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읽고 신문 만들며 진짜 친구가 됐어요!

2021. 7. 30. 15:56수업 현장

 

 

뉴스 읽고 신문 만들며 진짜 친구가 됐어요!

다문화 특성화 학교의 뉴스 리터러시 수업

초등학생을 상대로 뉴스 리터러시 수업을 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그것도 다문화 특성화 학교라는 좀 특별한 학교라면?

최근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진행됐던 뉴스 리터러시 수업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자.

김현경 (미디어교육 전문 강사)

수업의 목표는 한국에 살고 있는 다문화 가족을 차별하거나 혐오하지 말고

함께 잘 살아가자는 깨달음을 아이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짧지만 울림 있는 목소리로 외쳤다.

“다른 것은 있어도 틀린 것은 없다.”, “인종 차별 멈춰! 차별 멈춰! 편견 멈춰!”

포천 조용한 마을에 아담하게 자리한 정교초등학교. 이 학교는 포천 지역에서 다문화 교육 중심 학교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다문화 특성화 학교다. 필자가 수업을 했던 6학년만 해도 18명 중 4명이 필리핀, 방글라데시, 중국 등 다문화 가정의 자녀다.

사실 뉴스 리터러시는 학생들에게 낯선 영역이다. 특히 초등학생들에겐 더 그렇다. 뉴스는 안 본다고 딱 잘라 말하는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길을 트는 계기가 절실한 시점이었다. 그런데 첫날 교장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면서 방향을 잡았다.

“저희 학교는 다문화 아이들이 많은 다문화 특성화 학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짧은 말씀을 듣는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쉽지 않겠구나.’ 그러면서 동시에 수업의 방향도 떠올랐다. ‘다문화를 주제로 수업의 방향을 정하자.’ 그리고 다음과 같이 수업 목표를 정했다.

 


1. 뉴스를 통해서 다문화에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2. 친구의 나라를 제대로 알고, 그들의 삶과 나눔 문화를 이해한다.

3. 다문화 신문 제작을 통해 진정한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는 시간을 갖는다.


 

뉴스 리터러시 걸음마 떼기

온누리 학생이 만든 ‘나를 닮은 미디어’ 소개 활동 결과물.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우선 미디어가 무엇인지부터 설명이 필요했다. “미디어란 바로 우리야. 내가 입고 있는 옷, 다니는 학교, 그리고 학교라는 공간에서 선생님과 공부하는 교과서, 학교생활을 잘 하기 위한 소통과 우정을 나누는 스마트폰.” 설명을 듣고 아이들은 자신과 닮은 미디어를 생각해 보았다. 이야기를 잘 하고 많은 정보를 알고 있어 ‘카톡’과 닮았다는 아이, 아는 것이 많아 ‘네이버’를 닮았다는 아이도 있었다. 다문화 가정 아동인 온누리 학생은 스마트폰으로 호주 사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유튜브를 볼 수 있어서 스마트폰이 좋다고 했다. 나를 닮은 미디어 소개 역시 동일했다. 현대인이 미디어에 빠져 사는 모습은 이미 국적을 초월해 서로 비슷했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소중한 미디어 주체임을 인식하게 하고자 ‘나를 닮은 미디어’를 생각하면서 명찰을 만들어 보게 했다.

뉴스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정보인지 알려주었다.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뉴스가 되기 위한 가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부합한 정보가 ‘뉴스’가 되며, 뉴스는 우리 삶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하자 한 학생이 질문을 던졌다. “그럼, 코로나19 정보를 저희가 수시로 보고 있는데 그것도 뉴스네요?” “맞아, 그렇지만 단순 정보이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있어. 그런 경우, 그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뉴스는 아닌지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단다.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확인도 해보지 않고 SNS에 올려 공유하는 사람도 있거든.” 이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아이들은 뉴스와 ‘단순 정보’가 공존함을 알았다. 그리고 정보를 대하는 바른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다음으로 신문 사진에도 관점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신문에 나온 뉴스 사진과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은 성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먼저, 신문 속 사진을 보면서 사진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사진에 달린 설명을 가린 채, 코로나 관련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가며 사진의 의미를 찾아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사진 설명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또 길어진 코로나 검사 대기 줄”이라는 사진 설명을 보여주자 아이들은 그제야 코로나 검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었다.

배운 내용을 직접 적용해보기로 했다. 학생들은 교실, 복도, 운동장 등 학교 곳곳에서 스마트폰으로 직접 사진을 찍고, 육하원칙에 맞게 사진 설명을 달았다. 온누리 학생은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이 서툴러서 같은 반 친구인 김채연 학생의 도움을 받았다. 학생들은 자신이 찍은 사진을 발표하면서, 같은 장소에서 같은 대상을 찍었지만,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르게 표현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뉴스 리터러시의 걸음마를 시작했다.

