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 대체하는 태블릿PC, 한 가지 문제가 있다는데

2012. 2. 3. 09:4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태블릿PC의 보급속도가 무섭습니다. 지난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를 기점으로 연중 최대의 쇼핑 시즌이 시작되었는데요. 이 기간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끈 제품이 아이패드, 갤럭시 탭으로 대표되는 태블릿PC였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로 미루어보면 4년 뒤에는 전세계적으로 약 9억대의 태블릿PC가 보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출처: www.thesundaytimes.co.uk>


태블릿PC 최대 용도는 ‘뉴스 읽기’
 
그렇다면 태블릿PC 이용자들은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까요? 미국의 미디어조사기관 Pew리서치가 10월 25일 발표한 ‘태블릿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태블릿PC를 구매한 미국 소비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매일 태블릿PC를 통해 신문의 디지털 뉴스를 읽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추세로 가면 4년 후에는 약 9억 4050만대(누적 판매대수)의 태블릿PC가 보급될 전망이라고 하는데요. 그 중 절반이 디지털 뉴스를 본다고 하면 약 4만 7000만명 이상의 잠재적 디지털 뉴스 독자가 새로 생겨나는 셈입니다. 

Pew리서치의 조사 결과를 좀 더 상세히 들여다 볼까요? 태블릿PC 이용자의 53%는 매일 태블릿PC를 통해 한 차례 이상 뉴스를 읽고 있었습니다. 이는 하루에 한 번 이상 SNS(39%)나 게임(30%), 독서(17%), 동영상(13%)을 이용한다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수치이며 이메일(54%) 이용자와 맞먹는데요. 현재 미국인의 약 11%(3400만명)가 태블릿PC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1700만명이 넘는 미국인이 태블릿PC로 매일 뉴스를 읽고 있는 셈이죠. 

태블릿PC 뉴스 독자는 다른 디지털 매체와 달리 종이 신문 독자와 매우 유사한 구독 패턴을 보입니다. 독자 대부분(71%)이 동영상보다 텍스트 뉴스를 선했으며, 디지털 신문의 헤드라인을 꼭 읽고(52%), 심층 기사를 선호(42%)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 좋은 뉴스 콘텐츠에는 돈을 지불했는데요. 디지털 뉴스에 매월 돈을 직접 지불(14%)하거나 자신이 구독하는 신문이나 잡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디지털 버전을 보고있으며(23%), 나머지 사람들 중에서도 31%는 5달러나 10달러 미만이라면 월정액 요금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태블릿 신문읽기 혁명이 시작될까?
 
이런 추세로 가면 멀지 않아 태블릿 신문읽기 혁명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문과 잡지 등 인쇄 매체들이 ‘종이 인쇄물’로 팔던 콘텐츠를 태블릿PC용 디지털 버전으로 전환해, 종이의 한계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종이의 한계’는 종이만이 할 수 있는 ‘종이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대세 속에서도 종이신문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분명 남아있기 때문인데요. 그럼 태블릿PC가 가질 수 없는 종이신문만의 가능성은 과연 무엇일까요?


<출처: www.sfnblog.com>


종이신문만이 가진 ‘편집의 힘’
 
기사가 ‘어느 면에, 얼마나 큰 크기로, 어떻게 배치되었는가’하는 것은 때로는 그 기사 내용보다 더 큰 의미를 우리에게 전달합니다. 광고조차도 나에게 유용할 수 있고, 신문 구석에 작게 배치된 기사 하나에서도 값진 정보를 건질 수 있죠. 이것이 바로 ‘편집의 힘’입니다. 어느 것이 중요한 정보이고 꼭 알아야 하는 정보인지,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되는 문제는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파악하는 능력은 신문을 처음 읽는 사람들이 갖추기 힘듭니다. 그래서 종이신문을 보다 보면 기사의 크기나 배치를 통해 ‘무엇이 정말 중요한 기사’인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게 됩니다.

하지만 태블릿PC를 통해 보는 디지털 뉴스는 매우 평면적입니다. 기사의 중요도에 상관 없이 모든 기사가 같은 크기로 실려 있고, 또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연예인이나 가십거리가 상단에 노출되기도 하지요. 그러니 디지털 뉴스읽기는 종이신문을 읽는 훈련을 충분히 마친 후, 기본기가 쌓인 상태에서 읽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헤드라인 훑어읽기

종이신문만이 가진 또 하나의 강점으로 헤드라인 훑어읽기를 들 수 있습니다. 사실 신문 한 부를 꼼꼼히 보는 일은 대단히 힘들고, 시간도 많이 잡아먹죠. 그래서 시간이 없을 때는 기사에 달린 헤드라인만 읽는 경우도 있는데요. 헤드라인에는 기사의 엑기스 정보가 요약되어 있어 제목만 읽더라도 대강의 흐름이 파악됩니다. 그러다가 관심 있는 헤드라인을 발견했을 경우 본문 기사도 읽어보는 식이죠.

하지만 태블릿PC를 통한 디지털 뉴스는 이런 헤드라인 훑어읽기가 불가능합니다. 특히 포털에 오르는 뉴스의 경우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기사와는 상관 없는 낚시성 제목을 붙이는 경우가 많고, 또 많은 경우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신변잡기식 기사가 많습니다. 이런 제목을 많이 보다 보면 신문기사 자체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우려도 있지요. 이는 결국 기사의 중요도와 상관 없이 모두 같은 크기로 편집되는 디지털 뉴스의 평면적인 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출처: www.news.com.au>


태블릿PC를 통한 신문 혁명은 분명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이긴 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훈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태블릿 신문읽기를 시작하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선 종이신문을 통해 신문읽기 훈련을 하고, ‘기사 너머의 기사’를 읽을 만한 통찰력을 기른 후 태블릿 신문읽기로 넘어 가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 듭니다. 많은 장점이 있는 태블릿PC이지만, 지나치게 편의성만을 추구하다 보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릴 수가 있습니다. 태블릿PC 역시 어디까지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