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직접 듣는 ‘미생’의 숨은 이야기

2012. 9. 20. 10:13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월화수목금금금의 빡빡한 스케쥴, 어쩌다 있는 휴일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가족을 위해 헌납. 그리고 또다시 찾아오는 월요병.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런 회사라도 어떻게든 들어가려고 발버둥 치는 젊은 날들.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의 애환과 취업의 중압감은 한두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닐 겁니다. 바로 이런 직장인들의 삶을 화요일과 금요일 두 번이나 위로해 주는 것이 있습니다. 직장인 힐링 웹툰 ‘미생’인데요. 직장인 필독 웹툰으로 꼽히는 미생의 작가 윤태호를 다독다독이 만나고 왔습니다!~ 웹툰 미생 속에 담지 않은 이야기도 잔뜩 듣고 왔습니다. 미생의 창작 이유가 무엇인지, 장그래랑 안영이가 잘 이어질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함께 살펴봐요~



[출처-윤태호/누룩미디어/위즈덤하우스/DAUM]





샐러리맨과 바둑의 만남 “누구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


직장생활과 바둑. 언뜻 느낌이 잘 안 오시지요? 웹툰 미생은 프로 바둑 기사의 길만을 알고 살아왔던 장그래가 자신의 바둑 기사로서의 한계를 깨닫고 일반 회사에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신입사원의 눈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위즈덤하우스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도 묶여 나왔어요. 그래서 YES24와 롯데시네마의 제공으로 독자와의 만남이 있었답니다.



웹툰에서 대박을 터뜨린 만화들이 그 여세를 몰아 종이책으로 묶어져 나오고 있다. (중략) ‘미생’(未生)은 글자 그대로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이다. 바둑에서는 두 집이 나야 ‘완생’(完生)이라고 한다. 완전히 살아 있지 못했으니 상대로부터 늘 공격을 받을 여지가 많은 직장 초년생의 이야기다. (후략)


<웹툰에서 대박 터뜨린 생활만화 2종 발간> 서울신문, 2012. 09. 05



천만 뜻밖에도 이날 행사에는 ‘미생’의 작가이자 ‘이끼’, ‘야후’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뿐 아니라 현재 ‘이웃사람’이란 영화로도 관객과 만나고 있는 강풀 작가도 나왔습니다. 두분이 절친한 사이라고 하시더군요. 강풀은 처음에 윤태호가 바둑 만화를 하겠다고 했을 때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렸다고 합니다. 윤태호도 강풀의 그런 우려에는 공감했는데 샐러리맨과 바둑이 만나면 뭔가 나올 것 같은 매력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3년 간의 구상 끝에 그렇게 미생이 탄생한거죠.







미생에 대해 궁금한 이모저모. 장그래와 안영이는 결국 이어지나요?


본격적인 대담에 들어가 강풀은 윤태호에게 미생이 직장 생활을 날카롭게 파헤쳐 인기가 높지만 한편으론 직장 생활이 너무 따뜻한 게 아닌가 질문했습니다. 일종의 직장 판타지가 아니냐고요. 이에 윤태호는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주인공 장그래와 인턴쉽을 같이한 안영이 같은 캐릭터는 미생의 회사 생활 취재를 도와준 분들도 다 재수없다고 하신다고^^;;; 하지만 이미 악마같은 상사들과 직장내 연애를 다루는 판타지는 드라마로 많이 나왔기 때문에 자신은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동안에 벌어지는 일들을 신입사원의 눈높이에서 그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직장인들에게 위로와 용기와 응원을 주고 싶었다고요. 그럼 여기서 윤태호 작가가 직접 말하는 미생의 창작 이유에 대해 들어 볼까요?^^


 

▲윤태호가 미생을 만든 이유 




이어 윤태호는 미생이 같은 직장 만화인 시마 과장 시리즈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생이 나아갈 길은 완생, 즉 자기 삶의 주체가 되는 과정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지 과장이 되고 부장이 되고 임원이 되는 석세스 스토리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어요.


미생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주인공 장그래와 엘리트인 입사 동기 안영이인데요. 두 캐릭터의 이름은 세트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야후’, ‘이끼’ 등 너무 어두운 얘기만 해오던 터라 좀 더 긍정적이고 밝은 이름을 짓고 싶었던 윤태호가 YES라고 씌어진 티셔츠를 발견하고 주인공 이름을 장그래로 지었다고 합니다. 안영이는 헤어질 때 하는 인사인 “안녕~”, “그래, 안녕~”의 안녕에서 가져왔다고 하고요. 입에 착 달라붙는 이름이 소소하게 탄생했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이어지지 않게 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윤태호 작가는 두 캐릭터를 통해 남녀임에도 끈끈한 동료애로만 뭉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해요. 그러면서 장그래의 짝이 되는 여자 캐릭터는 따로 있다고 천기누설을 하셨습니다. 앞으로가 벌써 기다려지는데요?



윤태호와 강풀의 스토리 창작 비법


윤태호와 강풀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만화가들입니다. 그래서 어딜 가나 그 창작의 비법을 묻는 질문이 많지요. 이 날 윤태호와 강풀이 스토리 창작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만화가를 꿈꾸시는 분들은 시선집중! 



 

▲윤태호와 강풀의 스토리제작비법



윤태호와 강풀이 공통적으로 밝힌 비법은 2가지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부터 주변의 소소한 것을 분석하고 항상 생각할 것’ , ‘독자를 배려하고 반드시 글로 쓸 것’ 스토리 창작의 왕도가 아닐까해요. 강풀은 자부하며 말했습니다. ‘그림을 못 그릴지 몰라도 만화는 잘 그린다.’ 윤태호가 여기에 덧붙였는데 만화는 그림과 글의 조화이기 때문에 단순히 그림만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그림만 잘 그리는 재미없는 작품보다 독자들에게 그 작품이 가진 핵심적인 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만화가 좋은 만화라는 것이죠. 




[책표지 출처-yes24]





미생. 자랑할 것은 없지만 부끄럽고 싶진 않은 이 땅의 직장인들에게


모든 대담이 끝나고 윤태호 작가님께서 직접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주셨습니다. 맨 처음 사진에 나와있는 사인인데요. 주인공인 장그래를 그려주셨어요.^^






웹툰 미생을 통해 이 땅의 직장인들에게 위로와 용기와 응원을 전하고 나아가 가족과 함께 하기를 바란다는 윤태호. ‘응답하라 1997’처럼 예전 가수의 가사를 빌려 말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랑할 것은 없지만 부끄럽고 싶진 않은 나의 길. 언제가 내 곁에 있는 그대여. 날 지켜봐주오.’ 오늘도 나의 길을 가고 계신 모든 분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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