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공부하는 ‘기후 위기 행동 필요성’

2022. 10. 18. 17:10수업 현장

 

 

 

뉴스로 공부하는 ‘기후 위기 행동 필요성’

기후 위기와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얼마 전 서울과 수도권에 내린 115년만의 기록적 폭우에 이어 역대급이라는 태풍 힌남노까지 찾아왔다.

기후변화, 기후 위기의 시대다.

이제는 학교에서도 본격적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정확히 알리고,

시민 행동의 필요성을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뉴스를 교재 삼아 기후 위기 수업을 진행하는 한 초등학교 수업 속으로 들어가 본다.

 

 

김주영(김제검산초 수석교사)

 

 

우리나라 교육과정에도 세계 시민 교육이 중요하게 기술되어 있지만,

정작 행동하는 우리 청소년의 모습은 교과서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현 교과서에 대한 아쉬움은 ‘직접 만들어 수업을 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한국언론진흥재단 포미(ForME) 사이트의 기후 위기 수업 시리즈물 개발로 이어졌다.

 

 

 


 

 

2016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지원하는 ‘미디어교육운영학교’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신문을 읽고 좋은 기사나 사진이 있으면 스크랩을 해 놓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내 눈에 쏙 들어온 뉴스가 하나 있었다. 존 케리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자신의 손녀를 안고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서명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에 “미래 세대 위해”라는 설명이 붙었는데, 그야말로 이 사진에 딱 꽂혔다. (링크:https://www.joongang.co.kr/article/19934250#home)

 

 

이 사진은 그 뒤로 교실 게시판 같은 자리에서 6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도 포토스탠딩 토론을 위한 이미지 카드로 활용한다. 아이들과 수업할 때는 이 사진이 어떤 장면인지 생각해 보라고 질문한다.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서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포함한 175개국이 공식 서명한 이 협약에서 탈퇴했다. 툰베리1)와 대결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뉴스를 보여주면서 학생들이 누구의 말에 더욱 공감하는지 의견도 함께 나눈다.

 

‘기후변화’ 외면하는 학교 교과서

2020년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기후변화’였다는 사실을 우리나라 언론은 제대로 다루었을까? 결과적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2) 등 기후 위기 대응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했고, 기후변화를 부정한 트럼프 후보는 패배했다. 당시 미 대선에서 기후변화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데는 10~20대가 주축이 된 기후 행동 시민 단체 ‘선라이즈 무브먼트’의 역할이 컸다는 평이다.3) 이에 비해 우리나라 10대, 20대는 기후 위기에 대하여 얼마나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우리나라 교육과정에도 세계 시민 교육이 중요하게 기술되어 있지만, 정작 행동하는 우리 청소년의 모습은 교과서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 교과서를 심층 분석한 <KBS> 뉴스4)에 따르면, 현재 교과서의 주요 문제점으로 통계 자료의 오류, 아주 오래된 자료 활용, 학생들이 심각성이나 시급성을 느끼기 어려운 내용, 북극해의 얼음 면적이 감소하면 자원 탐사와 항로 개설 및 관광객 증가로 이어진다는 ‘개발 위주’의 시각이 많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현 교과서에 대한 아쉬움은 ‘직접 만들어 수업을 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한국언론진흥재단 포미(ForME) 사이트의 수업지도안 튜터로서 기후 위기 수업 시리즈물 개발로 이어졌다.

 

 

[표1]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수업 시리즈

1. 뉴스로 만나는 어린이 바칼로레아 시리즈-우리는 멸종위기 청소년❶/ 우리는 멸종위기 청소년❷/ 어떤 것이 더 불편한 일일까?
2. 뉴스로 만나는 기후 위기 시리즈-기후변화가 가져올 식량 위기/ 기후 위기 시계
3. 뉴스로 만나는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 제안 시리즈- 스마트팜 확대하라!/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전환하라!/ 값싼 전기료, 기후 위기 시대에 최선인가요?/ 나랏빚도 전가하더니 이젠 기후 피해도 전가할 건가요?/ RE100에 대비해 주세요!

이 중 하나의 수업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21년 6월 4일 6학년 학생들과 ‘우리는 멸종위기 청소년’이라는 주제로 기후 위기 수업을 했다. TV 화면에 신문 속 사진 한 장을 띄우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은 왜 누워 있을까요?”