 

‘다문화 뉴스 읽기’-국경 없는 혐오

다문화 뉴스 읽기 첫 수업의 주제는 ‘혐오’였다. 우선 혐오를 다룬 뉴스 두 개를 준비했다. 우리나라 교민이 미국에서 혐오의 대상이 되어 테러를 당한 뉴스와, 우리나라에서 다문화 2세를 향해 코로나 관련 혐오 발언을 한 사람을 인권위가 고소했다는 뉴스였다.

 

온누리 학생이 따라 적은 혐오의 뜻. 한글을 쓰는 것이 서툰 온누리 학생을 위해 활동지에 단어의 뜻을 희미하게 써서 따라 쓰도록 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

 

먼저, 혐오의 뜻을 정확하게 알아보기로 했다. 아이들의 답변은 막연했다. 네이버 어학사전 검색을 통해 정확한 뜻을 찾아 적고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그리고 준비한 뉴스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두 개의 뉴스를 다 읽은 아이들은 우리나라에서 다문화 2세에게 혐오 발언을 해 인권위가 고소를 했다는 기사보다, 미국에서 우리나라 교민이 혐오 차별을 당했다는 기사에 더 발끈했다.

수업의 목표는 우리나라도 누군가에게는 약자의 나라이며,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현실을 알려주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도 한국에 살고 있는 다문화 가족을 차별하거나 혐오하지 말고 함께 잘 살아가자는 깨달음을 아이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것이었다. 수업의 효과는 제대로 나타났다. 아이들은 짧지만 울림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함께 외쳤다. “다른 것은 있어도 틀린 것은 없다.”, “인종 차별 멈춰! 차별 멈춰! 편견 멈춰!”

 

‘혐오’를 주제로 진행한 다문화 뉴스 읽기 수업 시간에 학생들은 뉴스 기사를 비교하여 읽은 뒤 ‘혐오’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적어보았다. <사진 출처: 필자>

 

‘다문화 뉴스 읽기’-콩 한 쪽도 나누는 기부 문화

두 번째 시간의 주제는 다문화 국가의 ‘기부 문화다. 먼저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와 필리핀의 기부 문화를 비교해보았다. 영화 ‘국제시장’의 내용을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한때는 해외에 나가 외화를 벌어야 했던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고 알려주었다. 이미 영화를 본 몇몇 아이들이 파독 광부와 파독 간호사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다. 덕분에 수업을 훨씬 더 수월하게 이끌 수 있었다.

준비해온 뉴스 기사를 읽으며 우리나라의 ‘사랑의 온도계’와 필리핀의 ‘자이 기부 문화’에 대해 아이들과 생각을 나누었다. 우리나라 말을 띄엄띄엄 읽는 온누리 학생은 활동지에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을 한국어로 표현하고 더구나 한글로 적는 것은 더 어려워했다. 그래서 온누리 학생은 영어로 말하고, 글도 영어로 써보도록 했다. 그러면 영어와 우리말이 능통한 방글라데시 친구 사밥 학생이 이것을 통역해 주었다.

아이들이 사밥에게 놀란 일이 또 한 번 있었다. 필리핀에 이어 방글라데시의 기부 문화를 다루려 했으나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방글라데시에 원조를 하고 있는 코이카(KOICA) 방글라데시 사무소의 조현규 소장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준비했다. “재작년 방글라데시가 90만 로힝야 난민을 수용하는 과정을 가깝게 지켜보면서 뭉클했어요.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국민이 없는 살림에 나눠가며 난민을 먹였거든요.” 나눔의 실천이 경제 수준과 무관하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방글라데시인의 특별한 나눔을 소개한 기사였다. 이때 부모님이 모두 방글라데시 출신인 사밥 학생이 활동지를 다 작성하고 나에게 신호를 보냈다. 먼저 발표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아직 활동지를 작성 중인 아이들이 많아 조금만 기다리자고 말했다. 사실 나도 사밥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드디어 사밥 학생이 발표를 시작했다.

삼촌이 코이카 방글라데시 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라고 말문을 연 사밥 학생은 조현규 소장을 “우리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5년 전 가족이 더 이상 한국에서 살 수 없게 됐는데 그때 ‘사장님’이 도와줘서 다시 한국에서 살 수 있게 됐다고 사연을 소개하며 사밥 학생은 제법 어른스럽게 고마움을 전했다. 나 역시 이렇게 현실적인 호응을 접하게 되니 오늘 학습 목표는 제대로 달성했다 싶어 뿌듯했다.

