진행됐던 《해외 미디어교육 법체계 및 정책기구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미디어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의 대부분은 지자체나 정부 유관 기관이다. 이들이 제공한 미디어교육의 내용을 보면 상당수가 지자체에서 진행한 정보화 사업과의 연계를 통한 컴퓨터 이용 교육이다. 콘텐츠 제작 교육은 주로 유관 기관(예.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시청자미디어센터 중심)에서 진행했다. 영리 기관의 경우도 백화점이나 일반 ‘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언론사나 미디어 기업이 진행했던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다.

 

언론사와 미디어 기업이 미디어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부정하기 어렵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크게 활성화되어 있는 외국에서는 언론인이나 미디어 기업 관계자가 자발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관련 프로그램이나 행사에 참여하고 있고, 언론사나 미디어 기업 또한 조직적 차원에서 참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미디어교육을 주도하는 교육 기관 클레미(CLEMI)는 정부-기업-언론사-시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를 매년 기획하고 있다. 이는 언론사나 미디어 기업이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과는 자발성과 적극성에 있어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클레미 행사와 같이 전국 규모의 대규모 미디어교육 행사가 기획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관련 행사가 정부 유관 기관(언론진흥재단) 주도로 진행됐고, 한국유네스코 및 9개 정부, 미디어, 교육기관이 공동으로 ‘세계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대표회의(GMIL)’를 한국에서 개최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이러한 행사에 언론/언론인이 기획 및 발표자로 참여했다는 부분도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나 미디어 기업이 직접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공할 필요성은 여전히 중요하다. 한국 미디어 업계가 제공하는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의 특성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미디어 기업 교육 프로그램의 명암

미디어 업계에서 제공하는 대표적인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의 특성을 살펴보면, 각 기업의 주요 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및 제공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종합일간지의 경우 언론사라는 조직의 특성을 살려 ‘글쓰기’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동아일보의 동아 논술·작문·기사쓰기 아카데미나 한겨레신문의 언론아카데미 '한터' 같은 교육센터는 미디어 리터러시 하위 역량 중 ‘제작’과 관련된 역량을 고양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외에도 NIE 교육을 직접 제공하는 언론사도 있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는 조선일보 NIE교육센터를 운영하면서 초중고 학생과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NIE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NIE 교육의 핵심은 신문 내용을 바르게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고양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비판적 이해’라는 미디어 리터러시 하위 역량의 고양에 잘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시장지배력이 가장 높은 유튜브에 대한 교육도 언론사에서 진행(예. 중앙일보의 ‘YouTube 완전정복’)한다는 점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 진입이 낮은 1인 미디어 시장에 대한 막대한 사회적 관심을 고려할 때 언론사가 ‘유튜브 크리에이터 되기’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시의성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 미디어 기업인 방송사는 글쓰기나 NIE 교육을 제공하는 신문사와는 확연히 다르게 영상 제작 교육이나 영상 작품 공모전, 행사 등을 기획했다. 예를 들어, MBC는 MBC 미디어데이를 통해 방송 제작 견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여수MBC는 ‘누구나, 카피라이터’ 같은 특강을 통해 카피라이터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신문사의 글쓰기 프로그램처럼 미디어 리터러시 하위 역량 중에서 ‘제작’ 역량을 고양시키는 데 일조한다. 이에 더해 영상제나 공모전의 경우 일반인의 영상 제작 참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미디어교육 프로그램 참여도 유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KBS울산의 ‘청소년 창작 영상제’, KBS춘천의 ‘강원 청소년 영화제’, SBS 광주민방의 ‘KBC 전국 청소년 예술제’ 등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들어 언론 생태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디어 기업으로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인터넷 포털과 구글, 유튜브를 포함한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와 사회에서 기대하는 역할은 언론사와는 다르기 때문에, 이 기업들이 제공해 온 대표적인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은 각 기업의 주요 사업과 맞닿아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네이버는 블로그 글쓰기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카카오는 AI 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했지만, 인터넷 포털은 주로 기업의 주요 사업과 연관된 프로그램을 개발 및 제공하고 있다. 구글과 유튜브 또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아카데미’, ‘구글 애널리틱스 아카데미’처럼 구글 애널리틱스를 활용하는 강의나 보다 전략적으로 유튜브 활용하기 등과 관련된 강의가 제공되고 있다.

 

이처럼 미디어 관련 기업은 각 기업의 주요 사업과 맞물린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문성이 높은 인적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에 대한 실질적인 능력을 고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교육은 ‘비판적 이해’에 대한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공공재로서 미디어 콘텐츠를 올바르게 제작하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접근’이나 ‘제작’ 능력 외에도 ‘비판적 이해’를 고양시킬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NIE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비판적 이해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한 시의성 측면에서 인정받을 수는 있으나 유튜브 크리에이터 양성 프로그램을 신문사가 제공하는 것도 신문사에 바라는 ‘언론’으로서 역할에 적합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구글이나 유튜브 또한 자사 서비스 프로그램 개발 교육 제공이 ‘영리 기업’의 기본 설립 및 운영 목적이라는 측면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공익에 대한 책임성 차원에서는 부족한 면이 많다. 따라서 미디어 관련 기업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공공성 추구’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보다 많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더 큰 책임감 있는 공영방송

앞서의 사례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적 미디어 관련 기업에 해당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공적 차원의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영방송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방송법 제43조 1항은 KBS의 설립 목적을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 문화를 정착시키고 국내외 방송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국가기간방송으로서 한국방송공사(이하 이 장에서 ‘공사"라 한다)를 설립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44조 2항(“공사는 국민이 지역과 주변 여건과 관계없이 양질의 방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과 3항(“공사는 시청자의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방송 서비스 및 방송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여야 한다”)에서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역할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KBS는 홈페이지에 “공영방송으로서 KBS는 사회 환경 감시 및 비판, 여론 형성, 민족문화 창달이라는 언론의 기본적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모든 시청자가 지역과 주변 여건에 관계없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무료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KBS의 존재 이유에 대해 매우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이처럼 공영방송은 언론의 역할을 함에 있어서 ‘공공성’을 최우선시하며, 대한민국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방송에 대한 접근권의 평등을 목표로 한다. 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방송 콘텐츠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의 실현과 건전한 방송 문화 창달을 위해서는 먼저 이용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특히 비판적 해석 능력이 고양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지적이 제기됐다. 게다가 KBS가 내세운 다섯 가지 비전(1. 독보적 신뢰 2. 압도적 영향력 3. 콘텐츠 도달률 강화 4. 글로벌 미디어로 도약 5. 창의적 조직으로 변화)을 살펴보면, 과연 공공성을 위한 세부 비전이 제대로 고려됐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KBS라는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비전이지 ‘공영’ 방송의 비전으로 보기는 어렵다. 미디어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제작’ 교육을 간헐적으로 제공하지만, 비판적 해석 능력처럼 보다 깊은 수준의 교육을 정기적으로 제공하지는 않는다. KBS 아카데미가 ‘교육’의 성격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방송 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 교육일 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교육이라고 보기 어렵다. MBC 또한 KBS에 비해 조금 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제작이나 공모전에 지나치게 국한되어 있다는 점은 한계점이라고 볼 수 있다.

 

진정한 리터러시 교육 필요

건전한 미디어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신문사, 방송사 및 인터넷 포털을 아우르는 미디어 기업이 미디어 이용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고양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편적 접근권과 제작 능력뿐만 아니라, 미디어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사회·경제·정치적인 맥락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더욱 필요하다.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https://www.kpf.or.kr/front/intropage/intropageShow.do?page_id=48035c62865b4989a98bb3f860d076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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