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2. 16:17ㆍ특집
팬데믹 길어지며 디지털·교육 격차 심화돼
코로나19가 쏘아올린 불평등
포털 검색창에 로그아웃 상태에서 ‘격차’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관련 검색어로 ‘코로나 격차’가 자동완성돼 노출된다.
자동완성 기능은 해당 포털을 이용하는 전 세대의 공통 관심사를 반영한 것으로,
그만큼 우리 사회가 코로나로 인한 ‘격차’를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배상률(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미디어문화연구실장)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에 따라 초등학생 자녀의 원격 수업을 위한 인프라 보유와
부모의 지원 수준의 차이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녀의 디지털 기기 보유와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 수준 역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이전(BC: Before Covid-19)과 이후(AC: After Covid-19)’로 구분할 만큼, 최근 우리의 삶의 양식은 극명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비대면·비접촉을 의미하는 ‘언택트’를 넘어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소통과 접촉을 의미하는 ‘온택트’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다. 원격 수업, 재택근무에 따른 화상회의, 온라인 주문이 일상화됐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디지털 격차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부모 경제력 차이가 자녀의 디지털 격차로
디지털 격차는 ‘정보 통신에의 접근 가능성 및 인터넷 사용과 관련하여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수준에서 나타나는 개인 간, 가정 간, 지역 간의 격차’를 의미한다(오미영, 2013). 특히 Z세대 내에서의 디지털 격차 발생은 교육 격차와 부의 대물림 등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우리 사회와 정부가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원주민은 출생 이후 성장 과정에서 디지털 기기를 보편적으로 사용하면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세대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마크 프렌스키(Marc Prensky, 2001)는 디지털 원주민인 청소년들이 소위 디지털 이주민이라 불리는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생활양식과 사고 체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 명명된 정보통신기술의 융합과 지능정보기술의 발달로 프렌스키가 지적한 ‘디지털 원주민의 특이성(singularity)’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0년에 전국 초등학교 4~6학년생과 그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소위 ‘디지털 강국’에서 나고 자란 ‘디지털 원주민’이라는 수사가 자칫 허울에 그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에 따라 초등학생 자녀의 원격 수업을 위한 인프라 보유와 부모의 지원 수준의 차이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배상률 외, 2020). 또한, 자녀의 디지털 기기 보유와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 수준 역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SES)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모가 응답한 가정 내 월평균 수입 규모를 ①상위권(700만 원 이상), ②중상위권(500만 원 이상 700만 원 미만), ③중하위권(300만 원 이상 500만 원 미만), ④하위권(300만 원 미만)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컴퓨터 타이핑 능력, 한글 프로그램, 파워포인트, 코딩의 활용 능력 수준에 있어서 상위권과 하위권 자녀 간 각각 10%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였다[그림1].
[그림1] 컴퓨터 타이핑 능력 및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 경제 수준에 따른 디지털 격차(‘잘 못함’ 응답률)
원격 수업을 위한 시설과 장비, 디지털 기기의 보유율도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그림2].
특히 자신의 집에 원격 수업을 위한 시설과 장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응답률을 살펴보면, 상위권의 90% 이상이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하위권 자녀 네 명 중 한 명꼴로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한, 학부모의 경제 수준과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자녀가 원격 수업을 원활하게 받기 위해 필요한 디지털 기기 활용 숙련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배상률 외, 2020).
[그림2] 디지털 기기 및 인터넷 서비스 보유: 경제 수준에 따른 디지털 격차(‘갖고 있지 않음’ 응답률)
사회 문제 된 디지털 격차
코로나19의 여파로 대면 접촉 및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전반적인 미디어 이용 시간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신지형, 김윤화, 2020). 특히, 원격 수업 시행과 외부 활동 제약에 따라 청소년이 게임, 유튜브, 스마트폰 등에 할애하는 시간이 대폭 늘어났다. 2020년도 청소년의 인터넷·스마트폰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도 전년도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다(여성가족부, 2020). 앞서 살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그리고 자녀의 미디어 이용에 대한 가정 지도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을수록 자녀의 전반적인 미디어 오남용 비율이 증가했다(배상률 외, 2020).
지식 격차 이론에 따르면, 동일한 미디어 콘텐츠를 같은 시간 소비할 때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 배경에 포함된 사람일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욱 효과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 레거시 미디어 시대에는 교육 수준이 지식 격차 발생 메커니즘의 핵심 요소였다면 디지털 시대인 지금은 개개인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이민상, 2020, 이현숙 외, 2019, 추병완 외, 2019).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까닭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우리 사회가 그동안 간과해온 디지털 격차 문제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이 단순히 미디어가 전달하는 콘텐츠의 수동적인 소비자의 위치에 머무는 것이 아닌, 주체적, 비판적, 창조적인 미디어의 프로슈머(prosumer)로 성장할 수 있도록 디지털 격차 문제 해소와 함께 디지털 리터러시 함양을 위해 우리 사회와 정부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참고자료
배상률·이창호·이정림,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 및 대상별 정책 대응 방안 연구I: 초등학생》 (연구보고 20-R17), 세종: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20.
여성가족부, ‘2020년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 습관 진단 조사 결과 발표’(보도자료), 2020.
오미영, 《커뮤니케이션 핵심 이론》 ,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이민상, 《디지털 격차의 지식 격차에 대한 영향 연구, 사회과학연구》, 36(2), pp119-143, 2020.
이현숙·김수환·이운지·김한성, 《국가수준 초·중학생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 측정 연구》, 대구: 한국교육학술정보원, 2019.
추병완·김하연·최윤정·정나나·신지선, 《디지털 시민성 핸드북》, 서울: 한국문화사, 2019.
신지형·김윤화, 《2020년 한국 미디어 패널 조사 결과 주요 내용》, 서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20.
Prensky, M., 《Digital Natives, Digital Immigrants》, On the Horizon, 9(5), pp1-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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