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5. 13:47ㆍ특집
특별 기획 : 유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디지털 전환 시대, 유아의 미디어 놀이 이해하기
written by. 동풀잎 (창원대 유아교육과 교수)
코로나19로 온라인 원격 학습이 활발해지고, 어린이들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더욱 늘어나면서
미디어의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과도한 미디어 노출이 어린이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미디어 효과에 대한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유아의 미디어 이용과 놀이를 이해해 볼 수 있는 자리를 준비했다.
우리는 디지털 텍스트, 영상, 음향 등을 통한 유아의 다문식성(multiliteracies)에 주목해야 한다. AI, 증강현실, 가상현실 등 나날이 발전하는 미디어를 활용한 놀이와 학습은 유아에게 시각적, 청각적, 문화적 언어를 이해하고 활용하며 학습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미디어는 유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 질문은 필자가 유아와 미디어를 연구하면서 최근 많은 사람에게 들었던 질문이다. 위의 질문 속에는 미디어에 대한 성인들의 우려와 미디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에 대한 혼란과 양가감정이 한데 뒤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아와 미디어의 역동적 관계
그렇다면 유아의 미디어 사용에 대한 두려움과 혼란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18세기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그동안 유아는 순수하고 선한 본성을 지닌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라디오, 텔레비전 등 전통적 미디어가 등장하고 네오마르크스주의 사조의 영향으로 미디어는 사회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로 받아들여지게 됐다(Tobin, 2000). 더욱이 20세기 행동주의 심리학의 영향으로 유아의 특정 행동(주로 부정적 행동)을 주로 미디어와 연결하여 살펴봄으로써 미디어가 유아에게 미치는 효과를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따라 순수하고 수동적인 유아와 강력하고 해로운 미디어라는 개념이 더욱 강화됐음을 알 수 있다(동풀잎, 2022a).
하지만 유아의 특정 행동에는 미디어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인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를 단순히 미디어와 연결 지어 설명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동풀잎, 2022a). 또한 최근 국내외 미디어 학자들은 사례 연구를 통해 유아가 나름의 방식으로 미디어의 메시지를 해석하고 받아들이거나 때론 거부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Buckingham, 2000; Davies et al., 2000; Tobin, 2000). 실제 미디어 효과에 대한 관점은 오늘날 빠르게 변화되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유아들이 구성하고 향유하는 그들만의 새로운 놀이문화와 생활양식, 독창적인 지식 구성 과정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연구는 미디어와의 관계 속에서 유아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적극적이고 창조적이며 능력 있는 사용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그 속에서 유아들만의 놀이와 문화, 학습 방식 등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Dong & Henward, 2021; Marsh, 2010). 이제 우리는 유아들이 어떤(What) 미디어를 사용하느냐가 아닌 어떻게(How) 미디어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유아와 미디어의 관계는 달라질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하며, 그 속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그들의 역동적이고 융합적인 놀이와 학습, 또래 관계, 놀이문화 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동풀잎, 2022b). 이에 본 글에서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유아와 미디어의 역동적이고 유동적인 관계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유아 놀이와 학습 방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디지털-아날로그를 넘나드는 융합 놀이
무엇보다 오늘날 유아의 놀이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계가 구분되어 형성되는 것이 아닌 연속적으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융합적 놀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J. 마쉬(2010) 외 많은 미디어 학자들이 주장하듯 미디어를 둘러싼 유아의 놀이는 디지털 공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디어에서 얻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유아의 오프라인 놀이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또래 관계를 연결하는 그들만의 사회적 공간이 될 수 있다. 동풀잎 외(2021)는 만 3세 한국 남아의 자동차 놀이를 통해 유아의 융합적 미디어 놀이의 특징을 분석했다. 2020년 코로나19가 심했을 당시, 만 3세 남아는 집에서 유튜브 자동차 동영상을 즐겨보다가 자연스럽게 아날로그 자동차 장난감으로 놀이를 했다. 이어서 즐겨 보던 유튜브 동영상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몸이 자동차가 된 양 자동차의 움직임과 역할을 다양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동차 놀이는 유튜브 콘텐츠의 단순 재현이 아닌, 자신의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융합적 자동차 놀이로 재생산한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유아의 미디어 놀이는 그들의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 디지털 텍스트(영상 콘텐츠, 유튜브 음악)와 아날로그 텍스트(자동차 장난감, 스마트폰, 신체 움직임 등)가 복잡하게 얽혀 표현된 것이며 유아는 그들만의 유동적이며 복합적인 제3의 놀이 공간을 창조하여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디어 놀이 통한 다감각적 언어와 학습
미디어와 함께하는 유아의 놀이 속에는 다감각적인 언어와 학습이 있다. 유아는 미디어를 통해 글자를 읽고 쓰는 문해 학습을 넘어 다감각적인 미디어의 다양한 텍스트를 읽고 해석을 시도한다. 이는 디지털 리터러시와도 관련된다. 즉 미디어 속 다양한 메시지를 읽고 해석을 시도하며 자신만의 다감각적 텍스트의 창작을 통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한다. 실제 미디어 사용에 익숙한 많은 유아들이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자연스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어려운 질문이나 새로운 내용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없으며, 궁금한 내용을 발견하면 언제든지 키워드를 검색하기도 한다(유튜브 키즈 플랫폼은 유아가 말로 이야기하면 키워드를 검색해 줌). 또한 몇몇 유아는 이러한 정보 속에서 자신이 반복해서 보고 싶은 내용은 반복 시청하기도 하고,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관련 정보를 찾아보며 예전보다 쉽고 다양하게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또한 수많은 영상들 속에서 마음에 드는 영상을 찾기도 하고 몇몇 영상은 몇 초만에 꺼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은 미디어로 의해 유아의 주의집중 시간이 짧아졌다기보단 수많은 정보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유아가 자기 나름의 기준으로 영상 속 정보와 내용을 판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종이 제조술과 인쇄술은 책을 만들었고 이는 말의 시대에서 문자의 시대로 전환을 이끌었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며 이제 전자책의 음악, 영상, 증강현실 효과 등이 현실화되어 복잡하고 다감각적인 유아의 놀이 학습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디지털 텍스트, 영상, 음향 등을 통한 유아의 다문식성(multiliteracies)에 주목해야 한다. AI, 증강현실, 가상현실 등 나날이 발전하는 미디어를 활용한 놀이와 학습은 유아에게 기존의 문자, 언어뿐 아니라 시각적, 청각적, 문화적 언어를 이해하고 활용하며 학습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Dong & Henward, 2021).
