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체계적 교육 시스템에서 배우다

2024. 5. 1. 10:00해외 미디어 교육

2023년 미디어교육 해외연수 참여 후기 

written by. 신윤경 (서울봉은초 교사)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국내 교원의 미디어교육 전문성 향상을 위해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5박 6일간 싱가포르에서 미디어교육 교사 해외 연수를 진행했다.
공모를 통해 전국에서 선정된 7명의 초중고 교사가 참가한 이번 연수의 주요 내용과 참가 소감을 소개한다.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통해

현재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싱가포르 교육자들의 노력을 엿보면서,

학생들의 미래 사회 대비를 위한 핵심 역량 함양을 위해 더 연단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이번 연수는 미디어교육을 현장에서 진행하는 교사들에게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교직 경력 17년 동안 학생들에게 올바른 미디어교육을 위해 항상 고민해 왔던 많은 지점들이 이번 연수에 참여하며 해소되고, 단단히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학생들에게 의미있고, 실제적인 미디어교육을 위해 대한민국 교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지면으로나마 미디어교육 해외 연수 참여 소회와 함께 나눌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싱가포르 국립교육원과 미디어교육 사회적 기업 

 
싱가포르 국립교육원을 방문해 국립교육원 국제교류처장의 설명을 듣고 있는 연수 참가자들. <사진: 필자 제공>

 

  연수 첫날의 공식 일정은 싱가포르 국립교육원(National Institute of Education, NIE)에서 시작됐다. NIE는 교원의 전문성 개발을 위해 설립된 싱가포르 유일의 교원 양성 기관이다. NIE는 1950년 교사 훈련을 위한 기관으로 설립됐으며 1973년 교육원(Institute of Education)으로, 그리고 1991년 다시 NIE로 바뀌며 현재의 기관 형태를 갖추게 됐으며 교육부와 협력을 통해 교사 양성, 교육 멘토링, 교사 학습 공동체, 교사 연수 등을 진행한다. NIE를 방문하며 한 국가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교사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됐다. 전문성 함양과 체계적인 교사 교육은 한 나라를 이끌어 갈 학생들을 위해 참으로 중요하고 귀한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됐다. 또한, 미디어교육이 교과 교육과 연계하여 지식, 기능, 태도 교육과 함께 학생의 삶을 반영하고 변화할 수 있는 중요한 역량을 기르는 교육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

 

미디어교육 사회적 기업인 MTC(Make the Change)를 방문해 미쉘 림 CEO의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 필자 제공>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MTC(Make the Change)라는 싱가포르의 미디어교육 사회적 기업이었다. 이곳은 유엔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UN-SDGs)를 바탕으로 청소년 진로, 평생학습,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 중 DAFA(DIGITAL ARTS FOR ALL)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었다. 이는 학교로 직접 가서 디지털 웰빙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청소년들이 제작한 결과물을 매년 공모전을 개최하여 시상하는 프로젝트이다. 이들은 교육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배움을 추구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교사도 계속적으로 새로운 미디어교육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했다. MTC 방문을 통해 미디어교육을 향한 열정과 다채롭고 알찬 프로그램의 기획 및 운영의 실제 사례를 탐색할 수 있었다.

 

2023 APAC 트러스티드 미디어 서밋(TRUSTED MEDIA SUMMIT)

2023 APAC 트러스티드 미디어 서밋에서 수라비 말리크 구글 인도 뉴스랩 책임자가 오프닝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필자 제공>

 

  12월 2일~3일 구글 싱가포르 빌딩에서 열린 ‘2023 APAC 트러스티드 미디어 서밋(APAC TRUSTED MEDIA SUMMIT 2023)’에 참석했다. 이 서밋은 2018년부터 퍼스트드래프트(First Draft),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등 팩트체크 기관과 구글 뉴스이니셔티브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이다. 본 행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허위조작정보에 대응하는 언론인, 교육자, 연구원 등이 참여하는데, 팩트체크 워크숍 및 메인 콘퍼런스(해외 팩트체크 사례, 국가별·주제별 사례 발표 및 논의 등)로 구성됐다.

