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22. 09:30ㆍ웹진<미디어리터러시>
코로나19 이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방향
written by.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팀
대담. 김아미 (서울대 빅데이터혁신융합대학 연구교수)
강용철 (경희여중 교사)
김광희 (진말초 교사)
‘코로나 학번’ 세대를 채용한 영국의 대기업이 이들을 대상으로 입사 후 재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여파로 격리된 채 대학 생활을 보낸 탓에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등 회사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과연 학교 선생님들은 코로나 이후의 교육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계간 <미디어리터러시>는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 연구자와 학교 현장에서
미디어교육을 실천 중인 교사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코로나 이후 미디어교육의 목표는 일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인
미디어 리터러시를 균형 있게 키우도록 지원하는 데 두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의 일부인 미디어의 특성을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서로 협력할 수 있는지 성찰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는 코로나 전과 비교해 학생들의 미디어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지고, 문해력, 의사소통 능력 등이 저하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이것이 꼭 코로나 이후의 문제라기보다는 시대의 흐름이거나 별 차이가 없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의 달라진 교육 환경에 대해서는 큰 공감대가 형성됐다. 메타버스, 챗GPT 등 최신 기술의 발전으로 달라지고 있는 미디어교육 환경에서 선생님들은 어떤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까? 현장 교사들이 던진 생생한 질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전문가가 직접 답을 들려주었다.
어휘력·독해력·기초 생활 습관 저하
Q. 코로나 이후로 달라진 학생들의 모습이 있는가?
▶강용철 교사: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로나를 겪으며 △학습 △정서와 사회성 △신체 △자기조절의 관점에서 달라진 모습을 경험한다.
첫째, 대부분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던 2021년, 2022년의 학습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이 은근히 많다. 적기 학습, 즉 그 시기에 해야 할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작은 학습 결손이나 학습 격차가 생긴 사례를 목격했다. 온라인 강의를 통해 속도 조절을 하거나 반복 공부를 한 친구도 있지만, 화면을 구경만 한 친구들도 있다. 특히 온라인 환경에 과도하게 노출되면서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대한 의존이 심해졌고, 독서량이 저하되어 어휘력과 독해력에 어려움을 느끼는 친구들이 증가한 듯하다.
둘째, 학교에 와서 감정을 조절하고 교우들과 관계를 맺는 사회성 훈련이 중요한데, 가정에만 있어서 그런지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학생이 보인다. 친구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 현명하게 이겨내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도 있다.
셋째,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비만이 생기거나 운동 부족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학생들도 꽤 보였다.
넷째, 무엇보다 호모 아딕투스(중독된 인간)라고 부를 정도로 미디어에 과의존, 중독된 학생들이 생겼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들고 살고 콘텐츠를 즐기는 학생이 많아졌는데, 코로나 시기 장시간의 기기 사용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킨 요인이다. 특히 게임 중독, 유튜브 중독 등 미디어 기기와 콘텐츠의 과의존 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듯하다.
▶김광희 교사: 먼저 학생들의 기본 생활 습관 능력이 많이 떨어졌다. 코로나 시기에 등교 수업 없이 원격 수업으로 진행됐고, 등교를 하더라도 특별실과 전담실 같은 이동 수업이 제한되어 쉬는 시간에도 대부분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학교 규칙을 배우고 이해하고 그 규칙을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었다. 코로나 이후 정상적인 등교 수업이 이루어지자 미흡한 기본 생활 습관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예를 들어 수업 시작종이 울리면 교실로 들어가거나, 책상에 교과서를 펴고 다음 시간을 준비하는 등 기본적 학교생활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학년을 불문하고 그렇다. 어떤 학년이든지 처음부터 기초 규범을 일일이 상기시키고 알려주어야 한다.
둘째,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를 들 수 있다. 코로나19가 끝났지만 어린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다. 심지어 식당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식사를 하는 어린이를 더러 발견할 수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방역이 생활화되어 코로나, 독감 등의 전염병 예방을 위해 착용하거나, 마스크를 쓰고 의사소통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현재 2030들이 대면 소통이나 전화 통화보다 메시지 중심 소통에 더 친숙함을 느끼는 것처럼, 지금의 어린이들 역시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는 소통 방식에 더 익숙함을 느끼는 것 같다.
