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 몰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다

2022. 4. 18. 16:41수업 현장

참여와 몰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다

메타버스 활용 초등학교 수업 사례

아직은 다소 생소한 단어일 수 있지만 ‘메타버스’는 최근 미디어, 게임, IT 업계 등에서 뜨거운 화두다.

그런데 업계뿐이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커지고 있다.

바로 메타버스에 관심 있는 선생님들이 메타버스 활용 수업에 관한 실험과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실제 수업 사례를 소개한다.

오인선 (인천 천마초등학교 교사)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체험해 보도록 수업 내용을 재구성했다.

도시에 필요한 학교, 공원, 상가 등의 위치를 고민하고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서로 협의하고,

도로의 방향과 예상되는 문제점을 정리해 가상의 공간에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일 게다. 수업을 준비하면서도, 교구나 학습 콘텐츠를 제작하면서도, 수업을 진행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학습 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고민한다. 이 단계에서 실패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잡담을 하거나 자신만의 공상의 세계로 빠져들 것이다. 그 전에 교사는 아이들이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는 새로운 학습 과제를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한 형태로 자연스럽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이 시작되면서 이는 무척 어려운 일이 됐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미디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활용한 수업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학생의 흥미를 이끌어내기 힘들어진 선생님들에게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도 한다. 또한 초등학교에서는 가상의 공간이나 인물을 바탕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수업 내용이 많기 때문에 ‘메타버스’는 원격 수업 여부와 무관하게 조금 더 새롭고, 재미있는 수업을 위한 아이디어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메타버스의 수업 활용에 관심 있는 인천 지역 여러 학교의 선생님들이 팀을 구성해 메타버스 활용 수업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는 메타버스 활용 학습 모델을 개발하고 이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한 뒤 교실에서 실천해 보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코스페이시스로 만드는 골드버그 장치

6학년 2학기 5단원 ‘에너지와 생활’에서는 에너지의 형태가 전환되는 과정을 다룬다. 이를 코스페이시스(CoSpaces)1)라는 가상(증강)현실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다. 코스페이시스는 물리 엔진을 적용하여 3D 모델로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따라서 특정한 물리적 현상을 시뮬레이션하기 유리한데, 이를 통해 학생들이 팀을 나누어 직접 골드버그 게임 장치를 개발해 보았다. 골드버그 장치란 쉽게 예를 들자면 높은 위치에 있던 구슬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굴러와 도미노에 충격을 주어 넘어트리고, 넘어진 도미노가 또 다음 구조물에 영향을 주고, 이러한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과학적 상상력과 흥미를 느끼게 하는 장치이다. 가상의 공간 속에서 학생들이 협업하여 3D 개체를 이용해 골드버그 장치를 만들고 시뮬레이션 해보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보존되며, 형태가 전환되는 과정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골드버그 게임 장치를 설계해 코스페이시스 메타버스 안에서 3D로 구현한 뒤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인천 청라초 김진모 선생님 제공>

 

 

3D 개체를 조작하고 물리적인 결과를 예측해 게임 장치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가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인 점, 그리고 메타버스 안에서는 다양한 콘텐츠가 무궁무진하게 제공(혹은 제작)되고, 또 내 아이디어가 제한 없이 구현된다는 점이 학생들이 큰 흥미를 느꼈다. 이러한 흥미는 학습 내용에 대한 몰입과 적극적인 참여, 협업을 가능하게 했다.

제페토,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체험

제페토(zepeto)2)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즐기고 있는 메타버스 앱이다. 제페토에서는 나만의 아바타를 꾸밀 수 있고, 다양한 장소에서 친구들과 만나 상호작용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제페토 안에는 계절에 따라 디자인이 바뀌는 ‘포시즌 카페’라는 공식 맵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 통합교과 중 ‘계절 느끼기’ 수업에서 포시즌 카페를 활용해 보았다.

학생들은 계절 느끼기 수업을 통해 계절별 모습, 특징, 옷차림 등을 배우는데, 초등 저학년의 경우 실제 자연을 접하고 체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보통 교실에서 다양한 사진과 동영상을 감상하고, 밖으로 나가 계절을 느껴보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학교의 사정이 같지 않다. 도심지 중심에 있는 학교의 경우 사람들의 옷차림 외에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느끼기 어려울 수 있고, 특히 코로나19로 학생들이 다함께 몰려다니며 외부 견학을 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더욱 제약이 심하다. 제페토 포시즌 카페에서 만난 가을은 비록 진짜 자연 환경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실제로 경험했던 가을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는 데 도움이 됐다. 이후에 운동장에 나가 나무와 낙엽을 관찰하며 메타버스 속 세상과 비교해 볼 수도 있었다.

메타버스 제페토 안에서 포시즌 카페를 방문해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사진 왼쪽) 실제로 운동장에 나가 가을의 특징을 살펴보는 활동을 해보았다. <사진 출처: 인천 가현초등학교 윤승섭 선생님 제공>

 

 

마인크래프트, 상상을 현실로

우리나라에서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모르는 초등학생이 있을까? 마인크래프트는 대부분의 학생이 직접 해 보았거나 적어도 친구들이 하는 모습을 보거나 들은 적은 있을 것이다. 원래 마인크래프트는 게임으로 개발됐지만 교육적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 영어, 미술, 코딩 등 다양한 수업에 활용되고 있다.

