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 09:39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한 달 전 사회 동아리 부장인 나는 신입 부원을 뽑기 위해 면접관으로 변신했다. 내가 신입생들에게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평소에 신문을 읽나요? 요즘 가장 관심 가는 기사에 대해 말해 주세요.” 질문을 받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인터넷 기사를 말해도 되나요?”라고 물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들은 십중팔구 연예계 기사를 선택했다. 나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면접이 끝나갈 무렵 이 질문에 가장 훌륭한 답을 한 학생이 나타났다. 이 학생은 질문을 받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신문을 항상 본다고 답했고, 탈북자에 대한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 학생은 탈북자들의 인권 침해에 대해 상세해 설명했다. 탈북자 관련 기사를 자세히 보지 못했던 나는 그 학생이 자신의 입장까지 표명할 때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출처-서울신문]
그 학생은 면접관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면접을 통과했다. 그러나 그때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만약 내가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이 학생만큼 당당하게 신문에 대해 논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나는 평소에 내 입맛에 맞는 기사만 골라 읽었고, 그것이 신문을 읽는 방법이라 오인했었다. 게다가 신문을 매일 읽기는커녕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만 보았다. 내가 지금까지 신문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음을 느꼈다. 나는 면접관 자격이 없었다. 뼈아픈 반성을 하며 즉시 신문 읽는 습관을 고쳤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신문을 집었다. 평소에는 지루하다고 느끼던 정치 관련 기사를 비롯하여 이전과 달리 다양한 분야의 기사들을 읽었다. 사설과 칼럼은 내가 특히 좋아했는데, 때로는 그들의 입장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논리 정연한 말에 매료되어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한 달간 신문을 읽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한 달간 나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첫째, 아빠와의 깊이 있는 대화가 늘어났다. 평소 아빠가 정치나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시면 기피하던 나였지만, 지금은 아빠의 의견에 대해 신문에서 찾은 근거를 바탕으로 동조를 하거나 반박을 하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이제는 아빠가 말씀을 꺼내시기도 전에 내가 먼저 말을 건넨다. 둘째, 일상생활에 변화가 일어났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던 선거 벽보나 선거 공보들도 요즘에는 꼼꼼히 살펴보고 내 입장을 정리하곤 한다. 마지막으로, 꿈이 없어 갈팡질팡하던 나에게 꿈이 생겼다. 신문을 찾아보며 사회에 얼마나 많은 갈등과 분쟁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한 분쟁들을 법에 근거하여 해결해 주는 변호사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많은 변화를 겪게 해 준 신문이지만 아직은 신문과 초면인 나에게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많이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신문과 아침을 보낼 것이다. 나중에 누군가 나에게 “평소에 신문을 읽나요?”, “요즘 가장 관심 가는 기사에 대해 말해 주세요”라고 묻는다면 그 학생만큼 혹은 그 학생 이상으로 거침없이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말이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2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중 고등부 동상 김혜원 님의 '평소에 신문을 읽나요?'를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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