미디어 놀이 통한 적극적 사회 참여
마지막으로 미디어가 유아들의 삶에서 필수적인 부분이 됨에 따라 유아의 미디어 놀이를 통한 사회경제적 변화도 살펴봐야 한다. 이전 아날로그 시대 방송국에서 제공하고 소비하던 문화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대의 유아는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직접 선택하고, 조회 수, 좋아요 등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고 있다. 더욱이 몇몇 유아는 좋아하는 내용을 직접 콘텐츠로 만들며 즐길 정도로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P. 던컴(2011)과 M. 이토(2008)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유아의 ‘소비’를 또 하나의 ‘참여’이자 ‘생산’의 개념으로 인정하며 유아들의 적극적 참여 문화로 바라보았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뽀로로’, ‘핑크퐁’ 같은 유튜브를 둘러싼 유아들의 팬덤 문화가 대표적인 예이다(Dong, 2019). 유아들의 팬덤 문화는 그들이 좋아하는 디지털 콘텐츠를 적극 소비함으로써 이와 관련된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아용 장난감, 공연, 책, 문구, 옷 등을 생산하도록 이끈다. 즉, 유아의 미디어를 둘러싼 놀이는 디지털 콘텐츠, 장난감, 문구, 의류 등 다양한 시장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핵심적인 힘으로 그 속에서 유아는 적극적인 학습자이자 사회참여자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디어 놀이를 통한 유아의 다양한 목소리와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힘에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시대로 인하여 디지털, 뉴미디어가 강조되고, 코로나19 이후 미디어에 대한 관점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함께 유아 미디어 놀이는 기존의 아날로그-디지털, 생산-소비의 관계를 모호하게 만들었으며, 기존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능동적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 유아의 사회경제적 역할과 참여를 두드러지게 했다. 따라서 우리는 미디어를 통한 유아의 다양한 놀이, 학습, 문화 등에 대해 보다 열린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는 미디어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 두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우리의 삶에서 미디어의 기능과 역할, 의미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동풀잎 (2022a). “미디어는 정말 유아에게 해로운 것인가?: 한국사회의 유아 미디어 담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유아교육연구》, 42(5), 29-51. http://dx.doi.org/10.18023/kjece.2022.42.5.002. 동풀잎, (2022b). “포스트휴먼 시대의 새로운 유아들의 놀이와 학습에 대한 탐구: 디지털 놀이”. 《유아교육연구》, 42(6), 357-383. http://dx.doi.org/10.18023/kjece.2022.42.6.015 Buckingham, D. (2000). After the death of childhood: Growing up in the age of electronic media. Polity Press. Davies, H., Buckingham, D., & Kelley, P. (2000). In the worst possible taste: children, television and cultural value. European Journal of Cultural Studies, 3(1), 5-25. https://doi.org/10.1177/ a010860 Dong, P. I. (2019). Inviting young Korean children’s YouTube culture into early childhood classrooms: Exploring children’s multiliteracies and Carrie and Toys youtube videos. International Journal of Early Childhood Education, 25(1), 91-112. https://doi.org/10.18023/ijece.2019.25.1.005 Dong, P. I., & Henward, A. S. (2021). Examining Korean preschoolers’ learning with YouTube videos: A multimodal and multiliteracy approach. International Journal of Early Childhood Education, 27(1), 93-114. https://doi.org/10.18023/ijece.2021.27.1.005 Duncum, P. (2011). Youth on YouTube: Prosumers in a peer-to-peer participatory culture.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Arts Education, 9(2), 24-39. Ito, M. (2008). Education vs. Entertainment: A cultural history of children’s software. In K. Salen (Ed.), The ecology of games: Connecting youth, games, and learning (pp. 89-116). MIT Press. Marsh, J. (2010). Young children’s play in online virtual worlds. Journal of Early Childhood Research, 8(1), 23-39. https://doi.org/10.1177/1476718X09345406 Tobin, J. (2000). Good guys don’t’ wear hats: Children’s talk about the media. Teachers College Press.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
'특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선 많이 적극적으로 다양하게 써 보자” - 챗GPT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 (0) | 2023.06.26 |
---|---|
전문 인력 양성에 집중, AI 리터러시 교육은 미흡 (0) | 2023.06.13 |
부모가 먼저 미디어 이용 모범을 보여주세요 (1) | 2023.03.30 |
우리 아이 디지털 첫걸음, 막지 말고 손잡아줘야 (0) | 2023.03.29 |
‘20년간 4만 건’, 어린이 콘텐츠 품질 평가에 진심 (2) | 2023.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