셋째, 코로나 이전에 비해 모둠 활동이나 체험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즐거워한다. 등교 수업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한동안은 책상에 가림막을 세워두고 모둠 활동을 지양하며 체험 활동도 나가지 못했기 때문인지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반면 모둠 활동이나 쉬는 시간에 발생하는 친구 사이 갈등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소한 갈등도 일일이 교사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한편으로는 주변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학생도 더러 있다. 일부 학생에게는 코로나 시기의 거리두기가 현재 학교 안에서도 이어지는 듯하다. 즉 교실의 가림막이 소통의 단절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학생에 따라 자기만의 공간 확보 경험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초반에는 가림막이 불편했지만 일부 학생의 경우 성인들의 (직장 내) 파티션처럼 가림막을 꾸미기도 하더라. 이를 통해서 교실에서 자기 공간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고 쉬는 시간에 혼자 지내도 크게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다.
Q. 코로나 이후의 교육에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궁금하다.
▶강용철 교사: 3년 가까이 입을 열지 않고 조용히 있던 학생들이 많아서 대면 수업 시 의사소통을 어색해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참여와 소통을 강조하면서 이런 부분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다만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어휘력과 독해력에서는 코로나 이전보다 좋지 않다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4, 5학년 때 배운 국어 개념이나 어휘가 약한 학생들이 늘어난 듯하다.
온오프 균형 찾기 도와주자
Q. 코로나 이후 온라인 교육의 활용도가 높아졌고, 학생들의 온라인 교육에 대한 적응도도 높아졌다. 오프라인 교육으로 다시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이후의 미디어교육은 달라져야 하는가? 온·오프라인 교육의 비중, 효과적인 교육 구성 등 어떻게 교육 방향을 설정해야 할까?
▶김아미 교수: 코로나 이후 미디어교육의 목표는 일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인 미디어 리터러시를 균형 있게 키우도록 지원하는 데 두어야 한다. 한동안 미디어교육은 정보 분별 교육이나 미디어 활용 교육에 치우친 경향이 있었다. 정보 분별 능력과 활용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의 일부인 미디어의 특성을 이해하고,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소통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서로 협력할 수 있는지 성찰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오프라인 교육이 다시 회복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코로나19 확산기 동안 교육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온라인 교육이 빠르게 자리 잡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 각각의 장단점을 현장감 있게 더 잘 알게 됐다. 이때의 경험을 반추하여 온라인 교육에 맞는 교육 목표와 내용은 무엇인지, 오프라인에 더 적합한 교육 경험은 무엇인지를 토대로 온오프 혼합 학습을 계획해 보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온라인 교육을 의도적으로라도 혼합하여 진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알고리즘 수업을 기획한다면 각자가 이용하는 유튜브 계정으로 검색하거나, 유튜브 이용 과정을 조사하고 기록하는 내용은 온라인으로, 이후 조사 결과를 가지고 함께 논의하여 경향성을 찾아보는 교육은 오프라인으로 나누어 구성할 수 있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에 맞는 학습 목표는 무엇이고 교육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체계화하는 공동의 노력을 통해, 단순히 오프라인 교육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기는 방식이 아닌 온오프가 적절히 혼합된 교육을 꾸려갈 수 있다. 동시에 학생 간, 학교 간, 지역 간 정보 격차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가장 포용적인 온라인 교육의 모습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면 좋겠다.
Q. 코로나 시기에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이 많이 등장했다. 현재는 챗GPT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아이들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데, 교육에서도 이를 반영해서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새로운 기술이 출현할 때마다 어떻게 교육에 접목해 가르쳐야 하는지, 어떠한 부분에 중점을 두고 교육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또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을 때 좋은 반응을 얻었던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다.
