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14. 10:00ㆍ해외 미디어 교육
2023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
written by. 이혜선 (서강대 미디어융합연구소 연구원)
미국에서는 매년 10월 마지막 주에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을 맞아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학생과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이벤트가 열린다.
올해로 9회를 맞은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 현장의 모습을 소개한다.
NAMLE의 메간 프롬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지닌 사람은
미디어 메시지가 개인·지역 공동체·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나 메시지 해석 과정에
자신의 편견과 인지 과정이 미치는 영향 등을 이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10월 미국 전역에서는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U.S. Media Literacy Week)’을 기념하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은 2015년 1회를 시작으로 올해 9회째를 맞이했으며, 미디어교육 기관인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육협회(National Media Literacy Alliance, 이하 NAMLE)에서 주최하고 있다. NAMLE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모든 형태의 의사소통을 사용하여 접근, 분석, 평가, 창작 및 행동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NAMLE의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 행사는 접근(access), 분석(analyze), 평가(evaluate), 창작(create), 행동(act)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로 구분된다.
1일 차: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 이해하기
올해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 행사는 10월 23일부터 10월 27일까지 진행됐다. 10월 23일의 주제는 ‘접근’으로, 의사소통에 필요한 도구, 기술, 디지털 기량에의 접근을 의미하며, 미디어 리터러시의 확장 가능성과 필요성을 설명하는 세미나로 시작됐다. 해당 세미나는 펜실베이니아주립대(펜스테이트) 뉴스 리터러시 연구소(News Literacy Initiative)와 커뮤니케이션학과, NAMLE의 협력으로, 학생 세션과 교·강사 세션을 분리해서 교육 현장과 일상생활 속 미디어 리터러시의 역할을 각각 설명했다.
먼저 학생 세션에서는 NAMLE의 최고책임자인 미셸 큘라 립킨(Michelle Ciulla Lipkin)과 교육 담당 매니저 메간 프롬(Megan Fromm)이 ‘시끄러운 미디어 세계에서 시민의 목소리 찾기’라는 주제로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의 취지와 미디어 리터러시의 역할을 학생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메간 프롬은 이 자리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지닌 사람은 미디어 메시지가 개인·지역 공동체·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나 메시지 해석 과정에 자신의 편견과 인지 과정이 미치는 영향 등을 이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교·강사 세션에서는 ‘모든 사람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할 수 있다’를 주제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했다. 특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눈에 띄었다. 메간 프롬은 ‘믹스테이프 만들기’처럼 사진, 음악, 시 등을 활용하여 학생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공유했다. 이외에도 ‘미디어 리터러시, 생성형 인공지능, 저널리즘: 도전과 기회’ 세미나와 영화 상영회가 뉴욕과 테네시에서 각각 진행됐다.
‘믹스테이프’ 만들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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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 드바를로의 소설 《하우 투 킬 어 록스타(How to kill a rock star》 가운데 한 구절인 “당신이 무엇을 듣고 있는지 말해주세요. 그러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줄 것입니다(tell me what you listen to and I'll tell you who you are)”를 소개한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음악 애플리케이션을 열고, 자신을 대표하는 노래를 찾아본다. 선택 기준(의미 있는 경험, 정체성과 가치관의 중요한 측면, 과거와 현재의 세계관과 관련 있는 노래)을 고려하여 자신을 대표하는 노래 5곡을 선택한다. 5곡을 선택한 이유를 각각 작성한다. 자신이 선택한 5곡과 선택 이유를 모둠 내에서 공유한다. 모둠별로 다른 사람들의 가치관, 경험, 가치, 반응 측면에서 가장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노래 3곡을 선택한 뒤 발표한다. |
1) 2023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 ‘모든 사람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할 수 있다’ 세미나에서 NAMLE 교육 담당 매니저 메간 프롬이 소개한 내용을 번역했다.