자신이 겪은 나눔 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출신의 사밥 학생

 

발표 내용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친구를 알아가는 시간-신문 만들기

학생들이 1차시부터 했던 활동지를 책으로 묶어 각자에게 선물로 주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마지막 시간에는 아이들이 1차시부터 했던 결과물을 책자로 묶어 선물했다. 낱장으로 여기저기 나뒹굴었을지도 모르는 활동 결과물을 한데 묶어 돌려주자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활동지를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활동으로 아이들과 약속했던 신문 제작을 시작했다. 신문의 주제는 ‘다문화 가정’이었다. 학교 이름을 따서 정팀·교팀·초팀으로 모둠을 나눈 뒤, 온누리와 김요한, 그리고 사밥 학생을 주축으로 모둠을 구성했다.

모둠별로 자리한 아이들은 먼저 다문화 특성을 담아 신문의 이름을 정한 뒤 신문에 실을 내용과 구성에 대해 토의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인터뷰하기 전에 잠시 친구에 대해, 친구가 사는 나라에 대해, 궁금한 내용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아이들의 질문지가 하나둘 채워지며, 마주 앉은 자리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대화가 오고 갔다. 인터뷰 기사에 들어갈 사진을 어디에서 찍을지, 장소에 대한 고민도 했다.

인터뷰 사진이 완성됐다. 다문화 가정 친구들은 자신의 이야기보따리를 서슴없이 풀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모습이었다. 또 자신의 역할이 신문 제작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무척 적극적이었다. 열심히 친구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으로 끙끙대며 기사를 쓰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언제 저 아이들이 다문화 가정 친구에게 이토록 관심을 가져 봤겠는가. 아이들은 다문화 가정 친구가 한국에 언제 왔는지, 어디서 살고 있는지 이제야 알게 됐다. 서서히 지면이 채워지고 광고 제작도 마무리됐다. 인터넷을 뒤져 공익 광고를 찾아보고, 교실 안에 이리저리 뒹굴던 어린이신문을 자세하게 보면서 드디어 신문을 완성했다.

다 함께 신문 품평회를 해보았다. 평가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모두 뒤로 향해 앉았다. 그리고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서 스티커 두 장을 받았다. 자신들이 만든 신문에 한 장, 그리고 다른 모둠의 신문에 한 장을 붙이기로 했다.

 

아이들이 만든 다문화 신문. 한글일보(‘한국’과 ‘방글라데시’에서 한 글자씩 땄다), 다문화일보, 한마음일보라는 신문 이름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아이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은 모둠에는 편의점 쿠폰을 상품으로 주었다. 그리고 2등, 3등 팀에도 열심히 노력했음을 칭찬하며 음료 쿠폰을 선물했다. 아이들은 선물의 기쁨보다 신문을 완성했다는 성취감을 더 크게 느끼는 듯했다. 서로 자신들이 만든 신문을 갖고 싶다며 가위바위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많은 아이들과 오래 함께 보기 위해 신문은 교실에 전시하기로 결정했다.

 

"또 하고 싶어요"

 

수업을 마치면서 아이들이 포스트잇에 정성스럽게 쓴 수업 후기.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신문 제작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김찬우 학생이 또박또박 포스트잇에 쓴 “미디어 수업을 하면서 다문화에 대해 많이 배운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는 소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사밥 학생은 “재밌어요, 왜냐하면 다문화를 도와주는 게 재밌고, 뉴스 광고 등 모든 게 재밌어요. 무엇보다도 친구들이 나한테 궁금한 점을 물어봐 줘서 좋아요.”, 온누리 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하니 좋아요. 우리 팀이 좋아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들의 소감을 곱씹어 보면서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온누리 학생은 친구들로부터 관심과 질문을 받으며 자신이 중심이 됐던 그 시간이, 그 경험이 정말 좋았을 것이다. 아마도 ‘이제 진짜 내가 친구가 되는구나!’ 하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한국어에 서툴기 때문에 친구들에 기대어 수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던 아이들은 주체적으로 많은 말을 하고, 친구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그 시간이 좋은 듯했다. 신문 제작 시간은 예전과는 달리 들뜬 분위기였다. “나중에 다시 하고 싶어요.” 간결한 이 한마디 소감이 미디어 수업을 이어가야 하는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

수업을 했던 학급의 김창희 담임선생님도 소감을 남겨 주셨다. “강사 선생님께서 학교, 학급 특성과 학생들 수준에 맞추어 수업해 주신 점이 좋았습니다.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더해져 더 뿌듯한 시간이었다.

준비된 모든 수업을 마치며 아이들은 수업 중간중간 함께 외쳤던 슬로건을 포스트잇에 다 같이 한 글자씩 적었다. “다문화는 우리의 이옷입니다. 존중해요♡” 다문화 친구가 이웃의 ‘웃’ 자를 ‘옷’자로 잘못 쓴 글자마저 정답다.

“다문화는 우리의 이웃입니다.” 수업을 마치면서 아이들이 작성한 슬로건이다. 한 친구가 사진을 찍는 앞에서 V자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

학생들이 그동안 작업한 활동지와 직접 만든 신문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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