  서밋은 수라비 말리크 구글 인도 뉴스랩 책임자의 사회로 시작했다. 수라비 말리크는 뉴스랩에서 허위정보에 대응하고 뉴스룸과 저널리스트의 디지털 기술 향상 기회를 지원하기 위한 파트너십 및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그는 본 행사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디어 관련 지식을 공유하고, 미래를 대비하며 허위조작정보의 팩트체크를 위한 논의의 자리를 갖자고 제안했다. 또한 상호 협의가 필요한 의제에 대해 협의하고, 자유롭게 토의하여 해결책을 탐색하자고 강조했다.

 

APAC 트러스티드 미디어 서밋에서 주제별 사례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 필자 제공>

  이틀 동안 다양한 주제와 관련된 논의가 이루어졌는데, 특히 공유하고 싶은 논의는 첫째, 학교 기반 팩트체크 프로그램에 관한 논의이다. 올해 서밋의 공동 주최자인 아시아뉴스‧정보교육자네트워크(Asian Network of News & Information Educators, ANNIE)는 허위조작정보가 생성되는 시스템과 어떻게 이것이 퍼지는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매주 학생들이 직접 팩트체크 작업에 참여하고 이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팩트체크 교육을 위해 학생들에게 정확성, 상황 맥락 고려, 근거 확인 등 정보의 신뢰성을 판별하는 기준을 가르치고 있다며 다양한 수업 사례를 공유했다.

  둘째, ‘교실에서의 뉴스 리터러시’는 대만 팩트체크센터의 발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발제자들은 대만의 팩트체크센터를 소개하며 전국 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허위조작정보 팩트체크 가이드 교육을 실시하여 뉴스 및 정보 리터러시를 커리큘럼화하여 배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서밋을 통해 참석자 모두가 서로 긍정적인 네트워킹을 조성하고 협력하며, 허위조작정보 문제 해결을 위한 좋은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허위조작정보의 문제 해결은 언론인, 팩트체커, 교육자, 연구자, 활동가, 정책 입안자들이 함께 협업해야 하며 관련된 노력을 꾸준히 실천해야 함을 깨닫게 됐다.

 

 

이번 서밋에서는 특히 학교 기반 팩트체크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주목을 끌었다. <사진: 필자 제공>

 

미디어교육 전문가와의 대화 

  한편 이번 서밋에 참여한 미디어교육 연사들과의 인터뷰 시간도 있었다. 먼저 미국에서 허위정보 판별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포인터재단의 알렉스 마하데반 디렉터와의 대화가 인상 깊었다. 그는 포인터재단이 운영 중인 디지털 리터러시 전문 교육 기관 미디어와이즈(MediaWise)를 소개했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에서 퍼지는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법을 청소년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허위정보를 접하는 공간, 즉 소셜 미디어로 뛰어들어야 하며 각 플랫폼별로, 각 대상별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노아 호리구치 클래스룸 어드벤처(Class Adventure) 설립자와의 대화도 의미 있었다. 클래스룸 어드벤처는 일본 10대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잘못된 정보에 대해 교육을 하는 단체이다. 그는 팩트체크 교육 게임(Ray’s Blog)을 소개하며 관련 미디어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실제 수업 사례를 공유했다. 게임을 활용한 팩트체크 교육이 주는 즐거움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아세안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네트워크(MIL for ASEAN NETWORK)와의 대화도 유익했다. 이 단체는 2021년에 활동을 시작했는데, 2022년에는 말레이시아의 지원을 받아 학교 수업에 미디어‧정보 리터러시를 적용하고자 노력했으며 현재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단체의 주요 활동 목적은 교사의 역량 강화, 정책 분석, 각 나라 교사에 대한 컨설팅 등이다.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아세안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미디어교육 지원 노력을 엿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ANNIE 설립자이자 홍콩대 교수인 마사토 카지모토와의 인터뷰는 미디어교육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가 됐다. 사회, 수학 등 평가가 쉬운 교과목과 달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학생의 비판적 사고가 증진됐는지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올바른 교육과 평가를 위해서는 타 영역의 연구자, 즉 인지과학 전문가 등과 협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서밋에 참가하며 체계적인 미디어교육을 설계하고, 학교와 학생의 요구 및 실정을 반영하는 실현 가능한 교육적 시도가 이어져야 함을 느꼈다.