▶김아미 교수: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상용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기에 메타버스가 화두였다면 지금은 챗GPT가 그 자리를 차지한 느낌이다. 미디어교육을 하시는 선생님들은 다른 분야의 교육자보다 신기술의 등장과 도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새로운 동향을 쫓아가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새롭게 등장한 기술이 사람과 정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를 매개하는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미디어교육자는 새로운 기술과 교육을 조금 더 넓은 맥락에서 접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술의 강점을 보고 교육에 바로 도입한다기보다 새로운 기술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다시 말해 디지털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안전한 환경에서 체험해 볼 수 있게 돕는 방식으로 교육에 도입한다. 새로운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어떤 사람의 이익을 대변하고 어떤 사람이 이 기술로 인해 소외될 수밖에 없는지를 고려하며, 내가 그리는 교육의 모습에 이 기술이 적합한지를 평가하여 교육에 도입하는 사람이다. 새로운 기술을 교육에 활용할 때에도 해당 기술의 특성과 구조, 한계 등을 학생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먼저 안내하고, 교육에 활용할지 여부를 주도적으로 판단,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직간접적으로 학생의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용철 교사: 13세 미만에게는 챗GPT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중고등학생에게도 마치 시청 지도하듯이 보호자나 어른의 안내와 협조를 통해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검증 없이 바로 학생들에게 투입하는 것은, 테스트 없이 새 차에 태우거나 새로운 장소의 안정성을 검증하지 않고 여행하도록 하는 일과 같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대부분은 새로운 기술 그 자체의 신기함과 새로움에 매료되지만, 수업 안으로 들어올 때는 교육과정에 대한 분석, 학습 목표의 최적화 방안, 학습자의 상황을 고려해서 사용해야 한다. 수업 디자인이 잘 되면 고급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도 수업에 생동감 있는 호흡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어 시간에 요약하기를 통해서 학생들은 선택, 삭제, 재구성이라는 방법을 터득한 뒤에 미디어 뉴스를 하나 골라서 요약해 본다. 즉 요약이라는 실제적 경험을 해 본다. 그런 후에 미디어 뉴스의 ‘자동 요약 버튼’을 눌러서 프로그램이 요약한 내용과 자신이 요약한 내용을 비교하도록 한다. 학생들은 프로그램이 어떤 방법과 기준으로 요약했는지 친구들과 토의해 보며 요약의 참맛을 배워가게 된다. 비교적 간단한 언어 로직 기술을 이용해 이렇게 실제적이고 생동감 있는 수업을 할 수 있다.
국어 시간에 간단한 노랫말을 만든 뒤 ‘크롬 뮤직랩’으로 음을 만들어 불러 볼 수도 있고, 역사적 배경이 있는 문학작품을 배우고 빅카인즈의 고신문 아카이브를 통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건을 볼 수도 있다. 요점은 기술을 목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수업의 목표, 배움의 지향점을 바탕으로 수업을 설계할 때 다양한 신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김광희 교사: 아직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서 가르쳐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챗GTP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기술에 대한 양극단적인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학교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예상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예전의 에듀테크(스마트교육, ICT)처럼 한때의 유행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물론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사회와 교육에 큰 변화를 끼치리라는 부분에서는 거의 이견이 없다. 따라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무조건 거부하기보다 교사가 이러한 기술을 직접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이러한 기술이 교육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일종의 신화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인공지능을 개발한 기술자들은 교육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으며, 인공지능 교육 효과를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교사 스스로의 실천 속에서 이러한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가늠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미디어 조절, 강압보다는 스스로 하도록
Q. 미디어 조절 방법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그리고 아이들은 유튜브의 장단점에 대해 이해하면서도,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마음이 크다.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이끌 수 있는 실천을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김아미 교수: 미디어 조절 능력은 단기간에 쉽게 터득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미디어는 구조적으로 이용자가 최대한 오랜 시간 미디어 안에 머물도록, 그리고 강하게 몰입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습관적으로 미디어 조절법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있으면 좋겠다. 온라인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와 오프라인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습관을 형성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 균형 잡기(예를 들어, 나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온라인 미디어는 무엇이고 오프라인 자원은 무엇인지 알고 적절히 섞어 사용하며 균형 잡기)를 습관화하면 미디어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미디어를 너무 많이 이용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 미디어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공부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유튜브가 가진 장단점을 이해하고 있음에도 재미 때문에 유튜브를 많이 이용한다면, 아이의 입장에서는 유튜브의 단점이 크게 다가올 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때 유튜브에서 체험한 재미를 다른 미디어나 자원, 경험을 통해 얻게 된다면 보다 균형 잡힌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는, 아이가 이해하는 유튜브의 장단점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고, 장점은 강화하고 단점은 줄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는 교육도 가능하다. 어떤 경우이든 아무 생각 없이 미디어의 구조에 휩쓸려 시간을 흘려버리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벗어나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제공한다면, 아이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보다 주도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얻게 될 것이다.
