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에 지배받는 인간?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한 이유

2022. 4. 26. 17:26포럼

 

 

 

 

미디어에 지배받는 인간?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한 이유

한국언론학회 집담회-‘미디어 리터러시란 무엇일까’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와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의 정의와 범위를 논하는 일은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한국언론학회가 지난 2월 14일 개최한 “미디어 리터러시란 무엇일까?”

집담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전문가 논의가 이루어졌다.

 

 

조재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미디어에 대한 의존이 점점 더 커져가고 심지어 지배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미디어의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미디어 이용자가 ‘주도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곧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미디어에 대한 의존은 전 연령층과 모든 소득 수준 및 성별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일례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이제는 유아의 미디어 이용에 대해서도 보다 심각하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020년 1월에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의존을 더욱 급격히 증가시켰다. 이에 정부와 관련 사회단체 및 기관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혹은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지방 교육청 중심으로 미디어교육을 주관하는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코딩이나 AI 관련 교육을 강조하고 디지털 미디어 지원 센터를 전국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나 시청자미디어재단을 통해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으며 최근 들어 더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란 무엇인가?

이처럼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사회 전반적인 관심이 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의존을 고려했을 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반드시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연구와 교육에 힘써 온 많은 연구자와 실무자들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정의와 범위를 설명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미디어 생태계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있고, 사회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미디어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특정한 영역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란 이런 것이라고 정의 내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정보 리터러시’, ‘인터넷 리터러시’ 등 여러 가지 표현이 혼재되어 사용되는 것은 이와 같은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관련된 법적 그리고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프로그램 기획, 운영에 더 큰 주의를 기울이면서 정작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개념적 정의와 관련해서는 근본적인 논의의 장이 자주 마련되지 못했던 점 역시 사실이다.

 

한국언론학회 미디어교육연구회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근본적 논의의 부족에 주목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란 무엇일까?”라는 제목으로 2022년 2월 14일에 집담회를 개최했다. 한국언론학회 겨울 방학 특강의 두 번째 행사로 열린 이번 집담회는 김경희 한국언론학회 회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사회를 맡은 권장원 교수(대구가톨릭대)와 함께 4명의 패널-이숙정 교수(중앙대), 조재희 교수(서강대), 진민정 박사(한국언론진흥재단), 김양은 박사(서강대)-이 ‘미디어란 무엇인가?’, ‘미디어 리터러시란 무엇인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모든 패널은 각각의 질문이 담고 있는 주제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정의와 개념에 관한 것으로 쉽지 않은 질문이며, 이러한 근본적 주제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고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논의의 장이 자주 마련되지 못한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주요 질문에 대한 의견은 크게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미디어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 이숙정 교수는 기존의 연구를 바탕으로 “의사소통을 매개하는 도구”로 정리했으며, 다른 패널들도 동의했다. 커뮤니케이션학이나 미디어학과 관련된 개론서를 살펴보면 커뮤니케이션이나 미디어를 도구적 혹은 기능적 관점으로 정의내린 뒤 해석학적 관점이나 비판적 관점으로 논의를 확장하는 경우가 많다. 즉 미디어 자체는 화자가 특정한 의미를 담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의사소통 도구로 볼 수 있지만, 미디어를 이용하고 그 메시지를 해석하는 ‘사람’의 주도적인 역할과 의사소통이 발생하는 ‘맥락’이 결국 미디어 이용 혹은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정의한다. ‘의사소통’, ‘매개’, 그리고 ‘도구’라는 핵심어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미디어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의견도 제기했다. 진민정 박사는 “미디어로 인한 지배”를 논의해야 할 정도로 현대인의 삶이 미디어로부터 지극히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재희 교수는 ‘비인간 행위자(non human agency)’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면서 미디어와 인간의 역할이 오히려 전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양은 박사와 이숙정 교수 또한 미디어를 정의할 때 미디어가 갖는 영향력과 이용자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이용자의 주도성

둘째, 미디어에 대한 정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두 번째 주제인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개념과 정의, 그리고 범위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기존의 연구를 살펴보면 미디어 리터러시를 미디어를 읽고 이해하고 활용하는 제반의 능력으로 개념화한 뒤 복수의 하위 영역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방송·통신 규제 기구인 오프컴(Ofcom)이 강조했던 ‘접근’, ‘활용’, 그리고 ‘비판적 이해’라는 하위 영역 외에도,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가 강조했던 ‘사회적 참여’, 그리고 상대적으로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책임과 권리’ 같은 하위 역량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자주 이루어져 왔다.

 

이번 집담회에서는 이와 같은 하위 역량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날 패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미디어 이용에 있어서의 주도성’이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가치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미디어에 대한 의존이 점점 더 커져가고 심지어 지배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미디어의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미디어 이용자가 ‘주도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곧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김양은 박사가 특히 이에 대해 강조했으며, 조재희 교수 또한 비인간 행위자로서 미디어가 지닌 주도성에 대한 위험성을 언급했다. 최근 들어서 자주 논의되고 있는 필터버블이나 확증편향의 근저에는 인간을 넘어서는 미디어의 주도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 이용자의 취향을 자동으로 분석해 선호될 것 같은 콘텐츠를 추천함으로써 발생하는 필터버블과 확증편향은 미디어가 주도성(agency)을 갖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하위 역량이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했든 미디어 이용자의 ‘주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념화될 필요가 있다.

 

셋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을 나누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의견 중 하나는 교육자와 교육 대상이 구분되고 주로 일방향으로 지식이 전달되기 때문에 교육을 받는 이들의 주도성이 간과될 수 있고, 따라서 교육보다는 ‘학습’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적합하다는 의견이었다. 최근 들어서 교육학에서도 일방향적 주입식 교육이 아닌 학습자 주도의 쌍방향적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교육보다는 학습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강했다. 예를 들어, 2019 개정된 누리과정의 핵심은 유아 교육에서도 수업이 아닌 놀이가 중심이 되어 아이들이 학습에서 주도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미디어 이용자의 주도성을 고려했을 때 일방향적 지식 전달이 아닌 자기 주도식 학습 개념에 초점을 둘 필요성 역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미디어 이용 및 활용 그리고 비판적 이해 능력을 고양시키기 위해서는 자기 주도식 학습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교육적 접근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어린이·청소년, 노인, 장애인을 포함하는 미디어 소수자에게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생태계에 대한 기술적·제도적·가치적 지식을 ‘교육’을 통해 전달하되, 궁극적으로는 자기 주도식 ‘학습’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학습을 통한 미디어 이용 능력 향상

한국언론학회 미디어교육연구회에서는 지금까지 세미나에서 자주 다뤄지지 않았으나 근본적인 질문인 “미디어 리터러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 전문가와 함께 의견을 나누어 보았다. 집담회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의사소통을 매개하는 도구로서의 미디어를 인간이 주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있도록 지식을 전달하는 전통적 개념에서의 교육과 함께 자기 주도적 학습을 통해 미디어 이용 능력을 고양시킬 필요가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아직까지는 극복해야 할 여러 요인(예. 전문적인 미디어교육 강사 육성 등)이 존재하지만, 미디어 이용자가 주가 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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