 

싱가포르 국립도서관, S.U.R.E.팀 방문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에서는 S.U.R.E.팀과의 만남을 통해 디지털 시대 시민의 정보 리터러시 함양을 위한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 필자 제공>

 

  마지막 일정은 싱가포르 국립도서관 방문이었다. 우리는 국립도서관 내에 속해있는 S.U.R.E.팀1)과의 만남을 통해 싱가포르 내에서 디지털 사회에서의 정보 리터러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학교로 찾아가는 교육, 교사 연수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 e러닝, 인포그래픽, 비디오,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콘텐츠 등 다양한 리소스도 제공하고 있었다. 더해서 학부모 대상의 툴킷을 제작해 교육부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배포하고 로드쇼, 팝업 등을 통해 더 넓은 대상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경찰청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인한 스캠, 디지털 성범죄 문제 등 사회적 현안에 함께 대응하고 있었다.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에서 뉴스 갤러리를 관람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필자 제공>

 

  국립도서관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도서관 한 공간에 꾸며져 있었던 뉴스 갤러리였다. 뉴스 갤러리는 싱가포르 최초의 신문 컬렉션과 다양한 형태의 체험형 전시를 갖추고 있었는데, 뉴스 헤드라인 너머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또한, 게임형 학습을 통해 도서관 이용객들이 가짜뉴스의 형태와 심각성을 보다 쉽고, 흥미롭게 인식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노력의 흔적을 보고, 우리나라의 미디어교육도 다양한 기관의 적극적인 협업과 네트워킹 방식으로, 실제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단계적·점층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깨닫게 했다.

 

1) [편집자주] S.U.R.E.팀은 Source(출처), Understand(이해), Research(연구), Evaluate(평가)의 약자로 정보를 습득할 때 개인에게 필요한 태도를 뜻하는 말로, 2013년부터 시작됐다.

 

 

교사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 

  학생들을 늘 마주하는 교사로서 이번 연수는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허위조작정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만의 노력이 아닌, 여러 연구자, 정부 기관, 단체, 국가 등의 협력이 필수적이고 중요함을 또 한번 깨닫게 됐다. 교사 혼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서로 다양한 분야의 이슈 등을 종합하여 허위조작정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서로의 의견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자세임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학생들이 정보에 대한 올바른 문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방법이나 내용 등도 개발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디어교육에 있어서 교사의 대비, 교수·학습을 위한 준비 등이 철저하게 뒷받침되어야 함을 깨닫게 됐다. 미래 핵심 역량 함양을 위한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통해 현재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싱가포르 교육자들의 노력을 엿보면서, 체계적인 교사 교육의 효과와 학생들의 미래 사회 대비를 위한 핵심 역량 함양을 위해 더 연단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실제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실천 사례와 상황도 탐색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의 미디어교육과 관련된 실천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실천하고 있는 교육 행사, 자료, 방향 등과 일치하는 면도 발견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 사례를 보며 우리나라 미디어교육의 방향이 학생들의 삶과 환경, 맥락 등을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미디어교육에 임해왔던 나 스스로의 자세와 태도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미디어교육 내용과 방법을 설계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함을 다짐했다. 이제 교사 연수에서 만나게 된 여러 선생님들, 언론진흥재단과 함께 좋은 네트워킹을 형성하여 양질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수·학습 자료 개발을 위해 그 거대한 파도에 몸을 싣고 싶다.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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