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사회에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

2024. 10. 23. 10:00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글. 김평원 (인천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교육 현장에

접목하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AI 휴먼 교수를 수업에

도입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뜨겁다.

과연 AI 휴먼 교수가

실제 교수자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국내 최초로 AI 휴먼 교수를

수업에 도입한 사례를 알아보고,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학습에 대해

생각해본다.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 교육 전략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의 논리에 따르면 매체(media)가 바뀌면 내용(content)도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읽기 환경은 종이에서 디지털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나 유독 교육 분야는 지식 설명과 학습 활동으로 구성된 교과서의 형식이 바뀌지 않고 있다. 테크놀로지를 전문으로 하는 에듀테크(EduTech) 업체가 교과서 콘텐츠의 기본 구조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이 성공하려면 에듀테크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가장 권위 있는 교육 매체인 교과서와 수업이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디지털 교육 정책이 시범 사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던 까닭은 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하향식(Top Down)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과서, 뷰어, 상호작용 도구, 학습자 맞춤형 대시보드 등과 같은 교육 테크놀로지는 디지털 콘텐츠를 운영하기 위한 교수·학습 지원 도구에 불과하므로 디지털 교육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 교육이 성공하려면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교과에 활용할까를 고민하는 하향 방식뿐만 아니라, 교과 내용에 최적화된 테크놀로지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상향식(Bottom Up)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필자의 AI 휴먼 기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교육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AI 휴먼 기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교육

 

 필자는 교육부의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정책을 대학 교육에 선제적으로 반영하여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 교육 전략을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설정하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센터(Speaking Competencies Training Institute)를 구축하여 증강 청중(Aaugmented audience) 앞에서 스피치 훈련을 한 후, AI 교수를 활용한 개별화 피드백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AI 교수를 활용한 교수·학습 모형 구조 (출처: 김평원 (2023))

 

 

AI 휴먼 교수는 인간 교수를 대신하여 강의하는 가짜 교수로 오해하기 쉽다. 필자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AI 교수는 학생 개별화 수업(Adaptive Learning)을 위해 구현하기 위한 디지털 휴먼으로, 인간 교수를 대신하여 AI 교수가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심화 보충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개별화 수업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활용되었다. AI 휴먼 교수의 도움을 받는 학생들은 AI 교과서를 통해 부족한능력을 보강하거나 학습 능력을 파격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른바 증강 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이 실현되는 것이다. 교수자도 혼자서 수십 명에게 개별 학습을 지도하는 ‘아이언맨’이 될 수 있다. 한 명의 교수자가 도저히 해낼 수 없는 다수의 학생 관찰을 AI 보조 교사는 불평 없이 묵묵히 해낼 것이며, 한 명의 학생이 생산하는 대량의 정보로부터 그 학생의 경향을 분석하느라 밤새울 일도 없을 것이다. 필자의 AI 교수를 활용한 교수·학습 모형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AI 디지털 교과서 프로토타입에 반영되어 교육적 효과를 실험한 바 있다(김평원 외,2023).

 

AI 교수를 활용한 교수·학습 모형을 반영한 디지털 교과서 (출처: 김평원 (2023))

 

 

 
 
AI 휴먼 활용 교육의 한계

 

 AI 교수는 지치지 않으므로 엄청난 분량의 보충 강의를 제공할 수 있다. 강의가 누적될수록 더욱 많은 데이터가 누적되면서 개별화 수업의 깊이와 넓이가 확장되게 된다. AI 교수 시스템이 정착되면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습 결과를 분석하고, 학습 내용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이든 하위권 학생이든 누구에게나 공평한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앞으로 AI 휴먼 기술이 발전하면 실시간으로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교수자의 분신으로 거듭나겠지만, 아쉽게도 현재 인공지능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필자의 AI 휴먼을 구축한 업체의 기술력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AI 휴먼으로 구현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으나, 실시간 소통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아직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현재 수준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교육에 활용하는 전략과 업무에 활용하는 전략을 구분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리터러시

 