▶강용철 교사: 기성세대인 선생님, 부모님이 유튜브를 그만 보라고 해도 학생 스스로 조절하기 쉽지 않다. 톱다운 방식보다는 스스로 미디어 사용 상황을 성찰하는 활동이 효과적이다. 유튜브 시청 시간을 통해 얼마나 콘텐츠를 즐기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때로는 시청 중단 시간 알림, 취침 시간 알림과 같은 신호를 켜는 등 통제적인 방법도 찾아야 한다. 미디어를 즐기다 보면 시간이 쉽게 흘러간다는 스스로의 인식과 확인을 통해 ‘나는 미디어를 적절하게 즐기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품어야 한다. 또래 집단과의 대화도 효과적이다. 친구들은 얼마나 유튜브를 보는지, 무엇을 보는지, 어떤 채널을 보는지, 그 채널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토의하다 보면 유튜브를 보는 냉철한 눈이 조금씩 생긴다. 이런 인식과 생각을 바탕으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광희 교사: 아이들이 유튜브를 보면서 ‘재미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적잖은 선행 연구에서 아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거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자신의 평판을 관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대부분의 초등학생에게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스마트 기기가 생각나거나, 일상생활에 장애를 느끼는 등의 금단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아이들 대부분이 유튜브보다 가족이나 친구를 더 선호한다. 교실에서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미디어 과사용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아이들이 미디어에 대해 어떠한 절제력이나 주체성이 없다고 보기보다는 (자제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과의존이 계속된다면 미디어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미디어 이용 환경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교우 관계의 불만족,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여타 놀이 방법의 부족 등 근본적 이유가 존재할 수 있고 이를 해소하는 나름의 전략으로 미디어 과이용을 선택했을 수 있다. 따라서 아이의 근본적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디지털 공간 제공해야
Q. 코로나 시기에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모둠 활동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 간헐적 활동마저도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나누는 것에 그쳤다. 모둠 활동은 또래 간 상호작용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교육적 활동인데, 이를 많이 경험하지 못해 논리적으로 말하기,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갈등을 대화로 풀기 등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짐을 느낀다.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 방법은 무엇인가?
▶김아미 교수: 코로나 시대를 거친 아이들이 대면 의사소통의 기회를 많이 갖지 못했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 및 소통 역량이 줄었다는 이야기를 여러 선생님과 부모님으로부터 들었다. 이에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의 부족한 의사소통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안다. 모둠 활동이나 의사소통 역량 향상 교육에 관해서는 현장의 선생님들이 훨씬 전문성을 지니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어린이·청소년의 온라인 소통 상황을 관찰한 연구자의 입장에서 말씀드리겠다.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세 가지 교육적 지원이 필요하다.
먼저,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모두 나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표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소통 환경, 특히 온라인 소통 환경은 빠르게 반응하기를 원한다.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나의 생각은 어떠한가, 나의 생각을 누구에게 어떻게 표현할까, 그때 어떤 미디어 표현 양식이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까, 다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게 할 것인가(예. 댓글 창을 닫을까, 혹은 아는 사람만 댓글을 남길 수 있게 할까)를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교육 경험이 아이들에게 주어지면 좋겠다.
두 번째, 안전한 시행착오의 공간을 준다. 어린이·청소년기에는 자신을 표현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살펴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보는 등 안전한 공간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경험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표현을 볼 때에도 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이나 표현을 고쳐 나가는 과정을 용인하는 태도를 지닐 필요가 있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의 비가역성과 기록이라는 특성은 한 번 남긴 글이나 말을 되돌리기 어렵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말에 ‘좋아요’나 ‘싫어요’로 반응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의 입장이 어떠하여 이런 말을 했는지(표현하는 사람이 처한 맥락 이해)를 생각해 보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훨씬 깊이 있는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소통 능력을 위한 가장 기본적 태도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공감하고자 노력하며,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의견을 구체화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생각한다. 이는 비단 코로나 시기를 거친 학생뿐 아니라 현재 의사소통 환경 안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이다.
▶김광희 교사: 효과적인 의사소통 교육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해 주고 자신의 말과 행동, 상대방의 반응, 의사소통 맥락 등에 대해서 성찰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의사소통은 상당히 복잡하고 미묘해서 단순히 나의 말뿐 아니라 상대방의 반응(말, 표정, 몸짓)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동시에 의사소통의 맥락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자신의 말과 행동을 조정하여 표현하는 과정이기에 직접적인 소통 경험과 이에 대한 성찰이 필수다. 학교에서는 모둠 활동, 토론·토의 활동, 발표, 연극놀이 등의 활동에서 구현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은 이러한 활동 중에 발생하는 갈등 상황을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자신의 의사소통 역량을 점검하고 기를 수 있는 기회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활동과 관련해 미디어교육의 장점이 많다. 학생들은 자신만의 미디어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를 나누고 싶은 욕망을 적극 활용해 미디어 경험에 대해 이야기 나누거나, 혹은 미디어 작품을 함께 제작해 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고 밀도 높은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다.
