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27. 17:16ㆍ포럼
즐겁고 건강한 노년 생활 위한 디지털 에이징
노년층의 ICT 사용과 건강
‘디지털 에이징(digital ageing)’은 노년층이 정보통신기술을 잘 활용해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혹은 정보통신기술을 잘 쓰며 나이가 드는 일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미 고령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고령화로 인한 여러 문제 해결을 위해 ‘디지털 에이징’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았다.
오주현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사회학박사)
고령층의 ICT 활용이 사회적 지지, 고독감, 자기 효능감,
삶의 만족도, 심리적 웰빙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나 온라인 커뮤니티가 고령층의 사회적 지지를 증가시키고
고독감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은 모든 사람의 관심사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관한 관심은 커진다. 노화로 인한 신체적 제약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건강 관련 정보를 더 찾게 되고, 노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노력한다. 이때 인터넷은 중요한 정보원이다. 인터넷을 통해 질병 관련 정보를 찾고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알아보고 예약을 한다. 나아가 디지털 기기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활용 또한 늘고 있다. 노인의 ICT 사용과 건강의 연관성에 관한 기존 연구를 살펴보며, 고령층의 건강한 ICT 활용 방향을 담아보려 한다.
일상생활의 ICT 활용과 주관적 건강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3세 이상 국민의 91.8%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연령별 인터넷 이용률을 살펴보면, 10대 이하부터 50대까지의 인터넷 이용률이 90%를 넘는 데 비해 60대는 89.1%, 70세 이상은 38.9%로 상당히 낮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보 격차의 현실은 코로나19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인터넷에서 ‘정보 검색’은 가장 기본적이며 핵심적인 기능이다. 그러나 정보 취약 계층에게 확진자 동선 알리미 앱,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약국과 잔여 수량을 알려주는 공적 마스크 앱, 배달 앱, 전자출입명부 QR 인증, 재난지원금 신청, 전자 예방접종증명, 키오스크 등 ICT를 활용한 대응책은 인터넷 이용에 어려움이 없는 젊은 층에게는 편리함을 제공했지만, 인터넷 이용이 어려운 고령층의 일상생활에는 수많은 걸림돌이 됐다. 특히 코로나19 초기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고령층의 위험도가 더 큰 상황에서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지 못하고,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고령층은 일상생활 유지를 위해 밖으로 나와야 했다. 이는 곧 정보 격차가 건강 및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상기한 것처럼 55세 이상 고령층은 정보 취약 계층으로 분류되는데, 고령층 집단 내에서도 정보 격차가 존재한다. 즉, 고령층 내에 정보 취약 계층과 정보통신기술을 제한 없이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고령층이 일상생활에서 ICT를 활용하는 것이 건강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고령층의 ICT(스마트폰, 태블릿, PC) 사용과 주관적 건강 상태의 관계를 살펴본 한 연구는 60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에서 어떤 활동을 얼마나 하는지, 그리고 그 활동을 하면서 ICT를 사용하는지가 주관적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여기서 ‘주관적 건강’이란 신체적,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 측면에 대한 복합적 인식으로 스스로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한 당사자의 개인적 견해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고혈압, 당뇨 등과 같은 만성 질환이 있을지라도 지속적인 약 복용만으로 관리 가능할 경우 자신의 건강 상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연구의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남성/여성, 싱글/부부, 평일/주말 등 집단 분류에 따라 영향력은 달랐지만, 가사 노동을 하면서 ICT를 사용할 경우, 미디어를 이용하면서 ICT를 사용할 경우, 운동하면서 ICT를 사용할 경우 주관적 건강 수준이 개선됨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온라인을 통해 식료품을 구매할 경우 발품을 팔아 장을 보러 다닐 필요가 없고, 무거운 짐을 드는 상황이 감소함으로써 신체적 무리를 느낄 기회 또한 줄어 주관적 건강 수준이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또한, 건강 관련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건강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행위, 운동하면서 음악을 듣거나 만보기 기능을 통해 매일의 걸음 수를 확인하는 행위 등이 일상생활에서 ICT를 활용하면서 주관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자차를 운전하지 않는 어르신이 택시 앱을 이용할 경우 체감하는 혜택은 더 클 수 있다. 그리고 거동이 불편할 경우 음성 인식 기반인 AI 스피커를 통한 조명 켜기/끄기 등의 기능은 신체적 제약 없이 독립적 행위를 도움으로써 이들의 주관적 건강 혹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노년층의 인터넷 사용 현황
한편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활용은 정신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2000년대 초에는 고령층의 ICT 활용이 사회적 지지, 고독감, 자기 효능감, 삶의 만족도, 심리적 웰빙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 특히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나 온라인 커뮤니티가 고령층의 사회적 지지를 증가시키고 고독감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결성과 이동성을 겸비한 스마트폰의 등장은 이미 알고 지내던 사람과의 연결성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AI 반려 로봇, AI 스피커 등이 고령층의 말벗이 되어 정서를 돌보고 생활, 인지 건강을 도와준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디지털 기기의 기술적 이용 능력 즉, 디지털 기술 능력의 향상이 인지적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에 참여하고 즐기는 개인 성향인 인지 욕구를 유지하거나 향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살펴본 바처럼 ICT는 고령층의 주관적 건강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60대 이상 고령층은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1년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인구의 인터넷 이용 특징으로 ‘소통을 위한 인터넷 활용과 동영상 서비스’가 꼽혔다. 특히, 인스턴트 메신저 이용률은 60대 97.0%, 70대 이상도 89.1%로 상당히 높았다. SNS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60대 44.6%, 70대 20.5%로 나타났으며, 주로 친교·교제를 위해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고령층의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 또한 60대 87.5%, 70대 68.7%로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외에도 특기할 만한 점은 50대 이상의 인터넷 쇼핑과 인터넷 뱅킹 이용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이용 행태는 최근 2년 동안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비대면 소통을 권장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상적인 상황에서 노년기에 권장하는 바는 ‘활동적인 참여’이다. 즉, 노년기를 중·장년처럼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긍정적인 생애 주기로 보며,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한 후에도 사람들을 만나고 부수적인 경제 활동을 하거나 취미 생활, 여행 등 사회 참여를 강조한다. 따라서 건강한 ICT 활용의 큰 방향은 활동적인 노화를 위한 수단이어야 할 것이다.