 챗GPT로 유명해진 생성형 인공지능(GAI,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이 최근 그 성능이 파격적으로 고도화되면서 많은 관심과 더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GAI)을 사용하는 것은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아이언맨 슈트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한 인간이 슈트를 입고 아이언맨으로 강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부족한 능력을 보강하거나 업무 능력을 파격적으로 높일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는 지식을 생성하는 주체를 인간과 인공지능으로 구분해야 한다. 인간은 자료를 찾고, 구조화해 정보를 만들고, 정보를 누적하여 지식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인지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발달한다. DIKW(Data,Information, Knowledge and Work) 계층구조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지식을 생성하는 과정을 인간의 지능과 비교할 수 있는 유용한 프레임워크다.

 

 
DIKW(Data, Information, Knowledge and Work) 계층 구조 (출처: Kim (2023))
 

정보화 사회는 정보통신 혁명으로 인한 광범위한 사회·조직적 변화를 통해 형성되었다. 지식 사회는 정보가 인간의 창의성과 결합되어 지식이 새로운 생산 요소로 발전하는 사회이다. 지식 생성 이후의 단계를 작품 생산으로 규정한다면 정보화 사회 및 지식 사회와 대등한 위치에서 작품 사회의 개념을 만들 수 있다. 작품 사회는 지식보다는 지식을 활용해 창작한 작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로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개념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미 완성된 지능이 아니라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거대 지능이다. 따라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한다는 것은 엄청난 규모의 사람과 상호작용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개선하면서 실수와 일상적인 작업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교육 현장과 업무 현장에서 각각 다른 모형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먼저,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작업(GAIAT,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Assisted Task) 모형은 인간이 자료, 정보, 지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생성한 자료, 정보, 지식을 참조하는 방식으로, 결국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하는 모형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작업 (출처: Kim (2023))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작업 모형에 따르면, 인간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비서 또는 동료로 활용하는 셈이며, 혼자 수행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모형을 토대로 교수·학습을 설계한다면 AI와 함께 일하고 사는 법을 배우는(learning to work and live with AI)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학습(GAIAL,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Assisted Learning)은 인간이 먼저 지식을 구성한 후 인공지능이 생성한 지식과 비교하면서 인공지능이 생산한 텍스트의 생성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학습 (출처: Kim (2023))
 

인간이 만든 지식을 반성적 사고를 통해 스스로 되돌아보는 사고력이 메타인지라면, 인공지능이 지식을 생산하는 알고리즘을 추론하는 것은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 리터러시를 키우는 과정이다.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 리터러시는 인간이 스스로 생성한 데이터, 정보, 지식과 생성형 인공지능이 생성한 데이터, 정보, 지식을 비교 평가하면서 키울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에서 생성된 데이터, 정보 및 지식의 신뢰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처음부터 생성형 인공지능에 과의존하게 되면, 인공지능과 함께 일하면서 공존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없다. 사회로 진출하기 전 학생들이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과의존하면 텍스트 생산자가 아닌 텍스트 편집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자료, 정보, 지식의 과잉 시대에는 이들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선별할 수 있는 눈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품 사회로 변화하는 시대에 발 맞추어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학습(GAIAL)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목표를 포함할 것을 권장한다.

(출처: INU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가이드라인(2023.04.03))

 

산업화 시대부터 강조해왔던 문해력(文解力)은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당연히 글을 많이 읽고 많이 써봐야 하지만, 지금은 책이나 신문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읽기보다는 보기에, 쓰기보다는 검색과 영상 편집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산업화 시대의 문해력인 독서와 쓰기를 강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읽고 요약하는 작업을 대신해주는 시대에서는 기존의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미디어와 인공지능이 생산하는 텍스트를 소비하는 수준에서 벗어나려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다양한 텍스트를 생산할 수 있음은 물론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리터러시까지 미디어 리터러시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P. W. Kim. (2023). A Framework to Overcome the Dark Side of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GAI) like ChatGPT in Social Media and Education, IEEE Transactions on Computational Social Systems, In press. 김평원 외(2023), 교육부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방안」의 안착을 위한 기반 조성 및 현장 지원 방안에 대한 연구.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