▶강용철 교사: 중국 송나라 때 구양수가 말한 삼다, 즉 다독, 다작, 다상량이 가장 전형적이고 기본적인 방법이다. 일단 머릿속에 좋은 정보와 알찬 내용이 배경 지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풍부한 읽기, 천천히 읽기는 학생들의 머리를 탄탄하게 만들어 준다. 학생들 중에는 의사소통을 잘하는데 굳이 지식을 많이 배워야 하냐고 묻기도 하는데, 논리적 사고, 비판적 사고는 여러 가지 글을 정확히 읽고 제대로 읽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또한 다상량, 즉 많이 생각해야 하는데, 이때 좋은 방법이 바로 ‘질문 던지기’이다. 검색만 하면 정보가 나오는 시대라서 많은 학생이 편하게 공부하기를 좋아한다. 질문을 던지는 공부 자세는 학생의 생각 근육을 키워준다. 다작, 많이 쓰기는 학생들이 제일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활동이다. 쓰기는 말하기보다 훨씬 많은 공력이 들어가는 활동인데, 생각과 마음을 풀어본 연습을 한 친구들은 역시 소통 능력이 좋다.
이러한 이야기가 너무 원론적이라면 좀 더 기술적인 측면에서 말씀드리고 싶다. 의사소통 능력에서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기울 경(傾), 들을 청(聽)! 상대방에게 귀를 기울이고 제대로 들어야 한다. 좋은 소통을 위해서는 일단 상대방의 말을 확인하기, 공감하기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말을 할 때도 중언부언 길게 말하기보다는 좀 더 간결하고 명확하게 말하는 연습을 하면 좋다. 의견과 사실을 분리해서 말하기도 발표 능력, 이야기 능력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공부한 내용,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거울 앞에서 발표해 보거나 가족에게 설명하는 ‘선생님 놀이’도 좋은 방법이다.
미디어교육 , 학교와 가정 모두에서 실천해야
Q. 코로나 이후 미디어교육에서는 어떠한 역량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 특히 신경 쓰고 있는 역량이 있는가?
▶김광희 교사: 코로나 전의 미디어교육에서 해왔던 텍스트를 분석하고 이해하고 만드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더불어 새로운 미디어교육의 의제가 등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의 미디어 이용 시간이 증가하고, 오프라인과 온라인 삶의 경계가 옅어지는 상황에서 이들이 미디어 공간에서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공간 자체가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과의존·폭력성과 같은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어린 학생들이 그 공간에서 실질적으로 마주하는 위험에 대해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해 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교육 안에서 인공지능 교육을 다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이들이 인공지능과 어떤 경험을 맺는지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들에게 인공지능 미디어를 활용하고 비판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강용철 교사: 지식 정보 처리 역량과 비판적 사고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접하는 요즘, 중요한 정보, 신뢰할 만한 정보, 타당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자기 주도적으로 검색을 하고, 중요한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능력, 새롭게 얻게 된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검색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사색 역량이다.
Q8. 부모님들이 가정에서 미디어 생활을 관리하고 교육하면 바람직할 것 같다. 단기적이지 않으면서 간단하지만 꾸준하게 가정과 연계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법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김아미 교수: ‘간단하지만 꾸준하게’가 정말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다.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미디어교육은 가정과의 연계 속에서 훨씬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먼저 학교와 부모/보호자가 연계하여 교육할 수 있는 간단한 미디어교육 활동을 제시해 보겠다. 예를 들어, 가정 내 미디어 규칙 만들기(부모/보호자가 같이 만들어서 함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 달에 한 번 미디어에 대한 궁금증(왜 유튜브만 열면 시간이 빨리 지나갈까? 왜 온라인에서는 갈등이 많을까? 부모/보호자는 어렸을 때 어떤 미디어를 제일 좋아했나? 등)을 질문으로 만들어 보는 활동도 좋다. 그리고 이 같은 가정 내 활동 결과를 학교 미디어교육 시간에 수업 주제나 소재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같은 미디어교육 유관 기관과 부모/보호자가 연계하는 방법도 있다. 어린이·청소년의 미디어 이용과 관련해 어른들이 궁금해하거나 걱정하는 이슈가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그루밍, 개인 정보 유출, 허위조작정보 분별 이슈 등이다. 이런 이슈에 대해 가정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무엇에 유의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최신 정보를 미디어교육 유관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부모/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짧은 웨비나를 정기적으로 열고 그 내용을 아카이빙하여 제공하면, 가정에서 미디어에 대해 교육할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제안한 학교와 부모/보호자 연계 교육, 기관과 부모/보호자 연계 교육의 결과물을 지역 내에서 정기적으로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되면 좋겠다. 미디어교육은 일방적인 지식 전달의 교육이 아니라, 미디어와 관련된 경험을 성찰하고, 다른 사람과 미디어 경험을 함께 나누며 미디어 환경에서 등장하는 문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해 가는 것이 중심이 되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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