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느렸던 아이가 명문대생이 된 비결
2012. 2. 1. 09:43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명절이 되어 외가에 가게 되는 날이면 막내 외삼촌은 항상 나를 놀린다. 노총각 외삼촌은 나를 놀리는 재미로 명절 때 내려오는 모양이다. 놀리는 패턴도 늘 똑같다. 삼촌은 외계어의 원조는 빵상아줌마가 아닌 바로 나라고 놀린다. 어릴 적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며 신통방통해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남들보다 배우는 것이 느렸다는 어린 시절의 나. 어린 나는 무엇이든 자기 또래보다 느린 아이였다. 돌이 훨씬 지난 14개월에 첫 걸음마를 했고, 말도 느렸다. 어린 내가 혼자서 신나게 쫑알쫑알해도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다. 말도 늦었는데, 하물며 글 읽는 것은 어땠을까. 당연히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가나다'도 못 읽었단다. 예전의 나와 달리 현재의 나는 무엇이든 빨리 배우는 편이다. 그리고 이해력이나 독해력도 좋은 편이다. 나는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주변에서 말하는 소위 서울 4년제 명문 대학에서 어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남들보다 배우는 것이 느렸다는 어린 시절의 나. 어린 나는 무엇이든 자기 또래보다 느린 아이였다. 돌이 훨씬 지난 14개월에 첫 걸음마를 했고, 말도 느렸다. 어린 내가 혼자서 신나게 쫑알쫑알해도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다. 말도 늦었는데, 하물며 글 읽는 것은 어땠을까. 당연히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가나다'도 못 읽었단다. 예전의 나와 달리 현재의 나는 무엇이든 빨리 배우는 편이다. 그리고 이해력이나 독해력도 좋은 편이다. 나는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주변에서 말하는 소위 서울 4년제 명문 대학에서 어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나의 변화에 일조한 것은 '신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읽어온 신문 덕분에 나는 '느린 아이'에서 '빠른 아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집은 세 개의 신문을 구독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여러 신문을 구독했던 것은 아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시작했던 초등학교 2학년부터 나는 집에 혼자 있는 날이 많아졌다. 한 살 위인 언니는 방과 후에는 바로 피아노 학원에 가서 저녁에 돌아왔다. 그 흔한 컴퓨터도 당시엔 귀한 물건이었다. 아버지는 장난감 인형 하나 사주지 않으셨다. 내가 인형이 많은 친구 집에서 늦게까지 노는 것이 민폐라고 생각하셨던 부모님은 인형 대신 강아지 한 마리를 사주셨다. 수컷이었는데, 여기저기 찔끔찔끔 오줌 방울을 바닥에 흘리고 다녔다. 덕분에 강아지가 영역 표시하는 모든 주요 장소에 신문지를 깔아놓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새로운 작은 가족 덕분에 우리 집은 신문을 세 개나 구독하게 되었다.
목적이야 어찌되었든, 돈 주고 구독한 것이라서 그런지 아버지는 매일 아침마다 신문 세 개를 모두 읽고 회사에 출근하셨다. 나는 깨알같이 작은 글씨가 빼곡한 신문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방과 후 아무것도 없는 빈집에서 나는 신문을 펼쳐보았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 달리 신문은 초등학교 2학년생이 읽기에 재미 없는 내용 뿐이고 한자가 너무 많아서 읽기도 어려웠다. 텔레비전 편성표에 만화를 형광펜으로 표시해 두는 것이 내가 신문을 즐기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다가 몇 달 후, 신문에서 여행 섹션이 새롭게 개편되었다. 신문이 나에게 보여준 새로운 세계,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 여러 나라의 이야기는 나를 매료시켰다. 여행 섹션의 경우 사진이 글보다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내용 자체도 쉽게 쓰여 읽기에도 어렵지 않았다. 여행 지면에서 소개되는 맛있는 디저트 사진과 예쁜 기념품 사진이 나를 설레게 했다. 매일 신문을 보게 된 것이 그때부터였다. 그리고 여행 지면만 보던 나는 차츰 학년이 올라가면서 사회면과 경제면에도 흥미를 갖게 되었다.
내가 대학교에 들어갈 무렵은 6차에서 7차 교육과정으로 바뀌어 대학 입시가 혼란스러웠을 시기였다. 공교육을 불신하였던 각 대학교에서 자체적인 논술과 면접 비율을 높여 수능과 내신, 대학 자체시험까지 준비해야 해서 수험생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고3 당시 나는 논술 준비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런데 불안한 마음을 안고 논술고사장에 들어갔던 나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며칠 전 보았던 신문 기사가 시험 문제로 출제되었던 것이다. 익숙한 주제이다 보니 어려운 텍스트도 이해가 쉬웠고 나의 생각을 논술하는 것 또한 수월했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신문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나는 현재 대학교에서 나의 꿈인 기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주변 어른들이 내가 자폐아 혹은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라고 생각하여 심각하게 우려했던 예전의 일들은 이제는 명절 때 모여 농담처럼 말할 수 있는 옛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집은 귀여운 애완견과 함께 살며, 신문 세 개를 구독하고 있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1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모음집> 중 대학부 장려상 수상작 최은원(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님의 '느린 아이가 신문을 만났을 때'를 옮겨온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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