4학년 2학기 1단원 ‘촌락과 도시의 생활 모습’의 9차시에는 <살기 좋은 촌락과 도시 만들어보기> 활동이 있다. 이 수업은 살기 좋은 곳을 상상하여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해 보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글, 신문, 그림, 일기나 미술 재료를 활용한다. 이번에는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체험해 보도록 수업 내용을 재구성했다. 학생들은 팀을 이루어 살기 좋은 촌락(도시)에 있어야 할 것과 해결해야 할 문제를 협의하고,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청사진을 그린 뒤, 마인크래프트 가상공간 안에 구현해 보았다.

마인크래프트는 학생들에게 이미 익숙한 메타버스 플랫폼이라 어려움 없이 수업이 잘 진행됐다. 특히 주어진 공간 안에서 나만의 구조물을 자유롭게 만들고 조작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많은 흥미를 느꼈다. 도시에 필요한 학교, 공원, 상가 등의 위치를 고민하고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도 서로 협의하고, 도로의 방향과 그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정리해 가상의 공간에 만들었다. 학생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가상공간에 구현해내는 과정에 큰 성취감을 느끼면서 활동에 참여했다.

초등학생에게 인기 많은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활용해 가상공간 안에 ‘살기 좋은 촌락과 도시’를 계획하고 만들어 보았다. <사진 출처: 인천 마전초등학교 김은협 선생님 제공>

 

게더타운, 생각 나누는 새로운 방법

게더타운(Gather.town)3)은 학급의 블랜디드 수업이나 각종 대회 및 행사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2D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메타버스 공간을 특정 목적에 맞게 직접 제작하는 것이 비교적 간편할 뿐만 아니라, 아바타끼리 만나서 화상으로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해 6학년 2학기 국어 1단원 ‘작품 속 인물과 나’ 단원을 재구성해 보았다.

이 단원에서 학생들은 먼저 교과서 제시 작품인 ‘구멍 난 벼루’의 내용을 파악하고 인물이 추구하는 삶을 파악했다. 미리 만들어 놓은 ‘구멍 난 벼루 메타버스 공간 및 인물 캐릭터’와 상호작용하고, 간단한 술래잡기 게임을 하면서 잡힌 술래가 가상인물의 역할을 맡아 서로가 질문을 만들어 주고받는 활동도 함께 이루어졌다. 활동 후에는 실시간 비대면 캔버스 협업 툴인 알로(ALLO https://allo.io)를 활용해 학습 내용을 정리하면서 서로 생각을 나누었다.

문학 수업은 서책형 도서와 교과서, 공책, 학생 간 대면으로 이야기 나누기의 형태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잘 활용한다면 실제 교실 공간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창의적인 수업 활동도 쉽게 구현해 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협업 툴을 통해 각자의 느낌이나 소감 등을 정리, 공유함으로써 좀 더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메타버스는 교사의 새로운 수업 디자인 도구로서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게더타운에서 술래잡기 게임을 하며 가상 인물끼리 질문을 주고 받거나(사진 왼쪽)과 실시간 협업 툴 알로를 활용해 문학 작품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사진 출처: 인천 청라초등학교 김진모 선생님 제공> 

메타버스와 교실의 미래

메타버스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들이 공통적인 감상은 학생들의 ‘참여’와 ‘몰입’이다. 가상의 공간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 여러 활동을 제한 없이 하게 되니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지고 수업에 참여한다. 또 수업 내용에도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메타버스 활용 수업을 진행한 학교도, 학년도, 학급도 모두 달랐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수업에 참여했다는 점은 모두가 전적으로 동의했다.

다만 흥미가 학습에 유용하게 작용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충분한 고민과 사전 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또한 지적됐다. 학생들이 흥미롭게 참여했으나 학습에 유익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이는 목적지를 잃고 열심히 노만 저은 셈이다. 산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 목적지를 분명히 정하고 가는 도중에도 키를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해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항로에서 만날 수 있는 장애물도 미리 모두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수업 시간에 교실에서 차트와 같은 실물 그림이나 도표 등이 활용됐다. 이후에는 OHP필름, 플래시 콘텐츠가 활용됐고, 이후 파워포인트나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지나 현재는 실시간 스트리밍 동영상이나 실시간 화상 수업까지 발전됐다. 교실은 늘 효과적인 교육 미디어의 개발과 함께 학생의 흥미와 몰입, 참여를 이끄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앞으로 기술 발전이 심화될수록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질 것이고,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 콘텐츠나 수업 방법 또한 꾸준히 발전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교사와 학생은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메타버스라는 조금은 생소한 미디어와 친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살기 좋은 촌락과 도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의 소감문. <사진 출처: 인천 마전초등학교 김은협 선생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