2일 차: 미디어 리터러시 현황 살펴보기
10월 24일에는 ‘분석’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다. 허위정보와 오정보에 대응하는 생산적인 대화 방법, 정치적 메시지 해석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역할, 영화 <바비>로 보는 미디어의 페미니즘과 젠더 표현, 청소년을 위한 디지털 생태계 구축 방법 등 총 9개의 세미나를 온·오프라인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across generations)’2)에서는 NAMLE의 최고책임자 미셸 큘라 립킨, 미국은퇴자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s)의 디지털 포용 담당자 마이클 필립(Michael Phillips), IT 기업 트렌드 마이크로(Trend Micro)에서 이용자 안전·교육을 담당하는 린넷 오웬스(Lynette Owens)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노년층이 경험하는 문제와 구체적인 지원 방안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이클 필립은 스마트폰을 포함한 대부분의 디지털 기기가 이미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사람들에 의해 디자인되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특히 노년층은 변화의 속도로 인해 또 다른 도전과 마주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자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제품에 대한 개인 정보 보호 설정 방법을 알게 되더라도 곧바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제품이 등장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마이클 필립은 “갑자기 언어가 달라졌다”고 표현했다. 따라서 지역 사회의 조직, 커리큘럼, 자금을 동원하여 노년층의 특성을 고려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널리 알려야 하고, 산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노년층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 https://youtu.be/gRzRsmJCSoA?feature=shared
3일 차: 미디어 리터러시의 확장 가능성 논의하기
10월 25일에는 ‘평가’를 주제로 14개의 행사가 워싱턴, 뉴욕, 알래스카 지역 및 온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특히 온라인으로 진행된 ‘묻고, 인터뷰하고, 쓰기: 미디어 리터러시와 시민 교육 참여를 위한 저널리즘 전략’ 세미나3)는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과 시민으로서의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 기반 학습인 ‘저널리즘 학습’을 소개했다.
세미나에 참여한 미국 오리건주립대의 에드 메디슨(Ed Madison) 교수는 저널리즘 학습을 ‘영어 수업(한국의 국어 수업)에 저널리즘의 렌즈를 배치해보는 프로젝트’로 소개했다. 저널리즘 학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각자 소속된 공동체의 우려 사항이나 공동체와 관련된 주제를 선정하고, 해당 주제를 연구하여 기사를 작성하고 출판해보는 과정을 거친다. 특히 학생이 직접 기사 주제를 선정하고, 한 명 이상의 독자가 자신의 기사를 읽어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기사를 작성해보는 과정에서 다양한 학습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은퇴 이후 현재 오리건 지역 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저널리즘 교육 프로그램을 강의하고 있는 멜리사 원츠(Melissa Wantz)는 기존의 언어 수업, 즉 미국의 영어 수업과 저널리즘 학습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기존 커리큘럼에서는 마치 프롬프트에 응답하는 것처럼 주어진 질문에 교수자가 원하는 답변을 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저널리즘 학습에서는 학습자가 개인의 관심사나 자신에게 중요한 주제 혹은 문제를 선택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각자 선정한 주제 혹은 문제를 지역 사회 수준에서 충분히 조사한 다음 관련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해 기사를 작성한다. 멜리사 원츠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반영한 저널리즘 학습 프로젝트가 학생들의 일상생활,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삶에도 이어질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영화를 통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뉴스 리터러시, 뉴스를 통한 여론 형성 과정,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관한 윤리적·도덕적·법적 문제, 미디어 리터러시와 정신건강에 관한 세미나가 온·오프라인에서 함께 진행됐다.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을 위한 교육용 게임 (Escape The Echoes)과 교육 현장에 적용 가능한 오디오 스토리텔링(SoundScape)을 소개하는 워크숍도 만나볼 수 있었다.
4일~5일차: 팟캐스트와 뉴스 산업의 미래
4일 차였던 10월 26일의 주제는 ‘창작’이었다. 전날 열린 오디오 스토리텔링 워크숍에 이어, 이날도 소리를 활용한 오디오 스토리텔링 워크숍이 열렸다. 이날의 워크숍은 팟캐스트로 학생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는 방법을 소개했다. 해당 워크숍에 참여한 교사들은 미국 비영리 공영 라디오 방송국 KQED의 중고등학생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사업 ‘KQED 청년 미디어 챌린지’ 프로젝트에 관한 소개를 듣고, 직접 원고를 작성하고 녹음해보았다. 이외에도 ‘프로젝트 룩 샤프(Project Look Sharp)’에서 제공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자료를 수업에 적용하는 실시간 웨비나도 진행됐다.
마지막 날인 10월 27일의 주제는 ‘행동’이었는데, 미디어 리터러시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두 개의 세미나가 열렸다. 첫 번째 세미나 주제는 ‘인공지능, 저널리즘,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를 향한 수요 증가’로, 고등학생 대상으로 인공지능이 현재 우리 사회의 뉴스에 미치는 영향과 뉴스 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또한 뉴스 소비자이자 제작자로서 인공지능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탐색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NAMLE의 한 해 성과를 나누는 웨비나를 끝으로, 5일간 이어진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은 막을 내렸다.
‘한국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을 기대하며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관계자들이 교육 관련 자신들의 노력을 자신 있게 알리고,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다양한 영역의 참여자들과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자리였다. 또한 접근, 분석, 평가, 창조, 행동이라는 5개의 주제에 발맞춰, 각 주제에 어울리는 다채로운 이야기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했다. 만약 한국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을 개최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본다. 여러 기관과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처럼, 한국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해 노력한 많은 사람이 각자의 성과를 자신 있게 공유하고 고민을 논의하는 ‘한국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도 하루빨리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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