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NIE 교육으로 학습효과 '쑥쑥', 이슈분석도 '너끈'

2012. 4. 12. 21:07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처음에는 신문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는데, 시간이 지나며 점점 재미있는 정보를 많이 찾을 수 있고 부담감도 없어졌다. 사회의 이슈를 잘 파악하게 되었고 다른 공부를 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확실히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을 때보다 신문을 읽음으로써 더 많은 자세한 정보를 얻었다.”

 

 

“신문 매체보다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뉴스를 볼 때가 많았는데, 이번 강의를 들으며 다양한 신문을 읽고 이슈를 분석하여 글을 써보았다. 수강 전보다 사회적인 이슈를 여러 시각으로 분석하고 대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신문읽기 지원사업으로 진행한 수업에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역시 요즘 대학생이 신문에 대해 갖는 거리감이었다. 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학생들은 종이 신문을 보면 불편함과 부담감을 느낀다고 했고, 막연한 거부감이나 심지어 두려움이 생긴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런 반응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뉴미디어가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한 젊은 세대에게 신문이 얼마나 낯선 존재가 됐는지를 잘 보여준다. 다른 수업에서 ‘하루를 정해 자신이 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일기 형식으로 상세히 작성해 제출하라’라는 과제를 준 적이 있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학생들은 핸드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앱으로 확인한 시간표에 맞춰 버스를 타고 등하교한다. 친구들과는 트위터와 문자를 통해 실시간으로 연결된 상태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이런저런 콘텐츠를 즐긴다.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이제는 TV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더 의존한다. 이러니 종이 신문이 낯설고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신문을 수업에 활용해서 얻은 가장 긍정적 효과는 신문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을 좁혔다는 점이었다. 수업을 위해 매일 신문을 접하면서 신문이 갖는 가치에 새롭게 눈을 뜨고, 흥미로운 책을 읽는 것 같은 친숙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매일 신문 읽는 습관을 갖게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큰 성취감을 느끼고, 스스로 대견해하는 반응이 많았다.

 

 

수업은 신문에서 다뤄지는 주요 사회 현안을 촘촘히 살펴보고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디어 이슈 분석’이라는 강의 취지와도 잘 부합했다. 세 시간 가운데 첫 시간은 지난 1주일 동안 다뤄진 현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를 골라 주요내용과 쟁점사항을 분석했다. 매주 ‘주간 이슈 분석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고, 이와 별도로 발표조가 돌아가며 한 주의 대표 이슈를 정리해 발표했다. 그 뒤에는 핵심 쟁점을 놓고 토론이 이어졌다. 신문을 열심히 읽은 학생은 제기된 이슈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토론은 언제나 열띤 분위기였다. 마지막에는 토론에서 오간 논의를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해 논술 형식의 글을 썼다.

 

 

 

 

 

 

이번 강의는 신문사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큰 도움을 주었다. 한겨레신문사에서 먼저 연락을 해와 강의 듣는 학생에게 한 학기 동안 무료로 신문을 제공하겠다고 제의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에서도 같은 제안을 했다. 미래의 독자인 대학생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신문을 자주 접촉하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인상적이고 고마웠다. 다만 학생들이 이념적으로 다양한 여론을 읽을 수 있도록 보수 논조의 신문에도 같은 방식으로 공급해 달라는 부탁을 했으나 이뤄지지 않아 아쉬웠다.

 

 

신문 읽기와 병행해서 현직 언론인이나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생생하고 깊이 있는 수업을 진행한던 점도 만족스러웠다. 오랜 법조기자 경력의 김이택 한겨레 논설위원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PD수첩’ 판결 등 언론보도와 실정법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에 대해 강의해주었다. 환경전문기자로 유명한 조선일보 한삼희 논설위원도 환경기사가 보도되는 과정과 그 어려움을 생생한 사례와 함께 설명함으로써 환경 문제를 보는 인식을 넓혀주었다. 또한 경제 부총리를 지낸 권오규 카이스트경영대학원 초빙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책결정권자로서 겪은 고민과 결단을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이밖에도 한류와 케이팝(K-pop), 언론사 입사 준비에 대해서도 현직 언론인에게 특강을 들었다.

 

 

 

 

 

 

신문을 활용하는 NIE 수업을 경험한 학생들은 신문기사가 풍부하면서도 정제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인터넷에서 눈길이 가는, 분절된 기사를 메뚜기가 뛰어다니듯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볼 때는 느끼지 못했던 종이 신문의 매력을 발견한 것이다. 선정적 제목에 끌려 클릭해보면 아무 내용도 없는 ‘낚시성 기사’가 주는 허탈감과 달리, 작은 기사 하나에도 의미 있는 사실을 담은 신문기사의 진한 농도를 깨닫게 됐다는 학생도 있었다. 특히 주요 이슈는 집중적인 스트레이트 기사 배치와 다양한 기사 구성을 통해 심층적 분석을 제공하고, 여기에 사설과 칼럼으로 이슈를 보는 관점을 제공하는 편집방식은 이슈를 일목요연하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또한 복잡한 사안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사안의 핵심 부분을 정확히 끄집어내는 신문 보도의 강점도 학습능력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NIE 교육의 또 다른 중요성은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능동적으로 인식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여러 가지 신문을 비교해 읽는 과정에서 각 신문이 같은 사안을 얼마나 다르게 보도하는지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우리나라 종합일간지의 과도한 정파성은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지만 한 학기동안 신문을 집중적으로 보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신문은 태생부터 정파지로 시작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언론보도의 기본인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하면서 주장부터 앞세우는 보도, 보도대상의 이념적 차이에 따라 판단의 잣대를 달리하는 보도, 자신이 지지하는 권력에 대해서는 기본적 감시기능을 포기하는 보도 등이 넘쳐나는 현실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자신의 세계관을 막 형성해가는 학생들이 이념적 편향성이 강한 신문 하나만을 계속 본다면 ‘지적 편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수업을 계기로 진보적 신문과 보수적 신문의 보도를 비교해봄으로써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됐다.”라거나 “보도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만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게 됐다.”라는 반응이 반가웠다.         

 

 

NIE 수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하려면 먼저 신문기사를 학습에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충분한 사전설명이 이뤄져야 한다. 필자도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신문기사를 이해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신문 각 지면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종합면은 어떤 기능을 하는지, 기사의 중요도는 배치 지면과 제목 크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제목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등 학생들에게는 모두 낯선 편집방식과 독해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슈를 분석할 때 스트레이트 기사와 오피니언 기사를 어떻게 연결해서 활용할 수 있는지도 설명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여전히 신문을 수업에 유용하게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했다. 전문적인 강사에게서 충분한 NIE 교육을 받은 뒤 강의를 진행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문을 활용한 교육이 매우 생산적이고 효과적이긴 하지만,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수많은 매체 가운데 하나라는 기본적 한계도 부인할 수 없다. 교육 그 자체가 목적이지, 신문 활용이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문의 풍부한 교육적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다른 다양한 미디어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도구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4월호> 중 배정근(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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