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커서도 부모가 책 읽어줘야 하는 이유

2012. 8. 17. 10:28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1 침실이나 거실에서 남편이나 아내 둘 중에 한 사람이 편안한 자세로 있는 다른 사람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는 로맨틱한 장면

#2 학생 자녀의 침실에서 부모님 중 한 분이 안경을 쓰시고 책을 읽어 주는 장면

#3 귀여운 아이가 부모님의 무릎에 앉아 책을 함께 읽고 있는 장면



이 세 장면 중 가장 익숙한 장면은 어느 것일까요? 아마도 #3일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 #1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는 것처럼 느껴지고 심지어 #2는 어색하기 까지 한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책 읽어 주기에 대한 편견 때문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 대부분의 경우 책을 언제까지 읽어 주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해 초등학교 입학 전후라는 대답을 합니다. 이런 생각의 바닥에는 책을 읽어 주는 행위가 글을 익히기 전에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적인 역할 행위라는 생각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정말이지 아이가 글을 익히게 되면 책을 읽는 것은 자연스럽게 온전히 아이의 몫이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또 자연스럽게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책과 멀어지게 되고 그리고 또 너무나 자연스럽게 많은 부모들은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에 대해 고민들을 하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책을 읽지 않는 우리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리고 이런 결과 여러 장면들 중 #3은 자연스럽지만 나머지 장면들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책을 읽지 않는 우리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결론을 말하자면 함께하는 독서 다시 말해 “책 읽어 주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답에 대해 아이가 어린 경우는 실천의 의지를 갖지만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의 자녀를 둔 경우는 적절한 처방전이 아니라는 생각들을 합니다. 이미 다 커 버린 아이들이니 책 읽기는 스스로의 몫이라고 생각과 함께 어색함에 대한 걱정들을 하는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미국의 심리학자인 해리 할로우는 1958년 원숭이를 대상으로 애착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아기 원숭이들에게 철사로 됐지만 우유를 주는 원숭이와 먹이는 주지 않지만 부드러운 천 으로 둘러싸인 원숭이를 옆에 두고 어느 것에 더 애착을 갖는지를 실험한 것입니다. 실험 결과 아기 원숭이들은 배가 고플 때를 제외한 18시간을 천 원숭이와 함께 했다고 합니다. 결국 아기 원숭이들이 원한 건 스킨쉽. 즉 접촉이었던 것입니다.


접촉이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결론은 미숙아들을 다룬 많은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실험 결과에서처럼 책을 읽히기 위해 어린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는 행위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교감을 나누는 정서 행위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릎에 앉히지는 않더라도 유태인 부모들이 반드시 실천했다고 하는 베드사이드스토리(bedside story) 역시 접촉 못지않은 효과를 준다고 합니다. 이는 책을 읽어 준다는 것이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 위한 최선의 선택임을 의미합니다. 책을 읽는 소리를 듣고 잠이 들거나 편안한 자세로 읽어 주는 책을 들으면서 매우 안정된 상태에서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이제 너무 커버려서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해서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의미 없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제 너무 커서 닭살스러운 스킨쉽도 속 깊은 대화도 힘들다면 더욱더 이렇게라도 정서적인 교감을 유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책 읽어 주기가 대화의 창이 되기도 하고, 함께 공유하는 추억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함께 한다는 것은 어려움을 줄여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함께 독서를 하다보면 독서를 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느껴질 뿐만이 아니라 책을 읽는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그토록 원하던 독서 습관을 들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독서 습관은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많은 것들 중 가장 빛나고, 오래가는 유산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정서적인 교감이 외에도 책 읽어 주기가 주는 놀라운 선물이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뇌파 실험의 결과에 의하면 책을 읽어 줄 경우 읽는 사람의 뇌는 70%가 활성화 되고, 듣는 사람의 경우 집중력에 있어서 25%가 향상된다고 합니다. 읽어 주기 위해서 뇌의 다양한 부분이 작동되어야 하기 때문이고, 들을 때 역시 뇌의 다양한 부분 특히 상상력을 관장하는 부분이 매우 활성화 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 환자의 경우에도 책 읽기 혹은 책 읽어 주기가 치료에 활용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유용함에도 불구하고  책 읽어 주기가 다양한 이유로 매우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시간이 없다거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와서 책을 읽어 준다는 것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할테니까요. 이럴 경우 하루에 10~15분 씩, 또 아이와 함께 한 장씩 나누어 가며 읽어 주기를 하는 것은 어떨까합니다. 그렇다면 부담없이, 어려움 없이 실천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책을, 얼만큼 읽어 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책 읽어 주기를 매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당장 책 읽어 주시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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