 

“뭔가 알리는 것 같아요.”, “사람이 누워 있는 것은 죽음을 표현했어요.”, “지구가 망해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선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물론 “피곤해서 누워 있어요”처럼 장난스럽게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수업이 진행될수록 아이들은 뭔가 불길함을 감지하는 듯 보였다. 사람 키보다 훨씬 큰 지구 모양 아래에 죽은 듯 누워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국제 기후 파업 주간’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로, 이들은 기후 위기가 가까워지면 생존의 위협도 함께 다가온다는 내용을 전하기 위해 누워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환경 단체 그린피스가 연구 기관에 의뢰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도하는 <KBS> 뉴스5)를 함께 시청했다. 10년 뒤 태풍이 오면 인천공항과 국회도 침수된다는 내용이었다. 전라북도 해안가가 많이 잠기는 침수 예상 지도를 본 아이들은 충격을 받았다. “선생님 어떡해요?”, “야! 짐을 싸서 탈출해야지.”, “어쩌냐….” 아이들은 웅성웅성하기 시작했다.

 

 

기후 위기의 진실 앞에 진지해진 아이들

“어떡하냐고? 얘들아, 우리 미래 세대가 관심을 기울여야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 뒤 곧바로 다른 나라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해 청소년들이 어떻게 목소리를 내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함께 <EBS> 뉴스6)를 시청했다. 뉴스 시청에 앞서 아래 두 문장을 보여주며 ( )에 들어갈 알맞은 말을 생각하며 뉴스를 보라고 안내했다.


  • 이번 집회는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이며, 학생의 본분은 ‘우선 ( 공부 )’라는 입장을 밝힌 영국의 메이 총리. 이에 대한 그레타 툰베리의 응답은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좋아요’를 받았습니다.

 

  • “영국의 총리는 학생들의 시위가 ‘배움의 시간을 ( 낭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정치 지도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 30년 ) ( 낭비 )’했다. 그게 좀 더 문제인 것 같은데….”

 

뉴스 화면에 툰베리의 사진이 나오자 한 학생이 “트럼프랑 맞짱 뜬 사람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초강대국 미국 대통령과 다투었던 고등학생이라는 말에 아이들은 더욱 뉴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정치 지도자들이 기후 위기에 큰 관심 없이 30년을 낭비했다는 말에 아이들도 ‘좋아요’를 표현하며, 기후 위기에 실천적인 행동이 매우 부족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인 자신들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공감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4․19혁명도 학생들이 주도했다는 사실 아시죠?”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사를 바꾼 사건의 중심에 학생들이 있었음을 강조하면서 정치인이 낭비한 시간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우선 “9월 21일 기후 위기 비상 행동”이라는 제목의 <한국일보> 기사7)를 읽고 모둠별로 답변을 찾아보게 이끌었다. “16살 환경운동가 툰베리의 말을 기사에서 찾아볼까요? 그리고 여러분이 툰베리라 생각하고 연설해 볼 사람?”

 

교실에서는 제법 큰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연설문이 울려 퍼졌다. “어째서 화석 연료가 해롭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사용하는 거죠? 우리 자신과 우리의 자손을 구하기 위해 현재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우리는 현재 인류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으며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더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허비할 시간이 없어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행동에 나서야만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우가 연설문을 읽자 장난기 많던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차분해진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전 세계가 오늘과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기까지 2019년부터 몇 년 남았는지 신문에서 찾아보고, 그해에 자신의 나이가 몇 살일지도 계산해 보라고 했다. 겨우 12년밖에 안 남았고 겨우 25살이 되는 해에 지구 온도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상승한다는 말에 아이들은 더욱 조용해졌다. 평소와 다른 숙연함을 누구라도 깨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 눈치 없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니까…. 시한부 인생.

 

 

깨달음의 실천과 확산

입시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고등학생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입시 지옥보다 더 두려운 것이 기후변화이며 자신은 ‘멸종위기 청소년’이라는 오연재 학생의 기사를 소개했다. 그리고 ‘청소년이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나요?’라는 주제로 신호등 토론을 진행했다. 나눠준 빨강, 노랑, 초록색 카드로 각자 찬반을 표현하는 토론이다. 지금이라도 행동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다수였지만, 정치인이 안 움직일 것 같다는 비관론과 결석 시위를 하루 쉬는 용도로 오용하는 몇몇 아이들 때문에 중립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신문 읽고 기후 위기에 대해 생각하기 활동 자료. <사진: 필자 제공>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에 직접 나갈 수는 없지만, 기후변화 대형 현수막을 뒤로 하고 발언대에 서 있다면 어른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생각해 글로 적은 뒤 발표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어른들이 공부, 공부만 강조하면 환경은 언제 챙기나요? 이제부터라도 (환경을) 챙겨요.” 마침 수업 끝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평소 학습에 별 관심이 없던 한 아이의 우렁찬 외침이 들리며 수업은 마무리 됐다. “고기를 줄이겠습니다!”

