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지망생들의 신문 활용 방법 엿보기

2012. 4. 18. 10:32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언론고시’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대부분의 언론사는 평균 4~5단계의 전형을 거쳐 새로운 기자를 뽑습니다. 선발 과정이 힘든데다가 뽑는 인원이 적어서 ‘고시’라는 이름이 붙었다는군요.

 

NIE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신문으로 공부한다’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론인 지망생이라면 좀 더 특별한 방법으로 공부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더 꼼꼼히 그리고 치열하게 신문을 보리란 예상을 할 수 있겠군요. 과연 언론인 지망생들은 어떻게 신문을 읽고 있을까요? 언론인 지망생들이 모인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을 방문해서 알아봤습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은 일간지 6종을 함께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일간지나 주간지를 정기 구독하는 학생도 있어서, 많게는 매체 8종을 본다는군요. 자리마다 각종 프린트물과 단행본이 빽빽이 차 있었습니다. 활자중독을 넘어 ‘글자’와 더불어 살다시피 하는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학생들이 어떻게 신문을 활용하는 지 알아보겠습니다.

 

 

기본적인 신문 활용 학습법은 '주요 이슈 정리'

 

가장 기본적인 활용법은 주요 이슈 정리입니다. 말 그대로 전 날 발생한 사건들을 자신만의 기준에 맞춰서 정리하는 거죠. 동일한 사건을 다루더라도, 어떤 신문에는 없는 사실이 다른 신문에는 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사건에 대해 신문 성향에 따라 풀어나가는 방식이 다르기도 하죠.

 

신문을 전체적으로 훑어보면, 그 날 가장 중요한 사건을 여러 면에 걸쳐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면 톱기사가 2면, 3면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죠. 신문 가장 뒤쪽에 있는 ‘오피니언’면에 별도의 칼럼이 나오기도 하고, 이와 관련해 신문사의 입장을 말하는 사설도 실립니다. 이 모든 것을 꼼꼼히 확인하고 정리함으로써 특정 이슈에 대한 ‘사실’과 ‘의견’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학생별로 각자 다른 '신문 학습 정리 노하우'

 

정리 방법에는 각자 노하우가 있더군요. A학생은 이슈마다 별도의 문서를 만든 뒤, 일간지와 인터넷 신문에 올라온 기사들을 정리했습니다. 이 이슈와 연관된 책의 주요 내용도 보충합니다. 이렇게 하면 매우 긴 시간 동안 이어진 사안들도 쉽게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똑같은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 지, 차이점을 찾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군요.

 

 

 

 

 

 

B학생은 조금 달랐습니다. 한 이슈에 대해 상세히 정리하기보다는, 한 눈에 들어올 수 있는 분량 정도로 압축시켰습니다. 이런 식으로 만든 압축본을 인쇄한 뒤 이동할 때나 쉬는 시간을 이용해 수시로 보면서 완전히 암기합니다. 여기에 별도로 만들고 있는 단어노트를 활용하여, 매 주 논술이나 칼럼을 쓴다고 합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두 학생과 달리 C학생은 손으로 이슈를 정리하더군요. 컴퓨터로 타이핑할 때보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써 가면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사제목만 간략히 적고 필요할 때마다 보는 것 또한 귀찮긴 하지만, 여러 번 보다보면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고 하네요. 논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혀 별개의 사건들을 연결하는 실마리를 찾은 적도 있었다면서 C학생은 손글씨 정리법을 극찬했습니다.

 

 

 

 

 

 

‘논술이나 칼럼쓰기’는 기자 선발 과정에 반드시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쓰기 실력을 좀 더 길러야 한다는 D학생은 신문을 볼 때 오피니언면을 중점적으로 봅니다. 좋은 사설이나 칼럼을 발견하면 인쇄하여 스크랩합니다. 그리고 한 편 한 편 손으로 다시 적어봅니다. ‘배껴쓰기’가 무슨 소용이 있냐고요?

 

논술(혹은 칼럼)쓰기 과정에서 수험자들에게는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짧은 시간 안에, 결론까지 완벽하게 담은, 완결성 있는 글을 쓰기는 쉽지 않죠. 가장 중요한 건 ‘문장’이라고 D학생은 말했습니다. 어법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글을 쓰기 위한 가장 좋은 연습 방법은 현직 기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문장 형태를 따라해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배껴쓰기 과정을 통해 손에 익숙해지면, 실제 시험을 볼 때도 막힘없이 글을 쓸 수 있다는 군요.

 

 

 

 

 

 

글을 길게 쓰는 버릇이 있었다는 E학생은 블로그와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합니다. 블로그에 분야 별로 카테고리를 만든 뒤, 이슈들을 분류해서 모아둡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면, 자료들을 바탕으로 커뮤니티에 글을 쓴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지적을 받으면서 글이 간결해졌고, 댓글을 통해 다양한 의견과 미처 조사하지 못한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논지가 탄탄해졌습니다. 여기에 커뮤니티 회원들과의 유대관계가 돈독해지면서 좋은 취재원까지 확보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NIE 교육의 핵심은 '토론'

 

토론은 NIE 교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은 수업 시간이 아니더라도 수시로 신문을 펼쳐놓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합니다. 해당 사안에 대해 밝은 학생이 있으면 토론에서 일종의 프리젠테이션으로 변하기도 하고, 각자 알고 있던 정보를 취합하는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토론이 끝나면, 그 때까지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논술이나 작문을 작성하여 돌려보기도 합니다. 이야기와 글쓰기를 통해 이슈를 확실히 정리함과 더불어 친구들 간의 첨삭을 통해 글 실력도 늘릴 수 있겠네요.

 

어떤가요? 신문 공부 방법은 무궁무진하고, 지금까지 소개해 드린 방법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서 신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수록 더 많은 것을 준다’는 것, 그리고 ‘홀로 공부할 때보다 함께 공부할 때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요?

 

날카로우면서도 공정한 기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언론인 지망생들이 있기에 아직 한국 언론에 희망이 남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언론인이 계속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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