노년층의 건강한 ICT 활용 방향
첫째, 주관적 건강 상태를 향상시킬 수 있는 온라인 생활 기술(life skills) 습득이 필요하다. 고령층의 인터넷 이용 행태를 살펴보면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사용과 유튜브 시청 등으로 제한적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메신저는 소통을 돕고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메신저 사용을 통해 ‘디지털 기술로 좋은 세상’이 됐음을 체감하는 것처럼 고령층의 일상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일상적인 생활 기술을 익혀나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택시 앱, 기차표 예약 앱, 배달 앱을 사용하는 방법 등이다. 온라인 쇼핑과 인터넷 뱅킹 등은 처음 가입할 때 진입 장벽만 넘으면 시간적, 경제적으로 많은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상생활과 밀접한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편리함과 더불어 신체적 제약을 덜어줌으로써 주관적 건강 상태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둘째, 온라인 활동과 오프라인 활동의 연계이다. 고령층은 젊은 세대 못지않게 동영상 서비스를 많이 이용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50대와 60대는 유튜브를 통해 뉴스/시사 정보를 얻는 비율이 높았으며, 그다음으로 생활 정보(여행, 제품 리뷰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에서 자신의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가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유튜브를 통한 콘텐츠 소비에서 나아가 소셜미디어가 활동적인 오프라인 참여를 위한 자원이 될 수 있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쉽게는 취미 관련 콘텐츠를 보고 직접 해보는 등 자기 계발과 연결 지을 수 있다. 또 다른 예는 고령층의 팬덤 활동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장노년층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트로트 가수 팬덤 현상은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와 봉사 활동에 참여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기여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꼭 팬덤이 아니더라도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무료한 삶에 에너지를 준다. 또한 공통의 관심사를 매개로 한 온라인 만남은 타인과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사회적 관계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기술은 활동적 노화의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함에 있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균형이 필요하다. 즉,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디지털 기기의 사용은 장려되어야 마땅하나 지나친 이용은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1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고령층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다른 연령 집단보다는 낮지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으로 사회 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2020년도에 증가폭이 컸다. 지나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은 오히려 사회로부터의 고립을 가져올 수 있으며, 눈의 피로도를 높이고, 거북목이나 터널 증후군 등의 신체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 과의존은 더 이상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며, 고령층도 이를 인지하고 지나친 사용을 자제해야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질적’ 수준 향상돼야
인터넷은 젊은 세대뿐 아니라 고령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같은 고령층 내에서도 인터넷 서비스 사용 정도에 차이가 존재한다.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하는 혹은 제한적으로 이용하는 고령층은 ‘사용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를 주 이유로 꼽는다.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면 일상생활이 불편해질 뿐 아니라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배제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디지털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평균적인 기술적 이용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기술적 이용 능력 외에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비판적 이해 능력,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며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를 바탕으로 정보 생산, 기부/봉사, 정치 및 경제 참여 등을 할 수 있는 시민 사회 능력 또한 디지털 리터러시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덕목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네 가지 영역의 능력은 개인 정보 보호와 안전한 사용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 정보 격차 해소가 건강 불평등을 줄여 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2021). 2021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2021).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2021). 2021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주익현, 오주현(2021). 고령층의 ICT 사용과 주관적 건강 상태: 2019년 생활시간 조사를 중심으로. <한국노년학>, 41(5), 783-802.
∙한국언론진흥재단(2021).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
∙Oh, J. & Kang, J.-H. (2021). Converting a digital minority into a digital beneficiary: Digital skills to improve the need for cognition among Korean older adults. Information Development, 37(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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