 

이 수업은 그 뒤 교내는 물론 전북 지역 교사들을 초대하여 공개했다. 2학기에는 ‘뉴스로 만나는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 제안-값싼 전기료, 기후 위기 시대에 최선인가요?’8)라는 주제로 역시 교내 및 전북 지역에서 수업 공개를 했다. 전기료와 원전의 관계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며 미디어 리터러시에 좀 더 중점을 둔 수업이었다. 선생님들은 사회 참여형 수업으로서 기후 위기 주제가 마음에 와 닿고 그동안 왜 이런 주제를 다루지 못했는지 반성(?)하며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해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전북일보>에도 기후 위기와 관련한 학생들의 의견을 몇 차례 투고했다.

 

 

‘기후 위기 행동 주간’을 기대하며

수업 설계를 할 때 스스로에게 던진 중요한 질문은 ‘기후변화 방치는 미래 세대 기본권 침해라는 미래 세대의 헌법소원 주장은 타당한가?’였다. 만약 타당하다면 기후변화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해결책을 찾는 과정으로 수업을 디자인했다.

 

기후 위기 수업을 할 때 힘든 점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며 절망론에 휩싸인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초강대국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는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재생 에너지 비율 꼴찌 대한민국, 기후 악당 국가 대한민국, 1인당 탄소 배출 증가율 세계 1위 대한민국을 만나는 순간도 참 난감하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 빛나는 대한민국이 아닌가? 앞으로 잘할 수 있도록 우리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자는 말로 아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기후 위기 수업은 앞으로 3년 이상은 정말 집중해서 다뤄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독도 사랑 주간’, ‘통일 교육 주간’, ‘학교 폭력 예방 주간’을 비롯한 많은 주간이 있지만 ‘기후 위기 행동 주간’은 왜 없는지, 교육과정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후 관련 수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 당장 기후 위기 수업을 하는 교사가 많아지길 소망해본다.

 

 

기사링크: https://www.jjan.kr/article/20211116744222

 

나랏빚도 전가하더니 이젠 기후 피해도 전가할 건가

△주제 다가서기 [KBS 다큐인사이트]에서 기후변화 특별기획 4부작으로 《붉은 지구》를 얼마 전에 방영하였다. 유튜브에서 초고화질(4K)로 무료로 다시 볼 수 있고 현재까지 수십만 명이 보았다.

www.jjan.kr

기후 위기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전북일보>에 기후 위기에 대한 정부의 행동 부족을 지적하는 글을 투고했다. <사진: 필자 제공>

 

 

 

 

 

 

 

 


1)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역사상 최연소 ‘올해의 인물’(2019년)에 뽑힌 청소년 환경운동가.

2) 당시 바이든 후보의 ‘1호 공약’은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였다.

3) 윤태석. “미래 세대의 경고 ‘한국 대선 후보들, 기후 위기 진지하게 공부하라’”. <한국일보> 2022.2.10. 14면.

4) 신방실. “‘기후 위기’ 시대 우리 교과서는?…자문단 심층 분석”. ‘KBS 9시 뉴스’ 2021.3.2.

5) 이정훈. “10년 뒤 태풍 오면 인천공항·국회의사당도 물에 잠긴다”. ‘KBS 9시 뉴스’ 2020.8.12. / 올가을 태풍 힌남노로 국내 최대의 철강 기업 포스코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물에 잠긴 것을 보면 2030년 인천공항과 국회의 침수가 사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6) 김이진. “학생 1만 5천 명이 동시에 결석을 한 이유”, ‘EBS 뉴스G’ 2019.2.25.

7)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9월 21일 기후 위기 비상 행동”, <한국일보> 2019.9.18. 29면.

8) https://www.forme.or.kr/ 2021.10.20.에 작성한 교수학습과정 안에 같은 제목으로 탑재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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